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인공지능이 여는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올해 탄생 10주년을 맞은 아이폰에 관해 트라우마 같은 것이 있다. 한국 이동통신 업계가 아이폰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것은 2010년으로, 출시 이후 3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또 하나의 혁명이던 스마트폰의 의미를 오랜 기간 간과한 대가는 혹독했다. 세계적 피처폰 업체였던 삼성전자는 부랴부랴 옴니아라는 스마트폰으로 대항했다가 시장의 차가운 반응 속에 퇴장하는 수모를 겪었다. 권토중래 끝에 갤럭시 시리즈로 전세를 만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때 세계 최강자였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를 따라잡지 못해 2013년 매각되는 비운을 겪었다.

 5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올해의 소비자가전전시회(CES)는 차세대 인공지능(AI)과 로봇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을 포함해 정보통신기술의 미래를 좌우할 이들 첨단 분야에서 과거 ‘스마트폰 지각’의 우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때마침 들려온 구글 ‘알파고’의 활약상은 놀라울 뿐이다. 지난해 봄 이세돌을 꺾은 뒤 진화를 거듭한 알파고는 최근 커제·박정환 등 한·중·일 3국의 세계 최고수들에게 60전 전승을 거뒀다. AI가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고 있는데, 바둑 AI의 경우 한국의 수준은 구글의 알파고는 물론이고 일본·중국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동안 AI와 로봇은 주로 선진국 업체들과의 경쟁이었다면 수년 전부터 중국의 질풍노도가 무섭다. 이번 CES만 봐도 중국 업체들이 전시장을 널찍하게 차지하고 AI·가상현실·드론·로봇 분야의 첨단기술을 뽐내고 있다. ‘추격자’ 아닌 ‘선도자’로서의 기세가 등등하다.

 우리는 앞으로 기기의 포화, 기종의 상향 평준화 추세가 역력한 스마트폰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빅데이터가 AI를 기반으로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나노기술(NT)의 경계를 허물게 되면 숱한 신수종산업이 생겨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운명이 여기에 걸려 있다. 정부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등 미리 걸림돌을 치워주고, AI가 초래할 일자리 위협을 돌보는 일 등 숙제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