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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진 “종양 뿌리 없애야”…서청원·최경환 탈당 재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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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친박계 인사들과 면담했다. 인 위원장은 친박계 핵심 인적 청산과 관련, “인위적이고 인민재판식 인적 청산이 절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인 위원장, 이인제 전 최고위원, 정갑윤 의원. [사진 오종택 기자]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친박계 인사들과 면담했다. 인 위원장은 친박계 핵심 인적 청산과 관련, “인위적이고 인민재판식 인적 청산이 절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책임을 지고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인 위원장, 이인제 전 최고위원, 정갑윤 의원. [사진 오종택 기자]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들을 ‘암 덩어리’에 빗대며 탈당을 압박했다.

당무 복귀해 친박 핵심 공격
“처음부터 내가 이기는 싸움
박근혜 정부가 실패했는데
일본 같으면 할복 했을 것”
서청원 “금도를 벗어난 발언”

병원 입원 후 나흘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인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적청산은 종양의 뿌리를 없애는 것”이라며 “핵을 제거하면 악성 종양으로 번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새누리당이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종양의 뿌리, 핵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져도 인 위원장은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다. 대신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스스로 다 얘기하지 않았나. 병이 있으면 저절로 증상이 나타난다”고만 말했다. 지난 1일 친박계 회동에서 “쫓겨나듯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서청원 의원, 또 2일 대구 신년교례회에서 “마지막 1인이 남을 때까지 당을 지킬 것”이라고 말한 최경환 의원이 주 타깃이었다. 인 위원장이 “옛날에는 맹장수술을 할 때 맹장을 잘라냈는데 요즘엔 안에 있는 핵만 도려낸다” “언론에선 5적, 8적, 10적이라며 근거 기준도 없이 하는데 난 8적이 누군지도 모른다. 핵만 제거하면 된다”고 말한 걸 두고선 “인적청산의 대상을 ‘친박계 핵심’들로 좁혀 계파색 엷은 중립 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당 핵심 관계자)라는 해석이 나왔다.

인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직을 잃게 되는데, 탈당도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거나 “인명진이 이길 거냐, 친박이 이길 거냐 싸움 구경들 하시는데 처음부터 내가 이기는 싸움”이란 말도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실패하지 않았느냐”며 “박 대통령과 친하다는 친박들이, 친구가 어려운 일 당하면 같이 겪는데 일본 같으면 할복한다. 박 대통령을 봐서라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인 위원장의 탈당 요구에 격분한 서청원 의원이 지난 2일 “절차를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것은 올바른 쇄신의 길이 아니다”는 요지의 A4 용지 7장 분량의 서한을 새누리당 의원 전원에게 돌린 걸 두고 인 위원장은 “인간 인명진에 대한, 당 대표에 대한 무례한 일이다. 예의를 갖추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 의원이 “아무리 생각해도 무례하다는 표현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성직자로서나, 공당의 대표로서나 금도를 벗어난 것”이라고 받아쳐 두 사람의 관계는 최악으로 흘렀다. 인 위원장이 친박계 핵심들의 사퇴 시한으로 제시한 6일이 임박했지만, 전날 1호 탈당한 이정현 전 대표 외엔 아직 탈당 움직임이 없다. 인 위원장은 친박계 핵심들이 당을 떠나지 않을 경우 8일 비대위원장직을 던지겠다고 한 상태다.

이날 친박계 중진인 정갑윤 의원과 이인제 전 최고위원, 김관용 경북지사는 인 위원장을 찾아 “인적청산도 당헌당규와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 위원장은 “인적청산이 선행돼야 당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종전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새누리당 원외당협위원장들은 70여 명 전체 명의로 “인적청산 당사자들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며 성명을 냈다. 하지만 일부 원외위원장들은 합의가 되지 않은 성명은 “허위”라며 반발했다.

한편 지상욱 의원은 이날 인 위원장과 초선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국민에게 속죄하는 길은 새누리당을 완전히 죽이고 해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박성훈·백민경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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