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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5대 관전 포인트 - 환율전쟁] 트럼프의 창, 시진핑의 방패 정조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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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월 2일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 왼쪽부터 차이잉원 대만 총통, 트럼프 당선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월 2일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통화를 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 왼쪽부터 차이잉원 대만 총통, 트럼프 당선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다시 환율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장에서 먼저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저평가된 위안화 환율을 끌어올려 미국의 경쟁력을 회복해 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미·중 환율전쟁은 트럼프와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 전개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 압박 강도와 이에 상응하는 중국 정부의 대응 정책, 위안화 환율 변동성이 아직 블랙박스 안에 남아있다.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커…‘강 vs 강’ 대결로 가면 국제금융 출렁

환율전쟁 도화선은 2017년 미국의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압박할 경우다. 그러면 중국도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중국은 1조24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지스 아시아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조작국 지정 자체는 무역 전쟁의 수단으로 실질적인 효과가 거의 없지만 다른 수단과 맞물릴 경우 고율의 관세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된다”며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해 온 중국으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전운 감도는 미·중 환율전쟁

이미 전쟁은 전초전에 돌입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기간 내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미국과의 교역에서 부당 이득을 본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2016년 10월 환율정책보고서에서 중국을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했다.

환율정책보고서는 미국 환율정책의 수퍼 301조(포괄무역경쟁력법)라고 불리는 ‘베닛·해치·카퍼(Bennet·Hatch·Carper·BHC)법’이 올해 2월부터 발효된 데 근거했다.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는 환율 개입을 수출 보조금을 준 것으로 보고 보복하겠다는 얘기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무역질서 속에서 힘의 논리에 따라 특정 국가의 환율정책에 족쇄를 채우려는 것이다. 중국 대외 경제무역대학의 쌍바이촨 교수는 “트럼프는 수출 경쟁력 저하와 실업률 고공행진에 시달려온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15년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3660억 달러(약 428조원)에 달했고, 그간 쌓인 미국의 불만을 트럼프가 대변한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루이스 알렉산더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정책 가운데 가장 명확한 것은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이라며 “트럼프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트럼프 당선 이후 강(强)달러 기조를 관망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이후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가 매일 고시하는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은 11월 4일~25일까지 총 16거래일 동안 단 하루만 빼놓고 내내 전날보다 상승했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직후 신속한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놨던 인민은행이 미국 대선 이후 위안화 약세 국면에서는 전혀 시장 개입을 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가 취임 100일 내 환율조작국(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정하겠다는 엄포를 놓자, 환율조작국의 3대 요건 가운데 하나인 ‘지속적 일방향 시장 개입’에 중국이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셰야쉬안 중국 자오상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에 의한 어떤 시장 개입 징후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 당국이 의도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가 위안화 환율 강세 압력 키워

오히려 미국 변수가 위안화 환율을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HSBC는 위안화 환율이 2017년 말 달러당 7.2위안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에 예상한 6.9위안보다 통화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HSBC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가능성이 위안화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며 “중국과 위안화에 대한 트럼프의 발언에 시장이 매우 예민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인민은행 이강 부행장은 “몇 주 동안 위안화 가치가 떨어졌지만, 이는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것으로 (일본 엔화나 유로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해서는 절하폭이 적다”고 말했다. 이 부행장은 또 “앞으로 미국 달러화 움직임이 불확실하다”며 “우리는 달러화가 시장의 기대 변화로 인해 절하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달러가 약세로 전환하고 위안화가 다시 절상될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의 위용딩 교수는 “위안화 환율은 일반적으로 국내 외환 수급 상황과 미국 달러 지수의 영향을 받는데 최근 달러 강세가 위안화 절하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트럼프의 공식 취임 이전까지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위안화의 브레이크 없는 추락이다. 때문에 중국 인민은행은 연일 하락하는 위안화 가치를 방치하기보다는 적절히 개입해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정부의 외환정책은 점진적인 위안화 약세에 방점이 찍혀있다. 위안화 절하는 수출을 진작시키는 장점이 있지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위험하다. 중국 내 자금 유출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더해져 달러 강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가 집계한 11개 투자은행의 역외시장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전망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2017년 2분기 역외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길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은행의 전망치 평균값은 2016년 4분기에 달러당 6.91위안, 2017년 1분기 6.95위안, 2017년 2분기 7.02 위안이다. 역내시장 환율도 2017년 4분기면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41개 투자은행의 역내 위안화 환율 전망치 평균값은 2017년 1분기 달러당 6.90위안, 2017년 4분기 7.03위안이다. 바클레이스·HSBC·JP모건체이스는 2017년 1분기 역내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7.05위안으로 전망했다.

무역전쟁으로 번지면 미·중 공멸 우려

블룸버그는 ‘비관주의자를 위한 2017 세계 전망’에서 최악의 경제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예상한다. “트럼프는 취임식 당일 새벽 3시 17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산 수입품에 거액의 관세를 물릴 계획이라고 발표한다. 그가 취임식장인 의회로 가는 도중에 이미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하, 보잉 여객기 주문 취소, 아이폰 판매 금지 등 경제보복 조치를 발표한다.”

2017년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의견에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위안화 환율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번지는 경우 두 나라 모두 공멸(lose-lose)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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