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대통령 말 나오자 “마음 복잡” 손자 얘기엔 울음

중앙일보

입력 2016.12.27 02:19

업데이트 2016.12.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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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오른쪽)과 황영철 의원이 26일 서울구치소 수감동에서 최순실씨를 만난 뒤 나오고 있다. 최씨는 이날 오전 열린 현장청문회에는 건강상의 사유를 밝히고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성태 국조특위 위원장(오른쪽)과 황영철 의원이 26일 서울구치소 수감동에서 최순실씨를 만난 뒤 나오고 있다. 최씨는 이날 오전 열린 현장청문회에는 건강상의 사유를 밝히고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사진기자단]

최순실 국정 농단 6차 청문회는 ‘감방 청문회’로 진행됐다.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나” 짜증
정유라 입시부정엔 “정당하게 입학”
대통령과 딸 누가 힘들까 묻자 “딸”
“미르·K스포츠는 내 아이디어 아니다”
독일 차명재산, 태블릿PC도 부인

26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수감동의 특별면회실에 최씨는 녹색 수의를 입고 나타났다. 그는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에게 “심장도 나쁘고 머리도 아프고 빨리 가야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 따르면 최씨는 “내가 왜 여기 있어야 되느냐. 청문회인 줄 모르고 나왔다”며 짜증도 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그동안 신나게 사셨잖아요. 여기서도 특혜 받고”라고 쏘아붙이자 “신나게 살지 못했습니다”고 또박또박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긴 여자가 많아 특혜를 주면 큰일 난다. 유명한 사람이라 시끄러워져서 그렇지, 특혜는 없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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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씨가 핵심적인 질문에 대해선 ‘모른다’ ‘말하고 싶지 않다’ ‘재판이나 공소장에 있다’로 일관했고, 자기에게 유리한 질문에만 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씨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우 전 수석의 장모에 대해 모두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날 남부구치소에서 안 전 수석을 접견한 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안 전 수석은 ‘최씨를 본 적은 있지만 실체는 몰랐다’고 했다”고 전했다. 둘 중 한 명은 거짓말을 한 셈이다.

다음은 의원들이 전한 최씨와의 질의응답.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에는 1%도 기여 안 했고, 눈도 못 마주쳤고 그냥 심부름하던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소리를 했나. 처음 듣는다.”
박 대통령과의 호칭은.
“(박 대통령 당선 전) 나는 ‘의원님, (박 대통령은) ‘최 원장’이라 불렀다.”
대통령에 대한 감정은 어떤가.
“전혀 얘기하고 싶지 않다. 마음이 복잡하다.”
박 대통령과 공모관계로 기소됐는데.
“나는 인정하지 않았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은 본인 아이디어냐.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설립을 위해 삼성에서 16억원을 받았는데 장시호 증인이 ‘이모가 다 하라고 했다’고 하더라.
“ 삼성에 부탁한 적이 없다.”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은 당신에게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을 추천하니 그대로 됐다고 했다.
“차은택·고영태(전 더블루K 이사)를 알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딸 정유라의 입시 부정 의혹이 불거졌는데.
“왜 부정 입학이냐. 정당하게 들어갔다.”
독일에 8000억원의 차명재산이 있나.
“ 독일에 단 한 푼도 없다.”
당신의 책상 위에 태블릿PC가 있었다는데.
“태블릿PC가 아니라 노트북을 주로 썼다. 2012년에 태블릿PC를 처음 봤고 쓸 줄도 모른다. 워드 기능이 없어 그 다음부터는 사용 안 했다.”
세월호 사고 당일 박 대통령과 통화했나.
“기억이 안 난다. 어제 일도 기억 안 나는데 그날 일이 어찌 기억나겠나.”

의원들이 “죄지은 것 없이 억울하게 들어왔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땐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나라가 바로 섰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증인의 구속으로 딸 정유라와 박 대통령 중 누가 더 상실감이 크고 어렵겠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딸이죠”라고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고 한다. 최씨는 “정유라가 걱정되느냐, 손자가 더 걱정되느냐”는 질문에 울음을 터뜨렸다고 특위 위원들이 전했다. 김성태 위원장은 “마지막 질문으로 내가 ‘박 대통령을 위해 본인이 죽어서라도 대통령 탄핵이 기각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느냐’고 묻자 최씨는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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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 위원장과 특조 위원 8명(황영철·김한정·장제원·박영선·하태경·손혜원·안민석·윤소하 의원)은 최씨를 만나기 위해 수감동을 찾았다가 구치소 측이 진입을 허용하지 않아 한 시간 이상 대치했다. 박 의원은 이 상황을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하면서 “여기는 구치소가 아닌, 최순실 보호소 ”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구치소 측은 결국 최순실을 만나게 해줬다. 청문회는 오후 3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19년 전인 1997년 한보 청문회 당시 정태수 회장 청문회는 구치소 본관 3층 대강당에서 열렸 다. 수감동에서의 청문회는 88년 5공 비리 청문회 이후 처음이라고 의원들이 설명했다.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는) 법원 결정에 의해 비변호인과의 접견교통이 금지돼 있다”며 “헌법과 형사절차법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법무부 측은 “현행 법이나 규정상 구치소 신문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박유미 기자, 의왕=채윤경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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