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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슈퍼컴 진서의 위험한 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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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16강전 1국> ●·판윈러 5단 ○·신진서 6단

14보(146~160)=신진서의 강점은 수읽기가 빠르다는 것이다. 조훈현, 이세돌의 어린 시절과 유사하다. 예전에는 ‘전광석화처럼 빠른 수읽기’라는 표현이 그럴 듯했는데, 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초당 조 단위를 넘어선 슈퍼컴의 시대에는 어쩐지 비유를 바꿔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얼마 전 세계 최강의 슈퍼 컴퓨터로 등극한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는 연산 속도가 93페타플롭스(PetaFlops·초당 1000조 번의 연산 처리)라고 한다. 엄연한 현실인데 숫자가 어마어마해서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는다. 국내 최고의 슈퍼컴은 기상청의 ‘미리’와 ‘누리’로 각각 세계 슈퍼컴 순위 36·37위로 등록돼 있는데, 초당 연산 속도는 2.4페타플롭스로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의 2%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이 반도체 세계 최강국이자 IT 강국으로 이름을 널리 떨치던 때가 아득한 꿈만 같다.

아무튼 신진서는 한국 바둑 최고의 슈퍼컴이다. 돌과 돌 사이의 관계를, 그 안에 얽힌 수의 조합을 순식간에 읽어낸다. 적진 한복판을 찝어간 46이 그런 신진서의 재기를 보여준 수인데, 실은 대단히 위험한 도박이었다. 판윈러가 46 다음 ‘참고도’ 흑1 이하 19까지(7…△) 반격을 펼쳤다면 승부도 여기서 끝났을 것이다. 실전은 판윈러가 47~51로 후퇴해 48, 50을 선수로 활용한 최선의 결과가 됐고 중앙 60까지, 차이는 더욱 미세해졌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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