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아는 길냥이 다시 보게 만드는 일본 애니메이션

중앙일보

입력 2017.01.04 11:55

업데이트 2017.01.04 12:01

루돌프와 많이있어
감독 유야마 쿠니히코, 사카키바라 모토노리 목소리 출연 김율, 신용우

장르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 89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12월 28일

줄거리 후지산이 보이는 일본의 작은 도시 기후에서 주인 리에(김가령)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아기 고양이 루돌프(김율). 심부름 간 리에를 몰래 쫓아가려다 그만, 집에서 388㎞나 떨어진 낯선 도쿄에서 미아가 되고 만다.

고양이 다섯 마리 키워본 '집사' 작가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별점 ★★★ 소중한 반려묘가 실수로 집을 나가 1년 동안 돌아오지 않는다면? 인간 ‘집사’들에게는 상상만 해도 눈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루돌프와 많이있어’는 이 아찔한 사연을 고양이의 입장에서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원작 동화는 1986년 고단샤 아동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일본에서만 지금껏 100만 부 이상 팔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아기 고양이 루돌프와 사고로 도쿄까지 와 버린 그를 터프하게 챙겨 주는 길고양이 ‘많이있어’(신용우). 두 외톨이 고양이가 가족처럼 의지하는 1년간의 성장담이 시시콜콜한 웃음과 함께 어우러진다.

‘많이있어’는 말 그대로 이름이 많아서 생긴 별명. 동네를 부지런히 쏘다니며 먹이를 얻어먹는, 호랑이를 닮은 이 길고양이는 만나는 사람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 다르다. 원작자 사이토 히로시가 고양이를 다섯 마리나 키워 본 ‘집사’이기 때문일까. 1년 새 몰라보게 자라는 루돌프의 성장 속도 등 고양이의 습성·몸놀림이 꽤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물론 과장된 슬랩스틱 코미디와 ‘고양이가 일본어·영어를 읽고 쓸 줄 안다’는 만화적 설정은 예외다. 루돌프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많이있어에게 일본어와 교양·상식뿐 아니라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확인법까지 배운다. 쉬운 설명과 군데군데 잠복한 개그 코드 덕에 어린이도 즐기면서 극을 쫓아갈 만하다.

무수한 좌절을 이겨 낸 루돌프가 정의로운 고양이로 거듭나는 과정은 무난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가 세상사의 아픈 진실을 깨닫는 어떤 순간만큼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이 들려주는 주제는 ‘고양이에게도, 사람에게도, 각자 사정이 있다. 그러니 스스로 원하는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 권선징악적인 여느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달리, 이 작품의 엔딩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극장판 ‘포켓몬스터’ 시리즈(1998~)와 ‘요술공주 밍키’(1982~1983, TV도쿄) ‘시간탐험대’(1989~1990, 후지TV) 등 여러 애니메이션을 성공시킨 유야마 쿠니히코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루돌프와 많이있어` 한 장면.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루돌프와 많이있어` 한 장면.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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