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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와 중기]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십…바이오 신약 시장 문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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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설립 8년 된 바이오 벤처 ‘알테오젠’

알테오젠은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47억원, 순이익은 11억원을 올렸다. 2008년 LG생명과학 출신의 박순재(62) 대표가 설립했는데,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온 연구개발(R&D) 기업이다. 박 대표의 꿈은 신약 개발이다. 중소기업으로선 무리한 목표일 수도 있다. 신약 개발은 글로벌 제약사도 버거워하는 분야다.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실패하는 일이 많아서다. 박 대표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전략을 세워 효과적으로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생산해 종잣돈 마련
성장호르몬 결핍증, 유방암 치료제…
신약 개발 들어가 임상 진행 중
브라질·일본 업체와 공동개발 계약
판권 나눠 갖는 ‘이익 공유제’실험
위험 분산 장점…업계서 벤치마킹

설립 8년차 기업인데 이미 임상을 진행 중인 약품이 여럿이다.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는 임상 2상, 유방암 치료제는 임상 1상을 시작했다. 바이오시밀러 쪽은 진도가 더 빠르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는 캐나다에서 임상 3상에 들어갔고,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는 일본에서 곧 임상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회사의 또 다른 주력 신약인 지속형 단백질 치료제의 개발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기술을 다른 제약사에 제공하는 협의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설립한 지 8년이 된 바이오 벤처기업 알테오젠은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성장했다. 박순재(62) 알테오젠 대표가 일본 키세이(오른쪽)와 브라질 크리스탈리아의 기념품을 잡고 있다. [사진 김성태 기자]

설립한 지 8년이 된 바이오 벤처기업 알테오젠은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성장했다. 박순재(62) 알테오젠 대표가 일본 키세이(오른쪽)와 브라질 크리스탈리아의 기념품을 잡고 있다. [사진 김성태 기자]

박 대표의 경력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연구 실적이다. 미국 퍼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연구 생활을 했다. LG생명과학이 한국 최초로 미국에 수출한 바이오 의약품이 그의 손을 거쳤다. 또 하나는 기업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그는 LG생명과학에서 연구소를 거친 다음 8년간 사업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당시에 그는 ‘신약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지’와 ‘이를 어떻게 유통할지’에 대한 전략을 세웠다.

경험은 그의 창업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박 대표는 현금 유동성을 중용하게 여긴다. 일반적으로 바이오 벤처는 벤처캐피털 투자에 의존한다. 신약 개발은 10년 넘는 인내와 투자가 필요한 분야다. 시간과 자금이 부족해 포기하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박 대표는 “이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해 유동성을 확보한 덕분에 적자 없이 계속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지난 바이오 약품을 복제한 의약품을 말한다. LG생명과학에서 바이오 의약품 R&D를 진행한 그는 창업 당시 벌써 충분한 연구 능력을 확보한 상태였다.

박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를 생산할 파트너를 구할 때에도 시야를 넓혀 세계 시장을 바라봤다. 2011년 브라질 제약기업인 크리스틸리아와 바이오시밀러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012년엔 일본 키세이 제약과 바이오시밀러인 아일리아 공동 개발에 들어갔다. 두 기업 모두 화학 의약품 강자였지만 바이오 분야가 취약했다. 바이오 경쟁력을 키우려는 틈을 알테오젠이 파고 들었다. 규모는 적지만 탄탄한 연구 실적을 앞세워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알테오젠은 크리스탈리아, 키세이와 파트너 계약을 맺을 때 독특한 사업 모델을 적용했다. ‘심플 라이센싱 아웃’과 ‘이익 공유제’다. 심플 라이센싱 아웃은 바이오시밀러 기술을 이전해주고 글로벌 제약사가 연구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익 공유제는 신약 개발에 참여한 기업들과 개발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파트너로부터 연구비 일부를 단계별 기술료 형태로 지급받고, 각자의 시장에서 판권을 갖는다.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공동 판권을 통해 이익을 나눈다. 리스크를 분산하고 각자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알테오젠은 한 파트너에게 다 맡기는 것 아니라, 지역을 나눠서 신약을 개발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예컨대 유럽과 북미, 남미, 일본 제약사와 구역을 나눠 개발하는 식이다. 이들 중 한 곳이 도중에 개발을 포기해도 나머지 기업들과 함께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 실패에서 오는 부담도 그만큼 적다.

박 대표는 많은 한국 제약기업이 채택해온 ‘오픈 이노베이션’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제약 회사가 연구 개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이다. 보통 임상 1상을 마친 후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한다. 한미약품의 경우 수백억원을 들여 임상 1상을 마무리한 다음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단점도 있다. 중소기업의 자금력으론 임상 1상 진행도 어렵다. 글로벌 파트너사가 너무 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또 글로벌 기업이 연구를 중단하면 이를 다시 시작할 방법이 없다. 연구를 중단할 이유는 수없이 많다. 또한 신약 개발을 마무리해도 출시를 못할 수 있다. 상업성이 떨어지거나 경쟁 기업이 더 효율적인 신약을 내놓으면 물거품이다. 박 대표가 이익 공유제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며 개발을 진행해온 이유다. 박 대표는 “이익 공유제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이 활용하기 좋은 사업 방식”이라며 “파트너사도 적은 비용으로 판권을 확보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창안한 독특한 사업 모델은 바이오 업계의 벤치 마킹 대상이 됐다. 요즘엔 알테오젠 모델을 따라하는 기업이 늘었다. 그는 “업계에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해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글=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사진=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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