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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 애로’ 주현정, 양궁 전도사로 금빛 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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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주현정(34·사진)은 올림픽 효자 종목인 여자 양궁팀에서 ‘대들보’로 불렸던 선수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09 세계선수권 개인·단체 2관왕,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등 메이저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냈다. 2014년 5월에는 월드컵 대회 기간 훈련을 하다 과녁 정중앙에 꽂힌 화살의 뒷부분을 명중하는 ‘로빈후드 애로(Robin Hood Arrow)’를 기록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양영자·이용대·남현희 등과 함께
학교 체육교실 강사로 전국 누벼
“강사료 적지만 가르치는 보람 커”

지난해 은퇴한 주현정은 요즘 ‘양궁 전도사’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운영 중인 ‘스포츠 스타 체육교실’의 강사로 전국의 학교를 돌며 어린이들에게 양궁의 역사와 활 쏘는 법을 가르친다. 날카로운 화살 촉 등 위험 요소를 제거한 체험용 양궁 세트를 활용해 ‘미래의 신궁’을 찾는 게 요즘 그의 역할이다. 양궁의 주현정 외에도 한순철(복싱)·진선유(빙상)·양영자(탁구)·이용대(배드민턴)·남현희(펜싱)·왕기춘(유도) 등이 각자의 전공을 살려 강사로 활동 중이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 왕배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만난 주현정은 “양궁은 올림픽 메달밭이지만 아직까지 소수가 즐기는 스포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각 학교를 거점으로 삼아 생활체육이 활성화하면 양궁을 체계적으로 배우는 인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주현정이 교통비 수준의 강사료만 받고도 강사 제의를 흔쾌히 수락한 건 체육연금(경기력향상연구연금) 덕분이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각종 국제대회 상위권 입상 선수들을 연금을 받는다. 주현정처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는 연금 점수 최고점인 90점을 받아 매월 10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세계적인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함으로써 그들이 운동에만 전념하도록 돕는 것이다. 주현정은 “활동 기간이 짧은 운동선수들에게 체육 연금은 고마운 존재다. 덕분에 은퇴 후 봉사활동도 마음껏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양궁교실을 찾은 2학년 주소민(8)양은 “활 시위를 자주 당겨 팔이 아팠지만 재미있었다 ”고 말했다.

화성=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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