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론

대입 정시모집 40%는 유지해야

중앙일보

입력 2017.01.07 00:01

업데이트 2017.01.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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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안연근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 잠실여고 교사

안연근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
잠실여고 교사

2017학년도 수시모집이 끝나고 정시모집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정시모집 지원을 상담하러 오는 학생이 현저히 줄었다. 예년에는 시간을 정해 놓고 줄을 지어 상담했는데 이제는 드문드문 상담하러 오는 학생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정시모집 인원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정시모집 인원은 계속 줄고 있다. 2017학년도는 전체 모집인원의 30.1%를 선발한다. 2018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은 26.3%, 수시모집 인원은 73.7%다.

수시 비중 70%로 해마다 상승
공교육 정상화엔 기여했지만
학생·교사·학부모 부담 커져가
예측 가능, 공정성 논란도 숙제

그동안 대입 전형은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 왔다. 변화의 핵심은 정시모집 비중 감소다. 상대적으로 수시모집이 늘어난 이유는 수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자는 취지다. 수시모집에서 고교의 학생부 반영 비중을 높임으로써 고교 교육 과정이 충실하게 운영될 것이라 기대했고, 어느 정도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한 면도 있다. 그러나 수시모집에서 학생부 반영 비중이 높아져 학생들의 학교생활 충실도가 향상됐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했다고 판단하긴 어렵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평가다. 아직도 대부분의 고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꿈과 끼를 북돋우는 교육이 아니라 수능 대비를 위한 교사 주도의 강의식 수업이 중심을 이룬다. 수능 응시자 수를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발표한 2017학년도 수능 응시자 수는 55만2297명이다.

하지만 이 중 상당수 학생은 실제로 수능 성적이 필요하지 않다. 수시모집에서 수능 성적은 수능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되는데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필요하지 않은 응시자 수는 학생부 종합전형 7만2000여 명, 학생부 교과전형 7만여 명, 전문대 수시 1, 2차 합격자 17만여 명이다. 31만2000여 명이 불필요한 수능 시험에 들러리를 선 셈이다. 수시모집 비율이 70%를 넘기다 보니 학생부 종합전형 등 수시모집을 준비하지 않을 수도 없다. 또 수시모집에 합격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실제로는 필요하지 않지만 수능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들은 수시모집 대비를 위한 학생부 교과·비교과 준비뿐만 아니라 논술 등 대학별 고사, 정시모집의 수능까지 준비해야 하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바에는 정시모집 인원을 40% 정도 유지해 수능 공부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출구를 넓혀 주는 게 보다 현실적이며 합리적이다.

높은 수시모집의 선발 비율을 재조정해야 하는 이유는 첫째, 수시모집에서 탈락한 학생들에게 정시모집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현재의 정시모집 인원은 너무 적어 수능에 강한 졸업생들의 잔치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시모집의 전형 유형별 선발 비율은 학생부 교과 20%, 학생부 종합 20%, 논술 등 대학별 고사 15%, 실기(특기자) 5% 정도로 하는 게 학생들에게 적절한 선택의 폭이 될 것이다.

둘째, 수시모집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경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 수시모집에는 전국적인 수준에서 지원자들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전형자료가 없다. 해당 대학들의 선발 기준도 명료하지 않기 때문에 당락의 합리적 예측이 힘들다. 합격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모집 인원이 많은 수시모집에 지원하지 않으면 괜히 나만 손해라는 우려 때문에 일단 수시모집에 지원해 보자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정시모집보다 훨씬 높은 수시모집의 경쟁률을 통해 알 수 있다.

셋째, 수시모집 위주의 전형은 일선 고교에 너무 많은 부담을 안기고 있다. 수시모집은 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전형 방법이 천차만별이라 교사들이 관련된 정보를 찾아 수집하고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또한 학생부의 비교과활동 내용을 충실하게 기록하기 위한 각종 교내 프로그램 마련과 지도 및 기록에 과다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시모집 지원에 필요한 추천서, 자기소개서, 면접 및 구술고사 준비 등도 일일이 도와줘야 한다. 교사들은 수업 준비는 고사하고 수업 자체를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들 역시 학생부가 수시모집에 반영되지 않는 3학년 2학기부터는 학교생활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다.

넷째, 대학의 수시모집 입학전형 관련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 수시모집의 전형 방법은 서류심사, 면접 및 구술고사를 많이 활용하고 있어 부득이 해당 대학의 학과 교수들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보직 교수들은 물론 일반 교수들의 연구나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능 성적만으로 한 줄 세워 정시모집에서 모두 선발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수시모집은 공교육을 살릴 수 있는 전형 제도다.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인해 10여 년 전 인구에 회자됐던 교실 붕괴라는 말은 사라졌다. 다만 고교와 대학의 역량에 맞게 수시모집 인원을 적절하게 조절하자는 것이다.

안연근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수석대표·잠실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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