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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저림 방치하면 심혈관질환 사망률 30%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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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호 24면


장모(75·여)씨는 2년 전부터 집 앞 공원을 산책할 때면 오른쪽 종아리가 아팠다. 500m쯤 걸으면 어김없이 아프다가 벤치에 앉아서 쉬면 나아지곤 했다. 처음엔 허리가 아파서 다리가 저리나보다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장씨는 혈관·이식외과에서 다리 파행증(跛行症)이 의심스럽다는 얘기를 들었다. 발목과 팔목의 혈압을 비교하는 발목상완지수(ankle-branchial index, ABI)를 측정해보니 0.7로 나왔다. 정상치(0.9)보다 낮아 동맥혈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동맥폐색성 하지 파행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장씨는 CT검사로 폐색 부위를 확인한 뒤 국소마취를 하고 혈관을 뚫는 풍선확장술을 받고서야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사라졌다.


혈관질환은 크게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을 비롯해 대동맥질환과 말초혈관질환으로 나뉜다. 다리동맥혈관이 막히는 다리동맥폐쇄질환은 대표적인 말초혈관질환이다. 원인은 동맥경화증이 가장 흔하다. 이외에도 식습관이나 고령·흡연·당뇨병·심장부정맥 등도 영향을 준다. 동맥경화증이 생기면 혈관벽이 두꺼워지다가 좁아진다. 혈관이 50% 이상 좁아지면 혈류가 감소하고 70% 이상 좁아지면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리가 저리는 증상을 다리 파행증이라고 한다. 일단 다리동맥질환이 생기면 일정한 거리를 걸을 때마다 항상 통증이 나타난다. 사람마다 증상이 나타나는 거리는 다르다.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에는 혈관이 수축하고 혈류가 감소해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다리 파행증 환자는 5년 내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30%에 달한다. 이중 30%는 다리가 썩는 급박성 다리동맥 허혈증으로 발전하는데 심하면 다리를 절단하기도 한다. 급박성 다리동맥 허혈증으로 진단되면 1년 내 심혈관질환 사망률도 30%에 이른다. 특히 당뇨병에 걸린 지 10년이 지나면 20~30%는 동맥질환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다리동맥폐쇄질환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3만6474명에서 2015년 4만9479명으로 4년 새 35.7% 늘었다. 연령별로는 2015년 기준 50대 이상 환자가 약 90%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다리동맥폐쇄질환 외에도 동맥폐쇄질환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경동맥폐쇄질환은 2011년 2만4296명에서 2015년 5만454명으로 약 2배 늘어났다. 복부대동맥이 정상보다 50% 이상 늘어나는 복부대동맥류 환자 수 또한 2011년 8611명에서 2015년 1만2193명으로 41.6% 증가해 혈관 질환 환자가 전반적으로 느는 추세다.


20년 넘게 당뇨병을 앓아온 박모(60)씨는 3개월 전 발에 상처가 났다. 통증도 못느꼈는데 연고를 발라도 상처가 잘 낫지 않더니 어느날 피부가 새카맣게 변해버렸다. 급히 병원을 찾은 박씨는 발목상완지수를 측정한 결과 0.3이었다. 만성 동맥폐색성 절박하지라는 진단이 나왔다. CT검사를 해보니 폐색 부위가 여러 군데로 확인돼 전신마취를 하고 혈관을 뚫는 시술과 막힌 혈관 주위로 새로운 혈관을 잇는 혈관우회술을 동시에 하는 하이브리드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다리동맥폐쇄질환의 진단은 혈류초음파검사나 동맥혈류검사(ABI)로 비교적 간단하게 이뤄진다. 척추협착증이나 추간판탈출증 같은 척추질환이나 당뇨병성 신경증, 관절염과는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당뇨병 환자라면 혈관성 궤양인지 신경병증이 원인인지 구별해야 한다. 검사 결과 혈관이 원인이면 혈류검사 수치가 낮고 척추질환이나 당뇨병성 신경증 등이 원인이면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난다.


치료는 초기에는 항혈소판제나 혈관확장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하다가 증상이 심해지면 혈관 내 치료나 혈관우회술을 하게 된다. 혈관 내 치료는 혈관을 뚫는 풍선확장술, 스텐트 삽입술 등이 있다. 풍선확장술은 좁아진 혈관을 풍선으로 넓히는 원리다. 최근에는 약물방출풍선, 약물방출스텐트, 경피적 죽종제거술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동맥질환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습관과 적당한 운동이 중요하다. 흡연자는 금연해야 한다. 혈관질환을 앓고 있다면 근력운동보다는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걷기·자전거타기·조깅·수영·줄넘기 등의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강도 근력운동은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담배를 피거나 10년 이상 당뇨병을 앓았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가 필수다.


김장용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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