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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용사들의 값진 기억, 제가 남길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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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나 김(왼쪽)씨가 지난해 5월 미국 현충일을 맞아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던 라 우드너 아메리칸인디언 참전용사협회장을 만났다.

한나 김(왼쪽)씨가 지난해 5월 미국 현충일을 맞아 워싱턴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던 라 우드너 아메리칸인디언 참전용사협회장을 만났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찰스 랭걸(87) 전 미국 하원의원의 보좌관이 각국 참전용사를 찾아 기록 수집에 나섰다. 랭걸 전 의원의 수석보좌관으로 일했던 한나 김(33)씨는 이달 중순부터 넉 달간 6·25전쟁 때 병력을 보냈던 16개국과 의료지원국 5개국 등을 돌며 참전용사들과 한국 지원에 나섰던 인사들을 만난다. 이들의 육성과 모습을 동영상 기록으로 남겨 한국과 해외의 젊은 세대가 참고할 자료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찰스 랭걸 전 의원 보좌하던 한나 김
이달부터 21개국 찾아 육성 등 수집
“전쟁 고아 돕던 에티오피아 용사
스웨덴선 6·25 노래도 있었대요”

랭걸 전 의원은 2007년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결의안을 통과시킨 주역이다. 이후 재미 이산가족 상봉 촉구 결의안, 한국전쟁 추모의 벽 건립안 등을 주도했던 대표적인 친한파 의원이었다. 랭걸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정계를 은퇴하며 김 전 보좌관도 워싱턴 의회를 떠나 그간 준비했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됐다.

한나 김씨가 찰스 랭걸 전 하원의원이 보관해 왔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깃발은 2003년 미국 국방부가 제작해 랭걸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 [사진 한나 김]

한나 김씨가 찰스 랭걸 전 하원의원이 보관해 왔던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 깃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 깃발은 2003년 미국 국방부가 제작해 랭걸 전 의원에게 전달했다. [사진 한나 김]

전 세계 참전용사를 찾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랭걸 전 의원이 한국전쟁과 관련된 각종 행사를 지원하고 결의안 통과를 주도하는 것을 도우면서 미국뿐 아니라 해외의 참전용사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들을 통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한국전쟁 기록을 손에 닿는 대로 모으고 각국의 참전용사들이 살아계실 때 기록으로 만들어 우리 세대에 남겨야겠다 생각했다.”
한국전쟁을 기억하자는 차원인가.
“일차적으론 그렇다. 동시에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담고 싶다. 과거 한국을 돕기 위해 여러 나라들이 나섰다면 이젠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돕기 위해 나서는 모습이다. 한국전쟁의 완전한 종결은 한반도 평화통일이다. 그래서 평화통일을 위한 참전용사들의 염원이 있다면 이를 담겠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우리 부모님 세대는 나라를 발전시켰다. 우리 세대가 할 일은 한국에 있건 해외에 있건 통일이다.”
각국 참전용사들은 어떻게 접촉하나.
“현지 한인단체나 한국전 참전 단체를 통해 알아보고 있다. 많이는 뵐 수 없고 각국에서 한두 분씩 만나려 한다. 사전 준비로 현지 분들과 접촉하면서 벌써 놀라고 있다. 참전국인 중남미 콜롬비아는 한국전쟁이 역사상 유일한 전쟁이었다고 현지 통역이 얘기해줬다. 에티오피아의 현지 인사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월급을 갹출해 전쟁 고아들을 돕는 데 기부했다는 일화를 알려왔다. 의료지원국인 스웨덴에서는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가요가 있다고 한다.”

김 전 보좌관은 이번 일주를 준비하며 67년 전 한국을 도왔던 나라들 대부분에 한국전쟁 기념관이나 기념비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김 전 보좌관은 “인도·스웨덴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기념 시설이 최소 하나씩은 있다”며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나라에서 한국전쟁이 기억되고 있음을 발견했으니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다”고 말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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