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국어의 기술’ 이해황 저자 “150만 부 팔려도 강의 안 하는 이유는...”

TONG

입력 2016.12.31 17:00

업데이트 2017.01.02 10:37

by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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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쓰는 일이 직업이 될 줄 생각도 못했죠.”

고교 국어 개념서의 스테디셀러 『국어의 기술』(좋은책신사고)을 쓴 이해황 저자의 말이다. 2008년 출간 이후 누적 150만 부 이상 팔렸다. 실제로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거쳐 고려대 물리치료학과를 졸업했다. 국어 교육과는 거리가 먼 길이다. 학원 강사로 활동한 경력도 없다.

그저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과외를 꾸준히 했던 것이 계기라면 계기였다. 삼수를 하며 익힌 국어 공부법과 과외를 하면서 터득한 ‘국어의 기술’을 책으로 남기면 필요한 학생들이 도움을 받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첫 책을 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책은 수험생 커뮤니티에서 ‘국기(국어의 기술) 3회독 후 기출=1등급’이라는 공식이 나올 만큼 국어 교재의 정석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17일 서울 가양동 좋은책신사고 사옥에서 이해황 저자를 만났다. 예비 고1·2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마친 직후였다. 예비 고3 학생과 학부모들까지 몰려든 걸 보며 그의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

서점에서 판매 중인

서점에서 판매 중인 '국어의 기술'. [사진=양리혜 기자]

교재 저자로는 특이한 이력인데, 처음에 책을 낸 계기는요.
삼수를 해서 대학에 입학하며 처음엔 교수를 목표로 두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2년간 과외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터득한 ‘국어의 기술’이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책으로 출판해 놓으면 필요로 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죠.
첫 출판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작업을 해서 출판사들에 연락했는데, 답장이 거의 없었어요. (답을 준 곳이) 2, 3곳에 불과했는데 그곳에서도 학교 보충교재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힘들 거라고 했죠. 강의 교재로 쓰려면 현장에서 설명해 줄 수 있는 여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책은 너무 자세하니까요. 그래서 1인출판이라도 해서 책을 출판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렇게 관심을 받고 제가 저자로 불리게 될 줄은 몰랐어요.

교재를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국어의 기본 개념을 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개념 강의로도 할 수 있고 과외로도 할 수 있고 책으로도 할 수 있죠. 그러나 각각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학원과 과외 없이 책으로만 공부하는 학생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최대한 자세히 설명을 넣어요. 바로 옆에서 선생님이 설명해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독학으로도 공부할 수 있는 책으로요.

독학을 할 수 있는 책이라는 부분에는 자퇴 경험도 반영됐을까요. 당시엔 왜 자퇴를 했나요.
재수, 삼수를 하면서 혼자 공부할 땐 이런 책이 아쉬웠죠. 그런데 자퇴 얘기를 하는 건 사실 조심스러워요. 괜히 미화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그땐 학교에서의 환경과 제 개인적인 문제 때문에 다른 길이 없어 보여서 자퇴를 했는데, 지금은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선택 중 하나예요. 이후에 책이 잘되고 그러면서 좋아 보이는 것뿐이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그렇게 선택하진 않을 것 같아요.

‘수만휘’(수능 날 만점 시험지를 휘날리자) ‘오르비’ 같은 학습 커뮤니티에서 ‘국기 3회독 후 기출=1등급’ 이라는 공식이 돌고 있는데.
커뮤니티나 제 개인 블로그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편인데 (그런 공식을) 직접 보진 못했어요. 물론 감사하죠. 그런데 제가 쓴 책뿐만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개념서로도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국어 외에 수학이나 다른 과목에서도 개념서 여러 권을 사는 것보다는 하나를 여러 번 읽고 충분히 이해한 뒤에 문제를 풀면 도움이 될 거예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책상만 봐도 알아요. 참고서가 여러 권 꽂혀 있는 책상보다, 많이 본 티가 나는 책이 과목별로 한두 권씩 있는 책상이 공부 잘하는 학생의 자리죠.

『국어의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공부법은요.
제일 좋은 방법은 자기가 그 책에 있는 개념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번 읽는 겁니다. 옆에 있는 친구나 가족에게라도 설명해보세요. 혼자 있을 때는 거울을 보면서 누군가에게 설명하듯이 공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재형 청소년기자(왼쪽)와 이해황 저자.

유명한 교재의 저자라 학원 강의 요청이 많이 올 것 같은데요.
책을 내기 전엔 학기 중 과외로는 학비를 충당할 수 없으니까 방학 때 장소를 빌려서 학생들 모아 수업을 하곤 했어요. 책이 나온 이후에는 여러 곳에서 제의가 왔고, 올해도 얘기를 많이 들었죠. 그런데도 안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만약 제가 강의를 한다면 책에 없는 무언가를 가르쳐야 할 거고, 강의가 히트하려면 강의로만 들을 수 있는 부분을 책에서 빼야겠죠. 그건 이 책의 콘셉트와 취지에도 맞지 않아요. 하지만 학생들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작게나마 강의를 해볼까 고민을 할 때는 있어요.
매년 1000만원씩 장학금을 기부한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재수할 때, 수경출판사의 교재를 풀며 오탈자를 많이 발견해서 출판사에 알렸던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다른 책들을 보내주시면서 검수를 부탁하시더라고요. 그때 서로 좋은 관계가 된 출판사에서 책도 많이 보내주시고 장학금도 보내주셨습니다. 그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어요. 그 빚을 지금에 와서 다른 학생들에게 갚고 있는 중입니다

대학 전공과는 다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셨는데, 전공 선택과 진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계속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100년 동안 일어날 변화가 10년 만에 일어난다고 많이들 말하죠. 대학 전공이 우리의 마지막 직업을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글=이재형 TONG청소년기자 월평지부
도움·사진=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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