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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없어질 직업 위한 주입식 교육 탈피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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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호 1 면

지난해 12월 29일 인천시 남동구 가천대 길병원에 들어선 환자 양모(52)씨는 “왓슨을 만나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혈변을 하다 한 달 전 직장암 판정을 받은 뒤 이 병원에서 직장 30㎝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김씨가 말한 왓슨은 이 병원이 도입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다. 주치의 백정흠(외과) 교수가 김씨의 나이와 치료 현황 등 데이터를 미국 IBM의 왓슨 인공지능 암센터 클라우드 서버(인터넷상의 저장 공간)에 입력하자 ‘항암제 투여와 방사선 치료 6개월 병행’이라는 치료법이 PC 모니터에 떴다. 백 교수는 동료 의사 6명과 협의한 뒤 김씨에게 “왓슨이 제시한 것처럼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왓슨은 병원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올 상반기엔 상담원 왓슨도 나온다. IBM과 AI 사업 협력관계인 SK C&C가 외국 보험사의 온라인 보험상담원(채팅봇)으로 왓슨을 투입할 계획이다. 2016년 3월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의 알파고가 바둑으로 이세돌 9단을 이긴 이후 AI 물결이 점점 밀려오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AI 기술이 인간의 자리를 빼앗거나 일을 대신할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 다만 기술 진보 속도로 볼 때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백 교수는 “왓슨은 잠을 자지도 쉬지도 않고 실시간으로 질병 정보와 치료 방법을 스스로 업데이트한다”며 “진료 영상 등을 보고 판독하는 영상의학과나 병리과에선 AI가 사람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로봇기술·생명과학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닥치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7세 어린이의 65%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일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AI가 일자리를 어느 정도 대체할지 여러 전망이 나온 상태다.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팀 김한준 연구위원도 “AI 등이 나오면서 금융 보험 관련직 일자리가 가장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초·중·고교생이 사회로 나가는 10~20년 후엔 직업이나 고용 상황이 지금과는 다를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교육의 틀은 바꾸기가 쉽지 않은 데다 바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주호(전 교육부 장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학교가 지금처럼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지속한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없어질 직업을 위해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지식을 머리에 집어넣는 주입식 교육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SUNDAY는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을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한국의 교육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관계 시리즈 6~7면


강홍준 사회선임기자, 강기헌 기자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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