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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레터] 우리는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럽에서 유학 중인 한 선배는 2016년 올해의 단어를 "왜?"로 선정했으면 한다고 전해왔습니다. 언론사 간부로 있다가 퇴직한 뒤 벨기에로 떠난 그는 올해 내내 유럽지역이 테러에 시달렸기 때문이라고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유럽에선 프랑스, 독일, 영국, 벨기에 등에서 테러가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여기다 극우주의 성향의 정치인과 정당들이 점차 발흥하고 있어 테러의 악순환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테러의 원인과 이유 등에 대한 분석이 없으면 평화와 공존은 한낱 사치스런 레토릭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 입니다. 유럽의 언론들은 '왜'라는 화두를 통해 테러와 관련된 분석 기사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영어권에선 'Why'를, 프랑스 언론은 'Pourquoi'를, 독일 신문 등은 'Warum'이라는 헤드라인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촉발시키고 있습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 '증오의 수명'은 점점 길고 모질어지고 있다는 것이 유럽 언론의 진단입니다.

이념과 종교 문제가 유럽지역 테러의 원인이라면, 우리의 문제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던져봅니다. 돈과 권력, 탐욕, 이기심 등이 아닐까요. 올 한 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던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은 이 모든 단어를 압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사회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하고도 왜 국민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왜 그들은 대기업 돈을 갈취하고, 세월호의 7시간을 숨기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었을까요. 우리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선 "왜"라는 끊임없는 질문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제 우리도 우리 자신들에게 '왜'라는 말머리를 던져봅시다. 왜 우리는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촛불을 들었고, 특검 수사를 촉구했을까요.

다가오는 2017년엔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들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생존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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