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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관계 악화되는데 군사 경쟁력 갖춘 영국은 회원국 탈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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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호 14면

2017년 유럽은 브렉시트 협상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라 정치·안보·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쳐 불확실성이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유럽의회는 2017년 유럽연합(EU)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공동안보와 이주민 증가에 따른 사회적 결속의 문제를 꼽은 바 있다. 그 외에도 역내 경쟁력 격차와 취업, 시민참여와 민주적 책임, 기후변화, 불평등 심화, 생산성 침체,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인구통계 변화, 시리아 내전에 따른 대외정책과 글로벌 거버넌스의 불안정, 지속되는 유로존 경제 침체로 인한 병폐 등을 EU가 당면한 도전들로 보았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개선되면 EU는 러시아와의 관계악화 국면에서 내부 균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는 유럽 지역의 안보 불안을 키우는 핵심적인 긴장 요소다. 브렉시트로 인해 EU는 안보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군사력을 갖춘 회원국을 잃게 될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에 따라 지금까지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해 왔던 유럽 국가들은 공동방위금 부담을 늘려서라도 안보 분야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됐다. 브렉시트 이후 EU는 공동체 차원의 군사본부 신설과 같은 공동 안보정책 이니셔티브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20년을 목표로 이미 계획된 EU 예산안에 따라 현재로선 공동안보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예산확대 등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EU가 더 많은 재원을 공동방위 증진을 위해 투입하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정부 출범과 브렉시트 협상의 과정은 여전히 유럽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나타난 갈등 요소들과 영국과 유럽 각국에 포진하고 있는 유럽 회의론자들로 인해 양자 간의 파트너십 형성도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유럽 방위를 선도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은 EU 차원의 공동안보방위 강화 플랜을 지지한다.


그러나 동시에 두 국가는 이와는 다른 비전을 갖고 있으며 2017년 회원국 내부의 도전들(2017년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 이주민 수의 급진적 증가와 테러리즘의 확산 등)로 인해 공동 방위에 대한 초국가 수준의 협력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새로운 공동안보방위정책(Common Security Defence Policy)의 성공 여부는 안보 분야에서의 회원국 간 전략적 수렴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EU 회원국 수장들은 유럽의 극단주의 확산과 양극화에 대해 2017년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3월에 네덜란드 총선이 있다. 프랑스에서는 4~5월 대선, 6월 총선이 치러진다. 스페인 카탈루냐주의 분리독립 투표는 9월에 있을 전망이다. 10월에는 독일 총선이 예정돼 있다. 최근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네덜란드 우익정당인 자유당 역시 2017년 3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프랑스에서는 반난민·반이슬람을 외치며 프렉시트(Frexit)를 공약으로 내건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이 공화당 대선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와 경쟁 중이다. 피용은 경제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며 반이슬람과 EU 개혁을 지향한다. 극우파와 강경우파가 대결하는 양상이다.


브렉시트 결정과 트럼프 당선을 현실화시켰던 주요 원인인 불평등 심화와 경제 양극화, 기존 엘리트 정치에 대한 불신과 이로 인한 계층 간 갈등 확산, 세계화와 자유주의에 따른 피로감과 불만 등이 2017년에도 유럽 전역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포퓰리스트 정당의 약진과 극우민족주의 세력의 확장은 EU의 통합동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이민공동체와의 갈등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다시 EU의 존립이 위협받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팽배하다. 따라서 브렉시트의 여파가 다른 회원국들의 연쇄적인 EU 탈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EU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고주현 연세대-EU 장모네 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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