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어떤 영화가 개봉할까. 역시 영화 팬이라면 연초에 한 해의 기대작을 미리 살펴보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 magazine M이 독자들을 위한 새해 선물로 ‘2017년 상반기 개봉 외화 미리 보기’를 준비했다. 기자들이 사심을 가득 담아 추리고 또 추린 ‘절대 놓칠 수 없는’ 외화 기대작 19편의 목록을 공개한다. 작가 감독의 신작부터 블록버스터, 믿고 보는 배우의 출연작, 영화제 화제작 그리고 애니메이션까지 모두 그러모았다. 국내 개봉일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영화는 개봉 달만 표시했다. 지친 삶에 위로를 안겨 줄 영화들과 함께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사일런스
앤드류 가필드, 애덤 드라이버, 리암 니슨 | 2월 22일 예정
magazine M이 꼽은 외화 기대작 19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분노
기대 포인트 세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그중 누가 진짜 범인인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사건의 퍼즐을 푸는 재미를 넘어, 세 인물과 그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지금 현대 일본에 만연한 분노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그 분노는 ‘도쿄의 신혼부부가 난데없이 왜 그토록 끔찍하게 죽임당해야 했느냐’는 물음에서 출발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비인간성 자체를 겨냥한다. 불신·의심·차별·폭력…. 지독하게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그에 대한 분노는 또 다른 폭력으로 이어진다. 현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분노의 감정을 숨이 콱 막히도록 강렬하게 쫓던 영화는, 마침내 ‘인간’이라는 존재 안에서 작은 희망을 훔쳐본다. 그 결말이 숭고하게 다가올 정도다. 이런 영화는 감독 자신이 몸담은 사회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때에야 비로소 탄생한다. 지난해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벅차오르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잃어버린 도시
기대 포인트 칸국제영화제가 사랑하는 미국 감독 제임스 그레이. 그는 특유의 고전적인 연출로, 사랑에 관한 드라마로 인간의 보편적 욕망을 포착해 왔다. 두 여성을 오가는 한 남성을 그린 ‘투 러버스’(2008), 살기 위해 사랑을 택한 1920년대 미국 이민자들을 그린 ‘이민자’(2013)가 그랬다. 이번엔 인기 논픽션 소설을 원작 삼은 초대형 어드벤처영화다. 그가 그린 총천연색 아마존은 어떤 모습일지, 포셋의 뜨거운 탐구욕은 어떻게 나타날지 기대감이 치솟는다. 참고로 제작은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원더스트럭
기대 포인트 ‘캐롤’(2015)을 통해 사랑에 빠진 두 여성의 시선을 섬세하게 그린 토드 헤인즈 감독. 그의 차기작은 ‘휴고’(2011,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원작자 라이언 셀즈닉이 2012년 집필한 소설 『원더스트럭』(뜰북)을 원작으로 한다. 이 영화에서는 1927년과 1977년에 사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하나는 말로, 또 하나는 그림으로 묘사해 교차적으로 보여 줄 예정. 특히 1927년 이야기에서 로즈 역은 실제 청각장애인 배우 밀리센트 시몬스가 연기하며, 무성영화식으로 만든다고. 과연 헤인즈 감독은 어떤 마법으로 50년이나 떨어진 시간대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낼까.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컨택트(가제)
기대 포인트 줄거리만 보면 외계인 침공을 다룬 뻔한 SF영화 같지만, ‘드니 빌뇌브’라는 이름은 당신의 우려를 날려 줄 것이다. ‘프리즈너스’(2013)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2015) 등 인간 본성의 어두운 내면을 탐구해 왔던 빌뇌브 감독. 이번에는 외계인과 소통하려는 언어학자를 통해 지구와 다른 문화권, 궁극적으로 ‘타인과의 소통’에 대한 뼈 있는 질문을 던진다.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과 더불어, 기이하고 신비한 이미지에 묵직한 주제를 솜씨 좋게 요리하는 빌뇌브 감독의 진가를 다시금 확인할 작품.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언노운 걸
아델 하에넬, 제레미 레니에 | 상반기
기대 포인트 ‘로제타’(1999) ‘더 차일드’(2005) ‘내일을 위한 시간’(2015) 등 사회적 시스템에 희생되는 약자의 모습을 통해 윤리적 책임을 반문해 온 장 피에르 다르덴·뤽 다르덴 형제 감독. 이번엔 의도치 않게 가해자가 된 의사의 시점으로 유럽 의료 현실을 파헤친다. 제니는 흑인 소녀의 죽음을 추적하며,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의 실체에 다가간다. 한 인간으로서 소녀의 존재감이 드러날수록 제니는 더 묵직한 죄의식에 시달린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숨통을 죄어 오는 내적 갈등을 치열하게 그리는 것은 다르덴 형제 감독의 장기. 이미 유수 해외 영화제에서는 프랑스 신인 배우 아델 하에넬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러빙
기대 포인트 제아무리 새로운 아이디어가 눈길을 빼앗고, 신종 장르가 기발함을 뽐내도 절절한 사랑 이야기만큼 우리를 무장 해제시키는 것은 없다. ‘테이크 쉘터’(2011) ‘머드’ ‘미드나잇 스페셜’(2016)을 통해 쭉, 온 세상이 반대하는 신념을 지키는 주인공들을 그려 왔던 제프 니콜스 감독의 영화라면 더욱 그렇다. 니콜스 감독은 ‘러빙’을 통해 다시 한 번 관객에게 그 질문을 던질 것이다. ‘당신은 세상과 법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사랑을, 그에 대한 믿음을 지킬 수 있는가.’ 그에 대한 대답, 그 위대한 사랑의 찬가가 이 영화에 담겨 있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