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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식 변화보다 실패할 자유부터 줘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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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호 18면

“스타트업의 창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경영 전문가들은 국내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데 ‘스타트업 문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최순실 사태 이후 상당수 기업의 경영은 ‘시계(視界)제로’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낡은 기업문화도 문제다. 지난해 초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국내기업 100곳을 조사한 결과 눈치보기 야근, 리더만 말하는 회의, 불분명한 지시 등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업들도 첨단기술이 발전하면서 경영 환경이 빠르게 발전하자 구성원의 창의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 향상 등 전통적인 경영 방식으로는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트업 문화를 도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스타트업 삼성 컬쳐 혁신’을 선포한 뒤 수평적 조직문화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부장·과장·사원 등 수직적 직급 개념을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로 전환했다. 임직원 간 호칭은 ‘님’으로 통일했다. LG전자도 연말 인사 평가 방식을 등급을 매기는 상대평가에서 개인 역량을 중시하는 절대평가로 바꾸고, 야근 등 근무여건을 개선했다. 현대차그룹은 직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야근을 줄이고 정시퇴근을 권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관료주의 조직문화에 물든 ‘보여주기식 변화’라고 지적한다. 박준하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야근 없애기, 휴가 권장 등 근무 조건이나 일하는 방식이 개선됐다고 스타트업 문화로 바뀌는 게 아니다”며 “잠들었던 임직원의 자율성을 깨우고 창업 당시의 기업가 정신을 일깨우려면 근본적인 체질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사업부서 단위로 작게 시작해도 좋으니 린 스타트업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구성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열정을 쏟는 게 스타트업의 강점”이라며 “오히려 삼성전자의 크리에이티브랩(C랩)처럼 사내벤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운영해 조직내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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