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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육성 신년사…"능력 안 돼 자책" 발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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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육성으로 2017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였던 뿔테 안경과는 다른 안경이다. [사진 조선중앙TV 화면 촬영]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육성으로 2017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였던 뿔테 안경과는 다른 안경이다. [사진 조선중앙TV 화면 촬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 본인 스스로 장거리 미사일 도발이 임박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정은은 또 “동방의 핵 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거나 “최근 수소탄의 장쾌한 뇌성과 인공지구위성(장거리 미사일)의 성과적 발사 등 민족사적 사변” 등을 열거하며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 성과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식 주체 무기를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 첫 실명 비난
30분 연설에 박수 37번

김 위원장의 신년사 연설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를 통해 한국시간 12시30분(북한시간 12시)부터 30분간 방송됐다. 김정은은 짙은 남색 양복에 흰 와이셔츠, 줄무늬 남색 넥타이를 맨고 안경을 쓴 차림이었다. 서면으로만 신년사를 발표했던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권력을 잡은 뒤 2013년부터 지금까지 5년 연속으로 육성 발표를 해왔다. 역시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곤 했던 할아버지 김일성 따라하기다.

김정은은 이날 신년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실명 거론하며 “동족대결” “매국세력” 등으로 비난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은 또 한국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촛불집회를 두고 “(남조선의) 전민항쟁은 파쇼독재와 동족대결 일삼은 보수당국에 대한 쌓이고 쌓인 분노의 폭발”이라고도 말했다.

김정은은 한편 이날 신년사의 주요 부분을 남북관계에 할애했다. 올해가 남북 7ㆍ4 공동선언 45주년임을 언급하며 “힘을 합쳐 자주통일 대통로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대내외용 선전의 성격”이라며 “북한은 신년사에서 비핵화를 언급하면서 핵실험을 하는 등 발표 내용과 실제 행동의 불일치를 보여왔다. 대남 분야도 대화를 강조하고 관계 개선을 언급했으나 실제 행동은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다르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 하나 주목을 끈 부분은 김정은이 연설 말미에 스스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내 능력이 안 따라가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보다 더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오전 9시께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김정은 신년사 프로그램을 녹화 방송했으나, 지난해부터 낮 12시 30분(평양시 기준 12시)에 방송을 시작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북한 당국은 김정은의 연설 중간 중간 관련된 사진을 보여주고, 김정은의 연설 주요 대목마다 노동당 당사 사진을 보여주며 박수소리를 끼워넣었다. 30분간 진행된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박수소리는 37회 이상 나왔다.

이날 신년사 중계방송의 시작과 끝은 북한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 이춘희가 맡았다. 김정일 사망 소식부터 지난해 북한의 4차 핵실험 등 굵직한 일이 발생할때마다 북한 당국이 ‘얼굴’로 등장시켜온 베테랑 아나운서다. 그는 4차 핵실험때와 똑같은 진분홍색 저고리로 입고, 예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신년사 소식을 전했다.

정용수ㆍ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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