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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경쾌한 로맨틱 코미디 인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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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7호 25면

조선중앙TV가 지난 2월 방영한 북한 영화 ‘방패’에서 남녀 주인공이 데이트하는 장면. [조선중앙TV 캡처]

‘결혼 이야기(최민수· 심혜진 주연)’ ‘마누라 죽이기(박중훈·최진실 주연)’ 등이 한국을 대표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면 북한에는 ‘옥류풍경’ ‘따뜻한 우리 집’ 등이 있다. 옥류풍경은 빙상무용 선수와 옥류관 요리사와의 사랑을 그렸고, 따뜻한 우리 집은 콧대 높은 전문직 노처녀 의사와 노총각 의사와의 지지고 볶는 사랑을 담았다. 북한의 두 영화는 자존심이 강하고 직업의식이 투철한 남녀 주인공을 설정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특히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미혼의 전문직 여성이 늘어나는 것은 집단주의를 강조하는 북한 사회에 위험요소다. 북한도 한국처럼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인지라 이런 여성들이 결혼을 스스로 선택하는 영화가 필요했다.


옥류풍경에서 순애(여자 주인공)는 북한에서 예술가로서 존경 받는 빙상무용 선수로 등장한다. 반면에 한기(남자 주인공)은 북한에서 ‘국수쟁이’로 불리는, 별볼일 없는 직업인 요리사였다. 그러다 보니 순애의 가족들이 반대가 심할 수 밖에 없다. 북한 여성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좋아하는 사람과 연애하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사회 분위기에 도전해 본다. 자존심 강하고 콧대 높은 순애가 남자 요리사와의 결혼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알콩달콩한 로맨스가 전개된다. 순애는 “내 운명의 주인은 내 자신이에요”라며 가족들의 반대에도 결혼을 하겠다고 밝힌다. 북한 여성들의 결혼관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다.


따뜻한 우리 집은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미혼의 전문직 여성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연희(여자 주인공)는 강제가 아니라 스스로 결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영준(남자 주인공)과 ‘사랑 싸움’을 벌인다. 연희는 유학까지 다녀왔고 서른이 넘었지만 사랑도 결혼도 박사학위논문을 딴 이후에 하겠다는 자의식이 강한 여성이다. 영준은 실력이 없지만 붙임성과 성실성으로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는 마음씨 좋은 노총각 의사다. 남의 일이나 돌봐주는 어리석은 바보인 줄 알았던 영준이 외국인의 질문에 유창한 스페인어를 구사하며 대답하는 모습 등에서 연희는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연애를 시작한다.


북한 영화감독이 벨기에·영국 감독과 공동 연출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 ‘김 동무, 하늘을 난다’도 지난해 국제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북한의 탄광촌 여성 광원이 평양교예단의 인민배우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남성 동료와의 사랑에 버무려 그린 내용을 담았다. 이 영화는 북한 여성의 자아 실현을 전면에 내세워 미국 컬럼비아대 등 9개 대학에서 순회 상영하기도 했다.


평양시 봉화비누공장에 근무했던 탈북자 이미주씨는 “북한 연인들은 여성 주인공의 고통을 다룬 멜로 드라마보다 밝고 경쾌하게 위기를 극복한 로맨틱 코미디를 선호한다”며 “행복한 결말이 예정돼 있어 관객들이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수석 중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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