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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희의 맛따라기] 깊고 섬세하고 새로운 맛…귀국한 재일동포의 ‘박가 일본요리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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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 ‘박가 일본요리점’의 차슈멘(삼겹살라면/1만6000원). 값이 센 듯하지만 최고급 삼겹살로 만들어 아기 손바닥만하게 잘라 두툼한 차슈(맛 간장에 절여 굽거나 찐 돼지고기) 넉 점이 들어가 있는 걸 감안하면 비싼 것은 아니다. 고명으로 올린 고기 같은 나물은 소금에 절이고 1년을 삭혀 향이 독특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죽순이다.

광명시 ‘박가 일본요리점’의 차슈멘(삼겹살라면/1만6000원). 값이 센 듯하지만 최고급 삼겹살로 만들어 아기 손바닥만하게 잘라 두툼한 차슈(맛 간장에 절여 굽거나 찐 돼지고기) 넉 점이 들어가 있는 걸 감안하면 비싼 것은 아니다. 고명으로 올린 고기 같은 나물은 소금에 절이고 1년을 삭혀 향이 독특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죽순이다.

유행어를 쓰지 않을 수 없다. 포쓰 철철, 카리스마 작렬. 오너셰프가 그렇다. 겉보기에는 말 붙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떡 벌어진 어깨에 선 굵은 얼굴, 백발에 검은 콧수염, 갈기처럼 무성한 검은 눈썹, 인상이 강렬하다. 음식도 비슷하다. 70가지쯤 되는데 어디서 먹어본 맛이 아니다. 낯설면서 개성이 완고한 음식이다. 맛은 독특하지만 깊이가 느껴지고 어딘지 귀티가 흐른다. 무척 새롭다.

상호도 투박하다. 이자카야가 동네 골목까지 파고드는 요즘, 일본음식을 하지만 유행과는 거리가 멀다. ‘박가 일본요리점’(경기도 광명시 오리로54번길 8 다산캣츠빌딩 401호/전화 02-2681-1072). 지하철 7호선 철산역 2번 출구와 이어지는 철산 로데오거리 복판에 있다. 유선전화 지역번호가 서울 번호인 걸 보면 알 수 있듯 서울에서 멀지 않다. 포털 네이버의 업소 소개 글을 보면 “일본인이 운영하고 있는 일식당”이라고 했지만 주인은 일본인이 아니다. 한국인 밀양박씨 박하웅(朴夏雄·65)씨다. 그래서 상호가 박씨네 집이라는 뜻의 ‘박가(朴家)’다.

한우스테이크(살치살/8만원)

한우스테이크(살치살/8만원)

한우 살치살 스테이크 초벌구이를 하는 박하웅 ‘박가 일본요리점’ 대표가 고기에 뿌릴 조리용 와인을 오른손에 들고 고기 익은 정도를 살피고 있다.

한우 살치살 스테이크 초벌구이를 하는 박하웅 ‘박가 일본요리점’ 대표가 고기에 뿌릴 조리용 와인을 오른손에 들고 고기 익은 정도를 살피고 있다.

음식은 1인분 6000원짜리 우동부터 9만~10만원 받는 스페셜 초밥·회까지 아주 다양하다. 지난 연말 두 번의 토요일(24, 31일)에 그곳을 방문했다. 연인원 6명이 10가지 음식을 먹어봤다.(※음식 이름은 외국어표기법과 상관없이 그 집 메뉴판 표기를 따랐다.)

돈까스(9000원)·히레까스(1만원)·생선후라이(자연산광어/1만원)·차슈멘(삼겹살라면/1만6000원)·미소라면(1만원)·버섯우동(8000원)·한우스테이크 살치살 (8만원)· 네기토로마끼(파참치뱃살김밥/5만원)·생선회정식(5만2000원)·참치초밥 스페셜(9만원). 어느 것 하나 범상한 음식이 없다. 먹을수록 빠져든다.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 집 회와 초밥이 입 안에서 굼실거리는 듯하다. 개성 완고하고 독특한 맛의 음식에 대해 두서 없이 물어봤다. 한국말이 아직 온전하지 않은 그가 어렵게 설명한 내용을 요약하면, 맛의 뿌리는 삶의 궤적에 굳게 뻗어있었다. 수긍이 갔다.

박씨는 일본 혼슈 동북쪽 끝 지역인 이와테(岩手)현 야마다마치(山田町)에서 태어난 재일동포였다. 야마다는 깊은 만(灣)을 품고 태평양 물결에 발을 담근 바닷가 소읍(小邑)이다. 밀양에 살던 할아버지가 대구로 이주했고,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나고야로 갔다. 거기서 지역 쇼야(しょうや·일본 에도시대 간사이 지방 촌장의 호칭) 집안의 고명딸과 결혼해 5남2녀 7남매를 두었다. 박씨는 형제 중 막내였다.

참치초밥 스페셜(9만원)

참치초밥 스페셜(9만원)

아버지는 이와테로 이주해 음식점을 했다. 한국식 불고기, 일본라면, 중국요리 등을 했다. 아버지가 음식 하는 걸 늘 보면서 자랐다. 어머니는 친정이 나고야에서 잘살던 집이라 그 지역 일본음식에 솜씨가 있었다. 나고야는 혼슈 중남부에 자리한 일본 제3의 도시다. 평야와 간척지가 넓고 이세만 바다를 끼고 있어 물산이 풍부하다. 양친에게서 한국과 일본의 맛을 아울러 배웠다. 그 덕에 바로 위 형도 일본에서 현재 음식점을 하고 있다. 성장 후에도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며 맛있는 것을 많이 먹어봤다. 요리하는 친구를 여럿 둔 덕에 음식 만드는 일과 늘 친숙하게 살았다. 그 사이 그에게는 요리 실력보다는 맛에 대한 감각이 단련됐다. 먹어본 맛있는 음식을 미각으로 기억하고, 그 맛을 되살리는 상상력을 키웠다. 지금 음식을 만들고 개발하는 과정도 그 맛의 ‘복원’ 작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맛에 대해서 만큼은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맛을 제대로 나오게 하는 데는 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재료 좋은 것 쓰면 맛은 자연스럽게 나오게 돼 있다. 이상한 재료를 쓰면 자연스러운 맛이 절대 안 나온다. 그러면 인공조미료를 쓸 수밖에 없다.”

초밥에 쓰기 위해 참치 대배살(오도로)을 자르고 있다.

초밥에 쓰기 위해 참치 대배살(오도로)을 자르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살았던 44년간의 나날은 심신이 모두 나그네였다. 공사장 막일부터 십장(什長)까지 온갖 험한 일을 다 했지만 마음을 두고 삶의 닻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갓 스물이 넘은 1970년대 초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허리를 다쳐 공부 겸 요양을 하러 한국에 들어와 3년을 지낸 적도 있다. 그때 기억이 고국으로 그를 이끌었다. 1996년 일본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회복해 영구 귀국했다. 돌아오기 전 일본에서 현재의 부인인 한국사람 노예지(53)씨를 만나 결혼했다. 한복을 짓고 한지공예를 하는 부인은 재일동포들이 혼례 때 입으려고 주문한 한복 일을 하러 일본에 자주 오갔다. 그러던 중 인연이 닿았다. 귀국하면서 아내의 친정 동네인 광명에 정착해 바로 음식점을 열었다. 처음엔 돈까스와 우동만 하는 작은 음식점이었다. 낙지볶음과 불고기를 한 적도 있다. “낙지볶음을 연구하려고 아내의 친구들과 어울려 무교동에 여러 번 나갔다. 낙지볶음 양념에 재료가 20가지 넘게 들어가는 걸 알고 놀랐다. 그때 레시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정리한 기록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참치 대배살로 초밥을 쥐고 있는 박하웅 대표. 저 초밥은 한 점 값이 9000원이다.

참치 대배살로 초밥을 쥐고 있는 박하웅 대표. 저 초밥은 한 점 값이 9000원이다.

음식점은 일부러 숨은 듯 상가건물 4층에 깃들여 있다. 건물에 수많은 간판이 붙어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이라면 복잡한 약도가 필요했을 듯하다. 2004년 8월 19일 이곳으로 식당을 확장, 이전했다. 32평을 임대해 목수 한 명 데리고 6개월간 직접 주방 시설과 내장공사를 했다. 일본에서 했던 공사장 막일 경험이 도움이 됐다. 내부는 주방과 홀 넓이가 거의 같다. 메뉴 종류가 많아서 넓은 주방이 필요하단다. 주방이 넓어 육성으로 소통이 안 되니까 주문을 받은 사람은 마이크에 대고 말을 해 내용을 알린다. 좌석은 50석인데 테이블과 의자 모두 두툼한 원목으로 짰다. 직접 주문해 제작했다. 벽과 천장은 한지공예로 마감했다. 부인 솜씨다. 초기 비용은 많이 들었지만 내구성이 좋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한다.

생선초밥 특(5만2000원)

생선초밥 특(5만2000원)

좋은 식재료에 대한 그의 집요함은 대단하다. 처음 귀국하니 한국에는 고시히카리(越光) 쌀이 없었다. 일본에서 종자를 가지고 와 전라도 어느 농가와 계약재배 해서 그 쌀을 썼다. 지금은 한국에도 그 쌀이 생산돼 계약재배는 안 하고 좋은 걸 골라서 쓴다. 쌀이 좋아야 맛있는 밥이 지어진다. 한국 쌀을 쓰다 보니 구하기는 쉬워졌지만 순도와 신뢰에 문제가 생겼다. 생산지 표시도 정직하지 않고, 포장과 실물이 다른 것도 있고, 좋은 쌀이라고 해서 사다가 밥을 지어보면 좋은 쌀 속에 품질 낮은 쌀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잦았다. 지난 성탄절 전날 갔을 때 밥이 맛있었다. 밥이 좋다고 했더니 그는 생각이 달랐다. “쌀이 틀렸다. 바꿔야 한다. 밥알 중간 중간에 가끔 저급미가 섞여 있다. 이런 현실이 슬프다.”

생선회정식 특(5만2000원)

생선회정식 특(5만2000원)

그는 물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라면·우동·전골 같은 국물음식은 물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귀국 초기에는 지하수를 이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건물 4층으로 올라와 수돗물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각 끝에 일본에서 1200만원짜리 정수기를 사다가 걸러서 썼다. 그것도 5년을 썼더니 성능이 떨어져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소독약 냄새가 문제인데 끓이면 없어지니까 우선은 급한 대로 끓여서 쓴다고 한다.

고시히카리 쌀밥

고시히카리 쌀밥

늘 비슷한 밑반찬 5찬. 왼쪽부터 앞줄 멸치볶음·참치살장조림·다시마조림, 뒷줄 단무지와 염교(락교)절임, 김치.

늘 비슷한 밑반찬 5찬. 왼쪽부터 앞줄 멸치볶음·참치살장조림·다시마조림, 뒷줄 단무지와 염교(락교)절임, 김치.

네기토로마끼(5만원)

네기토로마끼(5만원)

미소라면을 먹어보니 우리가 아는 미소(일본 된장) 맛이 아니다. 다른 집 것과 확실히 다르다. 한국된장이 섞인 듯한 맛이다. 미소된장은 조리할 때 펄펄 끓이지 않는다고 한다. 맛이 증발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된장처럼 끓여서 먹는 ‘아카미소’가 있다. 보리메주를 넣어 만든 적갈색 미소이다. 한국된장과 비슷한 맛을 낸다. 미소라면 국물에 두 가지 일본된장을 섞어서 넣기 때문에 다른 집 미소라면과 맛이 다르고 한국된장 같은 맛도 있다고 한다.

우동도 그랬다. 생면을 사서 쓰니 우동 특유의 탱탱하고 쫄깃한 면발은 아니지만 국물이 달랐다. 마른생선(가다랑어포·디포리·멸치 등)과 다시마 등을 끓여서 일반 우동 국물과 딴판이다. 물에 간장을 푼 듯한 색깔에 그릇 바닥이 비칠 정도로 맑은 국물은 육미(肉味)가 진했다. 들큼하지 않고 깨끗한 맛이다. 깔끔하긴 해도 고기에서 나온 고소함이 끝에 따라왔다. 밑 국물을 어떻게 만드는지 물어봤다. 생닭(통으로)·소등뼈·돼지등뼈를 따로 고아서 섞는다고 한다. 별도로 사골국물 간장과 멸치·다시마 간장을 만들어 혼합한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기본 국물이 완성된다(더 자세한 내용은 말하기 꺼렸다). 맛내기 혼합간장이 박씨에겐 맛의 비결이다.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하니까 공장에서 만든 기성품 원액에 물 타서 끓이는 일반적 일본라면·우동과 맛이 다르다. 근원적으로는, 아버지·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을 통해 배운 맛을 재현했기 때문에 표준화된 반(半)가공 일본식품이 낼 수 없는 맛을 내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박씨는 맛의 바탕이 되는 각종 양념과 소스를 직원 1명과 함께 직접 만들어서 쓴다. 9000원짜리 돈까스에 따라 나가는 브라운소스는 만드는 데 6~8시간이 걸린다. 완숙토마토·양파·사과·와인·매실절임 등을 넣고 형체가 뭉그러져 알갱이가 전혀 남지 않을 때까지 쉬지 않고 저어가며 끓이고 간다. 1만원짜리 생선후라이에 얹는 타르타르소스도 기성품이 아니라 만들어서 쓴다. 돈까스 고기는 미리 두드려뒀다 쓰지 않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놨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도마에 올려 탕탕 소리가 홀에 들릴 정도로 칼등으로 내려친다. 그걸 빵가루 입혀 즉석에서 튀긴다.

돈까스(9000원)

돈까스(9000원)

두툼한 돈까스 고기

두툼한 돈까스 고기

대표음식은 무엇보다 회다. 특히 참치가 유명하다. 횟감은 자연산만 쓴다. 참치도 축양(畜養)은 사절한다. 전복은 양식을 쓴다. 자연산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비싸서 어쩔 수 없다.

“양식한 것은 참치가 아니다. 양식 생선은 이상한 약 냄새가 나서 싫어한다. 내가 싫은데 어떻게 손님 상에 내겠는가. 수족관 활어도 안 쓴다. 새벽시장에서 활어 구입해 즉석에서 피 빼서 가져와 손질해 뒀다가 선어로 쓴다. 100kg 정도 나가는 국산 참다랑어는 정말 맛있다. 그보다 작으면 진정한 참치 맛이 안 난다. 국산이 귀하니까 그런 참치 있다는 소식 들리면 꼭 구입한다. 우리나라 어부들은 참치를 잡으면 무게 줄지 않게 하려고 피를 안 뺀다. 참치는 잡으면 즉시 피와 내장을 제거하고 살만 남게 처리해 숙성시켜서 먹어야 하는데 어부들은 흠집이라도 날세라 고이, 예쁘게 가지고 온다. 그러면 회로는 쓸 수 없다. 2016년에 정치망에 걸린 것 세 마리를 샀다. 그 중 300kg 나가는 걸 1200만원 주고 샀는데 피를 빼지 않아 비린내가 심해 회로 먹을 수 없었다. 그 귀한 생 참다랑어를 모두 장조림 만들어서 지금 밑반찬으로 나가고 있다. 정말 눈물이 나더라. 참치 단골이 많았는데 최근엔 불경기로 줄었다. 아주 단골도 1주일에 한번 오다가 한두 달에 한 번 오는 정도가 됐다. 일본에서는 비싸서 못 먹은 참치가 여기는 일본보다 싸니까 구로공단에 오는 일본 바이어들이 많이 오고, 바이어 접대하러도 많이 왔었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생물 참다랑어 맛은 정말 좋다. 바다에서 바로 잡은 참치를 언제까지 쓸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자원이 고갈될 때를 대비해 대표음식의 대안을 연구 중이다. 소고기 요리나 스끼야끼(일본식 전골) 같은 걸 생각하고 있다.”

히레까스(1만원)

히레까스(1만원)

생선후라이(1만원)

생선후라이(1만원)

생선후라이 속의 저 두툼한 살은 자연산 광어다. 횟감으로 사왔지만 다 팔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원가라도 건지려고 후라이를 만든다.

생선후라이 속의 저 두툼한 살은 자연산 광어다. 횟감으로 사왔지만 다 팔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원가라도 건지려고 후라이를 만든다.

돈가스덮밥(9000원)

가츠동(돈까스덮밥/9000원)

새우후라이(2만4000원)

새우후라이(2만4000원)

참치회는 비싸서 특별한 경우에만 먹을 수 있지만 회정식은 ‘혼밥(혼자 먹는 밥)’시대 맞춤형이다. 1인분도 가능하다. 지난달 31일 먹은 1인분(특 5만2000원) 접시에는 참치·방어 뱃살, 갈치·광어·능성어 회 4점씩 20점과 전복 2점, 무순·초생강이 담겨 나왔다. 거기에 밥·장국·밑반찬(5찬), 고추냉이와 회간장. 다른 건 없다. 차림이 너무 간소해 한국 일식집의 회정식을 아는 사람은 일견 실망한다. 하지만 회 한 점 먹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잘 숙성된 자연산 회의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입 안에 꽉 찬다. 좋은 쌀로 잘 지은 밥과 함께 먹으면 굳이 다른 반찬이 필요하지 않다.식사에도 나가는 기본 5찬 외에 회에 따라 나가는 곁들이 음식(쓰끼다시)은 없다. 1인 10만원 하는 비싼 회든 6000원자리 우동이든 기본 반찬은 같다. 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메뉴에서 골라 주문을 해야 한다. 일본식이다. 주인 박씨는 “먹지 않는 것까지 이것 저것 차려주는 것은 싫다”고 했다.

미소라면(1만원)

미소라면(1만원)

해물라면(1만5000원)

해물라면(1만5000원)

숙주신라면(1만원)

숙주신라면(1만원)

버섯우동(8000원)

버섯우동(8000원)

야채카레(1만원)

야채카레(1만원)

자루소바(메밀국수/9000원)

자루소바(메밀국수/9000원)

‘박가’의 명예를 건 최정상 메뉴는 4인 기준 40만원짜리 회다. 예약해야 먹을 수 있다. 내용은 회 한 접시와 기본 5찬뿐이다. 참다랑어 최고급 부위를 중심으로 주인이 준비한 특별한 회들로 구성된다. 이름이 ‘Heart of chef’. 셰프의 마음을 다해서 차린다는 뜻이냐고 물으니 “제 가슴이 시키는 대로, 마음대로 하겠다는 말입니다”라고 답했다. 맛이 어떨지 자못 궁금하다. 이 집 음식 중 유일하게 이 메뉴는 절반(20만원) 주문도 가능하다. “메뉴판 보고 가격에 놀라는 사람도 있지만 비싼 거 아니다. 원가만 뽑아도 좋겠다. 횟감을 사들인 대로 다 팔기만 하면 돈이 남지만 그런 경우는 없다. 원가가 비싼 자연산을 사다가 다 팔지 못하기 때문에 별로 남지 않는다. 생선후라이를 자연산 광어나 도미로 튀긴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회로 팔려고 준비했는데 팔리지 않은 걸 원가라도 건져보려고 그렇게 활용한다. 그게 맛도 있으니까. 좋은 음식을 먹고 싶다면 좀 비싼 건 어쩔 수 없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으려면 어느 정도 부담을 해야 한다. 맛이 조금 더 좋아지려면 재료비는 꽤 많이 늘어난다. 싸구려만 찾아 먹고 다니지 마시라는 얘기를 손님들에게 하고 싶다.”

주방으로 주문 내용을 알리는 마이크. 주방이 넓어서 육성으로는 제대로 소통이 안 된다.

주방으로 주문 내용을 알리는 마이크. 주방이 넓어서 육성으로는 제대로 소통이 어렵다.

‘박가 일본요리점’은 상가건물 4층에 숨은 듯 자리잡았다. 건물 외벽이 간판으로 뒤덮여있어 초행에는 바로 찾기 쉽지 않다.

‘박가 일본요리점’은 상가건물 4층에 숨은 듯 자리잡았다. 건물 외벽이 간판으로 뒤덮여있어 초행에는 바로 찾기 쉽지 않다.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열 손가락처럼 하나도 버릴 수 없고 하나만 꼽을 수도 없다. 일본에서 돌아올 때 요리기술을 익혀 온 게 아니고 맛의 기억만 가지고 와서 음식으로 재현했는데 마음에 드는 음식 하나 완성하는 데 몇 달씩 걸렸다. 그 기간엔 끼니를 연습한 음식으로 다 때우며 매달렸다. 메뉴마다 사연이 있어서 다 자식 같다. 손님들이 원하는 음식을 추가하다 보니 메뉴가 복잡해졌는데, 음식을 새로 만드는 과정은 힘들지만 손님이 먹고 맛있다 하면 몇 달의 피로가 한꺼번에 풀린다. 그래서 요리하는 게 재미있고 행복하다. 직원에게 늘 말한다. 내가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입맛뿐이라고. 보기 좋게 꾸미는 건 책 보고 배우라고.”

박하웅 대표가 6개월 동안 직접 주방시설과 내장공사를 한 음식점 내부. 의자와 탁자는 원목으로 짜고 벽과 천장은 한지공예를 하는 부인이 한지로 마감했다.

박하웅 대표가 6개월 동안 직접 주방시설과 내장공사를 한 음식점 내부. 의자와 탁자는 원목으로 짜고 벽과 천장은 한지공예를 하는 부인이 한지로 마감했다.

메뉴가 많고 복잡하지만 갈래를 잡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돈까스·후라이·카레·덮밥 등 식사류 12가지 9000~1만3000원 ▷장어덮밥 4만5000원 ▷새우후라이 2만4000원 ▷라면 10여 가지 9000~1만6000원 ▷냄비요리 7가지 2만~4만5000원 ▷우동 8가지 6000~1만5000원 ▷소바(메밀국수) 7가지 7000~1만2000원 ▷참치회(4인) 24만~40만원, (3인) 16만~30만원 ▷모듬회(4인) 21만~27만원, (3인) 15만~19만원 ▷문어회·갈치회 각 4만원 ▷초밥(1인 10점) 참치초밥 5만5000~9만원, 생선초밥 4만2000~7만원, 장어초밥 5만원 ▷참치회정식 5만5000~8만5000원 ▷생선회정식 4만2000~5만2000원 ▷네기토로마끼 5만원 ▷한우스테이크 살치살 8만원, 채끝 6만원. 주류는 한국 희석식 소주부터 안동소주, 일본 술, 맥주·양주까지 다양하다.

일요일과 명절만 쉬고 다른 공휴일엔 문 연다.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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