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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출산은 미래투자·생존전략이라는 김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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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석 기자 중앙일보 기자
김정석 내셔널부 기자

김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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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서구에 사는 A씨(38) 부부는 최근 체외수정 시술을 받았다. 첫딸에 이어 둘째를 낳으려 했지만 난임을 극복하기 어려웠다. 시술비는 370여만원이나 들었다. 정부 지원금 190만원을 뺀 180만원가량을 본인이 부담했다.

반면에 경북 김천시 율곡동에 사는 B씨(37) 부부는 체외수정 시술에 456만원이 들었지만 본인은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았다. 김천시가 전액 지원해 줬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난임 부부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다. 난임 부부가 체외수정 시술을 받을 때 최대 19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체외수정 시술 비용이 적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500만원까지 들기에 개인 부담은 여전히 크다. 난임 부부가 출산을 포기하는 큰 이유 중 하나다.

김천시는 지난 7월부터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난임 부부 시술비 중에서 개인 부담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천시민 84명이 혜택을 봤고, 25명이 임신에 성공했다. 여기에 4개월간 시 예산 5500만원이 들어갔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인구가 14만 명인 김천시의 곳간 사정도 다른 지자체들처럼 넉넉하지는 못하다. 김천 인구는 14만1000여 명이고 올해 예산이 8200여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재정자립도는 25.8%(전국 평균은 52.5%)에 불과하다.

살림이 어려운데도 출산율 높이기에 ‘화끈한 투자’를 한 것은 “어린아이가 지역을 살리는 보배”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떨어져 지역 인구가 감소하면 지역 경제 위축을 초래한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 김천시는 2014년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도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난임 부부 시술비 지원뿐 아니라 출산 장려금 인상, 기형아 검사비 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덕분에 김천시의 합계출산율(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은 2014년 1.38(총 986명 출생)에서 2015년 1.42(1030명)로 높아졌다. 올해 11월까지 이미 1038명이 태어났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박사의 ‘지방소멸위험지수(20~39세 여성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 연구에 따르면 김천시에 인접한 의성군은 인구가 급격히 줄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지역으로 꼽혔다. 전남 고흥, 경북 군위, 경남 남해군 등이 뒤를 이었다. 김천시의 출산 장려 정책을 ‘미래 투자’이자 ‘생존 전략’으로 봐야 하는 까닭이다.

김정석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