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와 많이있어
장르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 89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2월 28일
줄거리 후지산이 보이는 일본의 작은 도시 기후에서 주인 리에(김가령)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아기 고양이 루돌프(김율). 심부름 간 리에를 몰래 쫓아가려다 그만, 집에서 388㎞나 떨어진 낯선 도쿄에서 미아가 되고 만다.
고양이 다섯 마리 키워본 '집사' 작가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별점 ★★★ 소중한 반려묘가 실수로 집을 나가 1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면? 인간 ‘집사’들에게는 상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루돌프와 많이있어’는 이 아찔한 사연을 고양이의 입장에서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원작 동화는 1986년 고단샤 아동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일본에서만 지금껏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기 고양이 루돌프와 사고로 도쿄까지 와 버린 그를 터프하게 챙겨 주는 길고양이 ‘많이있어’(신용우). 두 외톨이 고양이가 가족처럼 의지하는 1년간의 성장담이 시시콜콜한 웃음과 함께 어우러진다.
‘많이있어’는 말 그대로 이름이 많아서 생긴 별명. 동네를 부지런히 쏘다니며 먹이를 얻어먹는, 호랑이를 닮은 이 길고양이는 만나는 사람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 다르다. 원작자 사이토 히로시가 고양이를 다섯 마리나 키워 본 ‘집사’이기 때문일까. 1년 새 몰라보게 자라는 루돌프의 성장 속도 등 고양이의 습성·몸놀림이 꽤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물론 과장된 슬랩스틱 코미디와 ‘고양이가 일본어·영어를 읽고 쓸 줄 안다’는 만화적 설정은 예외다. 루돌프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많이있어에게 일본어와 교양·상식뿐 아니라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확인법까지 배운다. 쉬운 설명과 군데군데 잠복한 개그 코드 덕에 어린이도 즐기면서 극을 쫓아갈 만하다.
무수한 좌절을 이겨 낸 루돌프가 정의로운 고양이로 거듭나는 과정은 무난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가 세상사의 아픈 진실을 깨닫는 어떤 순간만큼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이 들려주는 주제는 ‘고양이에게도, 사람에게도, 각자 사정이 있다. 그러니 스스로 원하는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 권선징악적인 여느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 작품의 엔딩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극장판 ‘포켓몬스터’ 시리즈(1998~)와 ‘요술공주 밍키’(1982~1983, TV도쿄) ‘시간탐험대’(1989~1990, 후지TV) 등 여러 애니메이션을 성공시킨 유야마 쿠니히코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