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 생각과 마음이 갈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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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무 결심도 못 했는데 새해가 왔습니다. 중앙일보와 교보문고는 ‘이달의 책’ 1월 주제를 ‘생각과 마음이 갈 길’로 정했습니다.

올 한 해 어떤 생각으로 살아야 할까요. 무슨 목표를 잡아야할까요.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책 속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들춰냅니다.

정리·정돈하지 말라, 창조적 혁신 원한다면

메시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위즈덤하우스
448쪽, 1만6800원

‘혼돈과 무질서’의 유용성을 강조하는 책이다. “정리정돈의 유혹에 빠지지 말라”는 색다른 경고를 한다. 저자는 전세계 30개국에서 출간된 『경제학 콘서트 』를 썼던 경제 칼럼니스트다. 그는 혼란스럽고 엉망진창인 상태를 뜻하는 ‘메시(messy)’를 “창조적 혁신과 회복탄력성을 이끌어내는 키워드”로 봤다. 그에 따르면 잘 쓰인 원고를 그대로 읽는 연설은 청중을 열광시키지 못하고, 깔끔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쉽게 무기력과 의욕 저하를 느낀다. 또 책상에 온갖 잡동사니를 쌓아 놓고 일하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고, 표준화된 놀이터보다 버려진 공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사고를 훨씬 덜 당한다. 책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들을 보여준다.

혼돈·무질서의 가장 큰 효용은 창의성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챌런 네메스와 줄리안 콴의 실험이 이를 증명한다. 두 명씩 짝을 지어 파란색과 초록색 슬라이드를 보여주면서 그것이 무슨 색인지 묻고 답하게 한 실험이었다. 두 명 중 한 명은 실험 도우미로, 거꾸로 대답해 피실험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피실험자가 혼란을 느낄 때쯤 색깔에서 연상되는 단어를 아무것이나 말해보라고 했다. 평소 파란색에서 ‘하늘’ ‘바다’ 등을 떠올렸던 피실험자들이 ‘재즈’ ‘불꽃’ ‘슬픔’ ‘피카소’ 등 훨씬 독창적인 단어들을 내놨다. 실험과정의 산만함이 갇혀있던 창의성을 끌어낸 것이다.

어질러진 사무실 환경이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사실은 자율성·결정권과 관계된 문제이기도 하다. ‘스웨터를 의자등받이에 걸쳐두지 말라’ ‘캐비넷 위에 장식품을 올려놓아서는 안된다’ 따위의 규정에 따라 한 치 어긋남 없이 정리된 사무실은 근로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저자는 “사람은 자신이 속한 공간을 통제한다고 느낄 때 활력을 느낀다”고 했다.

질서와 규칙을 깨는 즉흥성·의외성은 기계가 따라오지 못할 인간의 강점이 될 수 있다. 영국의 통신회사 O2의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2012년 O2에 24시간 이상 지속된 접속장애가 발생했을 때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밀려들었다. O2의 소셜미디어팀은 표준절차에 따라 대응했다. ‘서비스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로 시작되는 모범답안을 빠르게 복사·붙이기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라는 직원은 이런 방식으론 고객들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니 엄마한테 욕을 퍼부어도 사과만 하면 되겠지?”란 고객의 글에 “어머니는 그런 욕에 신경 쓰지 않으실 것입니다”란 답을 쓰는 식의 즉흥적인 대응을 했다. 효과는 컸다. O2가 인간적인 브랜드로 부상하면서, O2의 처지를 동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이토록 귀한 무질서의 가치가 왜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도 명쾌하다. “우리가 꿈꾸는 성공은 대개 혼란과 무질서라는 토대에서 세워진다. 하지만 성공 이후에는 모든 혼란과 무질서가 사라지고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만 드러나기 때문에 우리가 잘 알기 어려울 뿐이다.”(11쪽)

[S BOX] 무질서 속의 정돈 원하면…자주 쓰는 건 왼쪽이나 맨 위로

종이문서를 깔끔하게 정리하겠다며 날짜·주제 등에 따라 분류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일본의 경제학자 노구치 유키오의 정리법이 훨씬 효율적이다. 노구치 시스템에는 범주화가 없다. 서류가 생기면 봉투에 넣은 뒤 봉투 가장자리에 무슨 서류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이름을 쓴 다음 책꽂이에 꽂아놓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사용한 서류는 반드시 책꽂이의 왼쪽 끝에 꽂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주 사용하는 문서는 왼쪽으로 이동하고 거의 사용하지 않은 문서들은 오른쪽으로 이동한다. 가끔씩 오른쪽에 몰려있는 서류들을 치우기만 하면 정리는 끝이다.

이는 책 『완전한 혼란, 무질서의 숨겨진 이득』에서 제시한 ‘쌓아두기’ 법과도 비슷하다. 책상 위에 서류뭉치를 쌓아두고, 사용한 서류를 맨 위에 올려놓는 방법이다. 서류를 꺼낼 때마다 서류뭉치의 맨 위가 바뀌고, 사용하지 않는 서류들은 점차 밑으로 내려간다. 언뜻 보기엔 무질서한 듯 보이지만 유용한 것을 선별해 위로 끌어올려 놓는 실용적인 시스템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온갖 잡다한 생각을 하게하는 낯선 이야기들

인생의 발견
시어도어 젤딘 지음
문희경 옮김, 어크로스
448쪽, 1만6800원

당신은 누구인가. 어디로 가는가. 살면서 우리가 숱하게 듣는 질문이다. 결코 피할 수 없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해버리기 쉬운. 다행히도 유럽의 석학인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더 많이 읽고 배우라 하지 않는다. 대신 생각하되, 소통하라 권한다. 생각만큼 혼자 놔두면 외롭고 무력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생각의 물꼬를 트는 방법도 신선하다.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의 전기를 읊는 대신 은밀하면서도 솔직한 증언을 남긴 수많은 개인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1859년 이란 술탄나바드에 살던 23살 청년 사이야흐가 “세상에 무지보다 더 큰 장애는 없다”는 말을 남기고 18년 동안 세상을 떠돈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시대의 위대한 모험은 무엇인가’에 관한 담론을 이끌어내는 식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낯선 이야기이다 보니 독서에 쉬이 속도가 붙지는 않지만 생각은 확장에 팽창을 거듭한다. “내 머릿속에 들어온 오만 가지 생각 중에서 몇 가지만 수태되어 새로운 생각으로 탄생한다. 생각은 본래 짝을 찾아 줄기차게 맞선을 보고 추파를 던지고 사랑을 나누기 때문에 부모가 누군지 정확히 모른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온갖 잡다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유머가 저항의 수단이 될 수 있을까’ ‘한 사람이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국가는 몇 개인가’ 등 얼핏 연관성이 떨어져 보이는 28가지 질문이 무리 없이 이어지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일 터다.

다른 생각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사람은 뮤즈요, 생각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사교활동이라 믿는 저자는 타인이 요구하는 정보가 아닌 자신이 알리고 싶은 내용이 담긴 여권을 만들고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을 담아 저마다의 자서전을 쓰기를 권한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과거를 불러내 현재에 더 큰 희망을 주는 미래를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는 얘기다. 실천이 쉽진 않겠지만 곱씹어볼 만한 제안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문재인·반기문·이재명…사주로 풀이한 잠룡의 운세는

명리 - 운명을 조율하다
: 심화편

강헌 지음, 돌베개
452쪽, 2만원

강헌(57)은 더 이상 대중음악 평론가가 아니다. 명리학의 개념과 이론을 쉬운 언어로 풀어내는 명리학자다. 지난해 4만 부가 넘게 팔린 『명리-운명을 읽다 : 기초편』의 인기에 힘입어 명리학자 강헌이 두 번째 명리학 책을 내놨다. 이번에는 심화편이다. 기초편이 음양오행의 원리 등 명리학의 기본 개념을 풀이했다면 심화편은 기본 개념을 삶에 적용하는 전략과 전술을 소개한다.

심화편이니 어렵다. 명리학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책장 한 장 넘기기가 벅찰 대목도 여럿이다. 그렇다고 아예 못 읽을 정도는 아니다. 180명이 넘는 유명인의 사주명식(四柱命式) 풀이를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히틀러·김성근·김어준·정주영·헤밍웨이·김연아·세종대왕·문선명 등 시대와 국적, 직업을 초월한 유명인사의 사주와 생애가 맞아 떨어지는 대목에서는 명리학이 허튼 미신의 영역이 아니라 동양철학에 기초한 세속의 실용학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특히 세종은 피부병·당뇨 등 병력(病歷)은 물론이고 다복한 자녀운 등 사소한 부분까지 사주명식에 맞는 삶이었다고 한다(120쪽).

마침 눈길이 가는 인물들이 있다.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들이다. 문재인·이재명·손학규·반기문·안철수 등 유력인사의 사주풀이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들 중에서 누가 올해 운이 좋은지는 천기 누설 또는 영업 방해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 밝히지 않는다.

명리학자 강헌이 생각하는 명리학은 우주의 이치에 순응하는 인간 성정의 질서다. 따라서 인간의 운명은 사주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명리학이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나 주문(呪文)이 아닌 까닭이다.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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