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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신여성들의 모습 보면서 베를린필의 소리 향연 느끼면서 “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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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호 2 면


정유년 닭의 해, 문화 행사가 빼곡하다. 부산하게 움직이며 부지런히 모이를 쪼는 닭처럼, 좋은 행사 열심히 찾아다니며 정신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꿔볼 일이다.


◆ 전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서구·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중동 및 아시아·여성에 초점을 맞춘다. ‘예술이 자유가 될 때’(4~7월 덕수궁관)는 이집트가 근대 독립 국가로 성장한 1930년대 이후의 아방가르드 예술 운동에 집중했다. 비유럽 관점에서 모더니즘 역사를 되짚는 기획이다. ‘신여성’을 주제로 하는 하반기 전시(10월~2018년 3월·덕수궁관)도 흥미롭다. 김은호·나혜석·이인성·이쾌대·장우성·천경자·이유태 등 근대 작가들의 그림과 영상 등을 통해 주체적 개인으로서의 여성을 부각한다.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아시아 최초로 여는 팝아트 작가 리처드 해밀턴의 대규모 회고전(11월~2018년 1월 과천관)과 ‘앤디 워홀: 그림자들’(2~6월 서울관)도 볼거리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구석기부터 20세기까지 사우디 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아리바의 길’(5~8월)을 마련했다.


격년으로 원로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 Green’은 디자이너 안상수를 지목했고(3~5월), 원로작가와 차세대 작가를 한자리에 초대해 세대간의 소통을 모색하는 ‘타이틀매치展(7~10월)’의 주인공은 김차섭과 전소정이다.


김환기 회고전(4~8월)을 여는 삼성미술관 리움은 서예전을 처음 준비했다. ‘필(筆)과 의(意)’(9~12월)에서는 서예의 조형성과 의미를 살펴보며 시대를 관통하는 붓글씨의 아름다움을 예찬한다.


호림박물관은 고려시대 철화청자전과 불교의 교리를 설명한 웹툰 ‘신과 함께’로 풀어내는 불교미술 특별전으로 3월을 연다.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건축기구(UIA) 행사에 맞춰 ‘1990년대 이후 한국건축운동’(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UIA 건축전’(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등 건축 관련 굵직한 행사들이 펼쳐진다.


유럽에서는 주요 미술 행사가 한꺼번에 열려 애호가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스위스 아트 바젤(6월 15~18일), 격년제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5월 13일~11월 26일), 5년마다 열리는 독일 카셀 도쿠멘타(6월 10일~9월 17일), 10년마다 열리는?독일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6월 10일~10월 1일)다.


◆ 클래식


클래식계의 포문을 여는 연주자는 한국인 첫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조성진(1월 3~4일)이다. 올해 서울에서 예정된 유일한 연주회다. 손열음의 팬이라면 ‘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를 기대할 만하다. 4월 22일·6월 10일·9월 9일·12월 9일 매회 다른 레퍼토리를 준비했다. 원주 시립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한다.


베토벤 연주로 이름난 김선욱은 음반 발매를 기념한 리사이틀(3월 18일)을 서울에서 연 후, 전국 투어도 계획하고 있다. 2007년 베토벤 소나타 32곡을 완주하는 역사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백건우도 10년 만에 전국을 돌며 앙코르 무대를 갖는다. 베네수엘라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가 첫 한국 공연(4월 21일)을 갖는다.


전설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는 마지막 월드 투어 ‘음악과 함께한 인생’(3월 4일)을 준비한다. 47년의 음악 인생을 정리하는 무대다.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는 그날이 오기 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끽하고 싶다”며 고별 투어를 여는 소감을 밝혔다.


거장 지휘자와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만남도 주목할 만하다.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11월 19~20일)은 물론, 2018년부터 래틀에게 베를린필의 지휘봉을 넘겨받는 러시아 출신 키릴 페트렌코(45세)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공연(9월 13일)도 기대를 모은다.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 취임한 대니얼 하딩이 런던 심포니(2월 20일)와 내한하고,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6월 7~8일), 중국 음악의 역사를 쓰고 있는 차이나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8월 25일)의 공연도 준비돼 있다. 네덜란드의 자존심 로열 콘세르트허바우(11월 15~16일) 오케스트라도 늦가을 서울을 찾는다.


◆ 공연


올해 공연계의 가장 흥미진진한 분야는 무용계다. 국립무용단과 국립현대무용단이 신임 예술감독 체제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6월 국립무용단 신작, 7월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공연에서 ‘한국의 컨템포러리 춤’이라는 화두를 놓고 흥미로운 맞대결이 펼쳐진다.


연극계는 10월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거장 한태숙 연출이 국립극단에서 만드는 조지 오웰의 ‘1984’, 평창 패럴림픽 개폐막식 총연출가 고선웅 연출이 만드는 LG아트센터 기획공연 ‘라 빠르망’, 서울시극단 김광보 예술감독이 장우재 작가와 손잡고 만드는 ‘에틱스 vs 모럴스’가 모두 동시기에 개막한다.


뮤지컬계는 톱스타 김준수가 ‘데스노트’ 재연(1월)을 끝으로 군입대를 하고, 캐스팅 1순위 조승우도 당분간 뮤지컬 휴업을 선언하는 등 양대 티켓파워가 자리를 비운다. 대형 제작사들은 ‘영웅’(1월) ‘레베카’(8월) ‘빌리 엘리어트’(11월) 등 인기 레퍼토리나 ‘시카고’(5월) ‘캐츠 오리지널 내한공연’(7월) 등 안전한 선택을 했다. 라이선스 초연작 ‘메디슨카운티의 다리’(4월) ‘시라노’(7월) ‘나폴레옹’(7월)을 신생 프로듀서들이 어떻게 풀어낼지도 관심거리.


창작 뮤지컬은 충무아트센터 자체 제작 ‘벤허’(8월) ‘햄릿’(11월) ‘광화문 연가’(12월) 등이 초연 무대를 펼친다. ‘한국형 뮤지컬’인 창작가무극을 개발하는 서울예술단은 윤동주 탄생 100주년에 맞춰 ‘윤동주, 달을 쏘다’(3월)을 재연하고, 이상 서거 80주년을 기념한 ‘꾿빠이 이상’(9월)과 홍길동 탄생비화 ‘칠서’(11월)도 선보인다. 국립창극단의 ‘흥보씨’도 ‘한국형 뮤지컬’의 명성을 이어갈지 관전포인트다.


글 정형모·이영희·한은화·유주현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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