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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 금 줄까, 파란색 금 줄까

중앙일보

입력

다공성 초박막 구조·모식도와 두께별 반사율 [광주과기원·대구경북과기원]

다공성 초박막 구조·모식도와 두께별 반사율 [광주과기원·대구경북과기원]

국내 연구진이 금·은과 같은 금속 색깔을 마음대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와 장경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팀은 8일 금속에 반도체 물질을 수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두께로 코팅하는 식으로 금속 고유의 색깔을 바꾸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금속 표면에 수 nm 두께의 얇은 반도체 물질(게르마늄)를 코팅했다. 그러자 금속과 반도체의 표면에서 반사된 빛이 강한 간섭 효과를 일으키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런 원리를 응용해 연구진은 금·은·알루미늄 등 금속의 색깔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었다.

빗각 증착으로 제작한 샘플 색채 값과 증착각도·두께에 따른 제작 표본 [광주과기원·대구경북과기원]

빗각 증착으로 제작한 샘플 색채 값과 증착각도·두께에 따른 제작 표본 [광주과기원·대구경북과기원]

금(gold) 위에 게르마늄 반도체를 코팅하면, 코팅 두께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의 경우 색깔의 순도(color purity·올바른 색상의 재현 정도)가 좋지 않고, 금방 색이 바래는 단점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금속 표면에 게르마늄을 비스듬히 쏘아 증착시키는 방법(빗각증착법)을 고안했다.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5∼25㎚ 두께의 얇은 게르마늄 막을 금속에 코팅하자 노란색·주황색·파랑색·보라색 등 금 색깔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게르마늄 박막 내부에 미세한 작은 구멍이 얼마나 많이 뚫려있느냐에 따라 빛이 통과하는 양이 달라져 색깔도 변했다. 송영민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증착 각도를 조절하면 박막의 다공성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기술이 상용화하면 향후 태양전지나 웨어러블 기기·디스플레이를 건물 외벽 등에 붙일 때 색깔 조절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보석을 가공하거나 금속을 활용한 예술 작품을 제작할 때 원하는 색을 표현할 수도 있다. 미래창조과학부·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사업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지난달 9일 국제 학술지 나노스케일(Nanoscale)에 게재됐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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