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문재인, 친문 패권 청산 먼저 보여라

중앙일보

입력 2017.01.0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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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제시한 대한민국 적폐의 청산 방안은 구구절절 옳다. 무엇보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옮기고 대통령 일과를 24시간 공개하는 방안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불통과 밀실·비선 정치, 문고리 권력의 발호를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사안이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현 위치를 비서실장조차 파악 못하고, 외부 인사가 경호실 통제 없이 무시로 청와대를 드나든 현실은 안보 차원에서 지극히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비정상이었다.

 이와 함께 검찰의 수사권-기소권을 분리하고 고위 공직자 비리수사처를 신설하는 것도 권력 독점과 부패 방지를 위해 좋은 방법이다. 국가정보원의 업무를 대북·해외로 제한하는 것 또한 국내 정치에 끊임없이 개입해 온 국정원의 전력에 비춰 볼 때 궁극적으로 맞는 방향이다.

 그럼에도 감동이 덜한 것은 왜일까. 어떠한 주장이 신뢰를 얻으려면 그에 걸맞은 행동이 따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보고서’ 파문을 보노라면 ‘친문(親文·친문재인계) 패권당’이라는 비문(非文)들의 주장이 전혀 틀리게 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추미애 대표가 진상조사를 지시하고, 문 전 대표 역시 개헌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발 후퇴했는데도 비문들을 향해 집단 포화를 퍼붓고 있는 친문들의 행태는 국정 농단에 일조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새누리당 친박들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역시 출범 당시의 기치는 ‘비정상의 정상화’처럼 옳은 얘기뿐이었다. 그런데도 탄핵 위기에까지 몰린 대통령한테서 문 전 대표는 교훈을 얻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적폐를 지적하기 앞서 스스로 비문들의 마음을 얻고 당을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제시하는 게 순서였다. 당내의 이견조차 아우르지 못하면서 대통령이 된다 한들 어찌 국가 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 말이다. 문 전 대표 역시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같은 출발선에 서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 당당한 모습으로 하는 말이라야 신뢰가 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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