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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납품 지시 관련 “민원 중시는 육영수 철학”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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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헌법 원칙을 재확인할 것입니다.”(국회 탄핵소추위원장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

반격 나선 대통령 대리인단
“촛불, 민심 아니다”에 방청석 웃음
“최순실 태블릿 검증을” 조작설 제기
세월호 당일 시간대별 행적 안 내놔
안봉근·이재만·이영선은 불출석

“헌재가 대통령을 파면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되돌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대통령 측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

5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차 변론기일 시작 전부터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측 대리인단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후 양측 대리인단은 수시로 귀엣말을 주고받으며 전략을 논의했다.

권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 사항 9가지를 다시 강조했다. 반면 대통령 측은 “모두 진실이 아니다”고 조목조목 혐의를 반박했다. 박 대통령 측의 변론에 방청객이 술렁이기도 했다. “촛불 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는 말에 방청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촛불집회에 태극기와 애국가를 부정하는 세력이 참가했다” 등의 ‘색깔론’도 주장했다. 일부 사실을 인정하는 대목에서는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 결점 없는 집단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 측은 비선 조직을 이용한 국정 농단 사유에 대해 “40년 지인인 최순실에게 지극히 일부 의견을 청취해 국정 운영에 조금 참고로 했다. 조직적인 국정 운영 관여는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내세웠다. 다만 “최씨가 이 과정에서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이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측은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결정적 증거가 된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해선 조작설을 제기했다.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가 실제 최씨의 것인지, 제3자가 한꺼번에 정보(파일)를 입력해 놓은 것인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태블릿PC에 대한 감정서가 헌재에 증거로 제출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탄핵심판이 2008년 봄 많은 국민이 참여했던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와 그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친구 아버지 회사인 KD코퍼레이션이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최씨가 개인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한 민원이라고는 (박 대통령이) 상상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 측은 “박 대통령이 어린 시절 어머니(고 육영수 여사)를 따라다니며 ‘대통령에게 온 민원은 마지막 부탁이므로 절대로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경험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대통령이 삼성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대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청탁을 들어줬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합병 결정 주주총회(2015년 7월 17일)가 박 대통령·이재용(49) 부회장의 독대(같은 해 7월 25일)보다 앞서 이뤄진 점 ▶안종범(58·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메모에 합병과 관련한 대통령의 지시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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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을 모은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승객 구조 상황 등을 모두 파악하고 ‘일몰 전 생사를 확인할 것’ 같은 구체적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헌재가 석명을 요구한 대통령의 사고 당일 시간대별 행적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증인·증거를 채택함에 있어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해야 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하지만 강일원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형사소송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혼동하지 말아 달라”고 일축했다. 이날 안봉근(51)·이재만(51) 전 청와대 비서관은 불출석했고 이영선 행정관은 이날 오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윤호진·서준석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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