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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생태계의 신인류를 창조하다…앤트파이낸셜 글로벌 사장 더글라스 피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아마존은 쇼핑의 방식을 바꾸고, 애플은 음악산업의 판도를 뒤집었다. 세계 1위 핀테크 기업 앤트파이낸셜은 중국인의 소비 트렌드를 바꾸고 삶의 방식을 뒤집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앤트파이낸셜의 해외 사업개발과 운영 전략, 마케팅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더글라스 피긴 글로벌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앤트파이낸셜 더글라스 피긴 글로벌 사장은 “3년 안에 해외에서 100만 개의 알리페이 가맹점을 확보할 것”이라며 해외시장 본격 공략을 선언했다.

앤트파이낸셜 더글라스 피긴 글로벌 사장은 “3년 안에 해외에서 100만 개의 알리페이 가맹점을 확보할 것”이라며 해외시장 본격 공략을 선언했다.

중국에서는 길거리 거지도 QR코드(2차원 바코드)를 들이대며 구걸한다. 거지가 QR코드를 스캔해 모바일 결제로 적선을 받는다. 설날 세뱃돈도 스마트폰으로 주고받는건 일상화된지 오래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결제할 수 있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인의 삶은 스마트폰으로 중심으로 돌아간다”라며 “알리페이(전자결제 서비스) 앱 하나만 키면 출생·혼인신고부터 토익점수 확인까지 가능하다”고 앤트파이낸셜(알리페이의 모회사)의 피긴 사장이 말했다.

중국인 3명 중 1명은 앤트파이낸셜 서비스를 이용한다. 돈과 관련된 중국인의 모든 활동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돈을 벌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금융 생태계의 변화에 대해 피긴 사장은 “보통 사람이 월스트리트 최고 전문가와 동일한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혁신적 변화도 있고, 농촌의 중소기업인을 위해 저금리 대출을 용이하게 하는 일상적 변화도 있다”고 말했다.

알리바바 자회사로 시작해 금융관계사로 분사

이 모든 변화의 속도는 기존 금융권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전년 대비 40% 성장했다. 같은 기간 중국 은행들의 모바일 결제 시장 점유율은 1.8%에 불과했다. 나머지 98.2%는 알리바바(앤트파이낸셜), 텐센트(텐페이) 등 인터넷 기술을 금융에 접목한 핀테크 기업이 차지했다. 그 덕분에 핀테크 기업은 지난해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 1500억 위안(약 25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시장조사업체 어날리시스에 따르면 앤트파이낸셜의 알리페이는 이 중국 모바일결제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63%)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텐센트의 위챗페이(23%)다.

한국인들에게 알리페이는 알리바바(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의 금융 자회사로 알려져있다. 시작은 그랬다. 알리페이는 지난 2004년 10월 타오바오(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의 결제를 지원하기 위한 용도로 알리페이를 만들었다. 중국은 신용등급 산출이 어려운 고객이 많아서 대도시만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았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신용카드가 현금을 넘어서는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신용카드는 화이트 칼라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알리페이의 출현은 많은 중국 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피긴 사장은 “신용카드가 충분히 보급되지 못한 상황에서 인터넷 쇼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결제의 안전성을 보장해야 했고, 알리바바가 만든 알리페이의 에스크로 서비스는 이러한 고민을 해소해주었다”고 설명했다. 에스크로 서비스란 구매자의 결제 대금을 제3자에게 예치하고 있다가 배송이 정상적으로 완료된 후 대금을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거래 안전 장치다. 낮은 신용카드 보급으로 인한 불편함이 모바일 결제시장 확대를 위한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알리페이는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하지만, 보통은 알리페이 계좌로 현금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알리페이 계좌로 입금된 자금은 마치 가상 화폐처럼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 결제는 당연하고 모바일 앱을 통해 바코드를 인식하는 방법으로 교통요금, 공공요금, 오프라인 쇼핑 등 거의 모든 결제를 지원했다.

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은 기술이 금융산업을 이끌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이것이 분사의 계기가 됐다. 그는 “규제상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알리바바에서 알리페이를 떼기로 결정했다”라며 2011년 알리페이 등 알리바바그룹 내 있던 모든 금융사업을 묶어 ‘앤트파이낸셜’이라는 이름을 가진 금융회사로 분사시켰다. 그리고 금융회사의 이름을 앤트파이낸셜로 지었다. 중국어 이름은 마이진푸. 중국어로 마이(蟻)는 개미를, 진푸(金服)는 금융서비스를 뜻한다.

이에 따라 알리페이가 가진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대출과 머니마켓펀드(MMF), 신용평가 등 다양한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 피긴 사장은 앤트파이낸셜의 성장 비결을 ‘신용을 통한 부가창출’이라고 말했다. 2011년말 앤트파이낸셜은 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허가를 받고 2013년 6월 위어바오(余??)라는 MMF, 즉 투자 상품을 내놨다.

‘남은 돈 주머니’라는 문자 뜻 그대로 충전하고 남은 돈을 활용하도록 했다. 타오바오, T몰 등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알리페이의 고객 거래 계정에 남아 있는 여유 자금을 투자하도록 했다. 고객의 여유 자금을 톈훙(天弘)자산운용이 운영하는 통화펀드에 위탁·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선불 충전식 카드를 활용한 이 펀드는 시장을 뒤흔들어놨다. 위어바오는 출시 1년 만에 세계 4위 MMF로 성장했다. 미국 페이팔이 1999년 개발한 온라인 MMF를 앤트파이낸셜이 성공시킨 것이다.

앤트파이낸셜은 미국의 페이팔보다 5년 늦은 2004년 전자결제대행 서비스로 시작했다. 하지만 앤트파이낸셜은 위어바오를 출시한지 1년 만에 가입자 1억 명, 수탁금 570억 위안을 달성하며 세계 4위(수탁금 기준) 규모의 자산관리 회사로 도약했다. 위어바오 모델은 상업은행에 의존해 판매해오던 기존의 펀드 판로를 온라인으로 확대시킴으로써 상업은행들이 독점해왔던 펀드 대행서비스를 세분화했고 이는 은행들에 큰 타격을 가져왔다. 결국 위어바오 금리는 13~14% 치솟으며 설정액이 1년 만에 100조원까지 늘어났다.

위어바오는 시장 금리가 13~14% 올라가 있는데도 3~4% 금리에 머물고 있는 은행상품 시장을 파고들었다. 위어바오의 성공은 알리페이가 단순한 온라인 결제도구가 아니라 자산을 관리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시켰다. 현재 위어바오는 중국 최대이자 글로벌 2대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로 급부상했다.

중국의 금융 후진성이 핀테크 기업에는 기회

마윈의 진짜 보물은 개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현재 앤트파이낸셜 (비상장회사)의 지분 37.9%, 알리바바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 앤트파이낸셜, 중앙포토]

마윈의 진짜 보물은 개미?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현재 앤트파이낸셜 (비상장회사)의 지분 37.9%, 알리바바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 앤트파이낸셜, 중앙포토]

기존에는 신분증을 들고 직접 은행에 가서 계좌를 만들고, 길고 복잡한 데이터 사이에서 한두 개의 자산관리제품을 선택해야 했다. 금융에 대한 지식과 펀드 마켓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어려운 과정이었다. 하지만 앤트가 개미를 뜻하듯 앤트파이낸셜은 작은 고객에 집중했다. 적은 액수로 쉽고 간편하게 돈을 벌 기회를 찾은 것이다. 위어바오의 최소 투자금은 1위안(약 180원)인 데 비해 은행 금융 상품의 최소 투자금은 5만 위안(약 900만원)이다. 은행 상품의 수익률을 확인 하려면 최소 3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반면 위어바오는 매일 수익률을 확인하고 언제든지 돈을 출금할 수 있다.

위어바오가 중국 금융 업계에서 혁명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진 허우난 중국 공상은행 서울지점 부지점장은 11월 23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인터넷금융포럼에서 “인터넷 발전으로 인해 대부분의 가정에서 다양한 금융 수요가 생겨났고 재테크 기준이 높아졌으나 기존 금융 서비스는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며 “전통적 은행업이 새로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중국 인터넷 금융 발전의 큰 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앤트파이낸셜은 모바일 결제와 더불어 중국 핀테크산업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개인 간(P2P) 대출 사업에도 진출했다. 돈을 빌리고 빌려주려는 개인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는 시스템으로 일반 은행의 대출보다 금리가 높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세계 최대 제조업 대국으로 올라섰지만 금융산업은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 인프라도 취약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중국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는 인구 10만명당 37개(2014년 기준)로 미국(173개)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신용카드 수도 중국은 0.33개로 미국(2.97개)에 크게 뒤진다.

피긴 사장은 “P2P 대출시장 역시 앤트파이낸셜이 구축한 신용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서는 대출받을 수 없는 개인과 중소 상공인이 P2P 대출 시장으로 몰리면서 2013년 55억 달러였던 중국의 P2P 대출 시장이 2014년에는 169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중국 정부 역시 전통 금융산업의 낙후성을 보완하기 위해 핀테크산업을 집중 육성해왔다. 대부분의 핀테크 산업 분야에 대해 ‘사전승인’보다는 ‘사후보완’ 방식의 규제를 도입했고, 국유 상업은행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 텐센트 등 핀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민영은행 설립을 승인해줬다.

2015년 앤트파이낸셜은 더 많은 펀드를 보유하며 온라인 은행·보험 서비스를 시작했고, 중국 최초로 주식기반 크라우드펀딩 자격을 획득하며 앤츠닥(Antsdaq)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도 설립했다. 현재 알리페이, 위어바오를 포함해 자오차이바오(招??·모바일 재테크 플랫폼), 왕샹은행(?商?行·인터넷 전문은행), 마이화베이(蟻花唄·선소비후결제 서비스), 즈마신용(芝麻信用·신용평가 서비스)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박혜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인 핀테크에 가장 가깝게 간 기업은 현재로서는 알리페이인 듯 하다”고 말했다.

앤트파이낸셜의 알리페이는 이미 중국 내에서만 3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택시 호출, 호텔 예약, 영화 티켓 예매, 병원 예약, 공과금 납부, 금융 상품 주문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가고 있다. 앤트파이낸셜이 그리는 미래는 단지 서비스 영역의 확대로만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핀테크를 바탕으로 얼굴인식·홍채인식 결제는 물론 VR 쇼핑까지 가능한 단계에 올랐다.여태껏 VR 기능을 활용한 윈도 쇼핑은 가능했지만 결제까지 VR로 가능하게 한 것은 전 세계 최초다. 인식률은 99.9%에 달한다.

눈 깜빡이면 결제되는 VR쇼핑도 자체 개발

앤트파이낸셜 마스코트인 개미의 색깔은 2011년 알리바바 (오렌지색)에서 분사할 때 독립적인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사진 앤트파이낸셜, 중앙포토]

앤트파이낸셜 마스코트인 개미의 색깔은 2011년 알리바바 (오렌지색)에서 분사할 때 독립적인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사진 앤트파이낸셜, 중앙포토]

VR페이를 개발한 앤트파이낸셜 F스튜디오의 연구원 린펑은 “계산대, 결제 프로세스, 보안인증방식 등 가상 공간에서의 결제 표준도 이미 만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피긴 사장은 “앤트파이낸셜은 결제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금융과 빅데이터, 기술을 종합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앤트파이낸셜이 만들어낸 생태계는 국경을 초월한다. 서울 명동에 자리한 티니위니 명동2호점은 2015년 알리페이를 도입했다. 지난달 알리페이 연례 파트너 콘퍼런스에 참석한 임명순 점장은 “전체 중국인 관광객 중 알리페이를 통한 결제 비율이 40% 가까이 된다”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알리페이를 통한 결제 승인 금액은 무려 3배 이상 늘었다.

현재 국내에서 알리페이와 제휴한 가맹점은 주요 백화점, 면세점을 포함해 3만2000여 곳이다. 해외 가맹점(전체 8만 개) 중 40%가 한국 가맹점이다. 피긴 사장은 “한국은 알리페이 매출·가맹점 수 1위 국가(중국 제외)”라며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이 보다 편리하고 쉽게 알리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가맹점 수를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한국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은 앤트파이낸셜을 통해 여행 준비 단계에서부터 숙박이나 음식, 쇼핑 업체 등의 정보를 추천받는다. 한국으로 여행을 온 뒤 쇼핑을 할 때도 카드나 현금이 필요 없다. 알리페이의 가맹점을 이용하면 미리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 놓은 알리페이를 통해 얼마든지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온라인으로 세금 환급을 받는 것도 편리하다. 여행을 마치고 중국에 돌아간 뒤에도 혜택이 계속 주어진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쇼핑한 물건이 마음에 들어 추가 구매를 하고 싶다면 알리페이를 통해 언제든지 재구매가 가능하다. 물건에 이상이 있다면 애프터서비스 신청도 가능하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다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연결하는 ‘오투오투오(O2O2O)’ 마케팅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앤트파이낸셜 생태계에서 카드·현금 없이 생활하던 중국의 신인류의 탄생, 지갑 없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사진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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