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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선 회의, 경북선 여행 프로그램…지자체끼리 관광 인프라 협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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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관광 한국 업그레이드 <상> 유커가 싫증낸다

서울 아니면 제주도 관광.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명소는 뻔하다. 본지가 베이징·상하이 등 중국 5대 도시와 국내 주요 면세점·백화점에서 중국인 10~70대 남녀 739명을 조사한 결과 일본 여행 때 지방에 다녀온 경우는 58.2%였지만, 한국에서 서울·제주 이외의 지역을 여행한 경우는 38.6%에 그쳤다. 지방에 흥미가 없어서가 아니다. 몰라서 못 간다. 실제로 ‘지방 여행에 관심이 없다’고 한 응답자는 10.6%에 불과했다.

외국인 지방 관광 늘리려면

중국의 광고미디어그룹인 GIMC의 리난시(33) 부사장은 “올봄에 혼자 한국 여행을 가 경주 벚꽃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도시마다 각기 다른 매력이 있어서 소도시 여행을 특히 즐긴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서 중국인 전담 여행사를 운영하는 이기호(44) 대표는 ‘지방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북 전주의 한옥마을에서 전남 순천의 낙안읍성이나 순천만, 전남 화순의 운주사까지 아우르는 코스다. 이 대표는 “서울이나 제주는 유커들이 ‘다녀왔다’며 식상해 하는 경우가 많아서 흔하지 않은 지방 명소로 차별화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 관광의 걸림돌은 촘촘하지 못한 인프라다. 관광지가 듬성듬성 떨어져 있다보니 이동 시간을 지루해한다. 이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광객 한 사람당 1만~2만원씩 교통비조로 보조금을 주지만 관광객들이 먹고 놀고 쓸 수 있는 인프라를 촘촘하게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결국 볼거리, 놀거리가 많아야 심심할 틈이 없도록 이어지는 여행 코스를 만들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관광객이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 협력이 중요한 셈인데 오히려 지자체끼리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한 관광업체 관계자는 “대구와 경북이 국제회의 유치를 놓고 충돌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대구는 관광 매력이 떨어지고 경북은 대규모 회의 시설이 없으니 둘을 묶어서 대구에서 회의를 하고 경북 지역을 관광하는 코스를 짜면 되는데 서로 단독으로 유치해야 한다고 싸우더라”며 안타까워했다.

부족한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지방이 대규모 단체 관광객 유치에만 올인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9월 전남 여수에서 한류 공연 등을 즐긴 중국 켈티그룹 포상관광객 3400명의 경우 숙박 시설 대신 크루즈 선상에서 묵는 방법을 택했다. 지방 공항 시설도 대규모 단체 관광객을 받기는 역부족이다. 2000명 이상이 한꺼번에 들어올 수 있는 공항은 인천국제공항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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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섭 한국관광공사 인센티브유치팀장은 “대형 단체 유치만 보도됐지만 중국 맥도날드와 스와로브스키처럼 중간 규모로 오는 단체가 알차게 진행되고 만족도나 수익도 높다”고 말했다. 대륙에서 온 중국 관광객의 경우 바다를 동경하기 때문에 통영-남해-부산을 잇는 ‘남쪽 바다 관광벨트’도 구상할 만하다. 신옥자 한국관광공사 국제회의유치팀장은 “국제회의는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오기도 하는 부가가치가 큰 행사”라며 “서울은 회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만 지방에선 대형 회의가 열릴 만한 장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시설부터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별취재팀 : 구희령·장주영·이현택·곽재민·허정연·유부혁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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