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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중국의 두 번째 대륙’인가, 과장된 현실인가? 항공·서비스 등 성장 분야 비즈니스 선점 포석

중앙선데이

입력

베이징칭화대 공공정책대학원, 영어로 진행되는 중국경제발전론의 수강자는 대부분 외국인 유학생이다. 그중 절반 이상은 아프리카인이다. 이 수업을 진행하는 후안강 교수는 서기 0년으로 시작되는 그래프에 중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그려놓고 중국의 역사적 우수성과 저력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중국식 사회주의의 특징과 중국식 시장경제 성과도 설파한다. 알고 보니 아프리카 유학생은 대부분 현지 국가의 공무원이나 국영기업의 우수 인재로 중국 정부에서 장학금을 받은 유학생들이었다. 몇 년 전 베이징 방문 길에 우연히 참관했던 후안강 교수의 수업 풍경이다.


중국은 이미 1950년대부터 정부 초청 아프리카 유학생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56년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이집트와 처음 수교하면서부터다. 현재까지 약 5만 명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정부의 지원만 그렇고 각 지방정부와 화웨이·시노펙 등 대형 기업들이 별도로 선발해서 지원하는 학생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아프리카에 필요한 고급 인력을 양성해 준다는 차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호응이 높다. 중국에서 유학한 인력들은 각국의 공공부문과 기업에서 중요 역할을 맡아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에 주요 인적 자원으로 활용되어 중국 역시 통 큰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아프리카 교역 2000년 이후 20배 증가중국과 아프리카의 경제협력은 알려진 바 대로 2000년대 들어 중국이 고도성장에 필요한 주요 자원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본격화됐다. 상품 교역량에서 중국과 아프리카의 무역액은 2000년 106억 달러에서 2014년 2216억 달러로 연평균 24.3%, 21배 증가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수출은 50억 달러에서 1060억 달러로, 수입은 56억 달러에서 1156억 달러로 각각 24.3%, 24.2%씩 증가했다. <표1> 중국은 2009년부터는 미국을 추월해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 대상국이 됐다. 2013년 기준으로 중국의 아프리카 교역액은 미국의 두 배가량으로 아프리카 총 무역의 15%가량을 차지한다. <그림1>중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는 남아공·앙골라·나이지리아·이집트·알제리 등으로 이들 5대 무역 대상국이 전체 교역의 61%, 10대 국가가 73%를 차지할 정도로 집중돼 있다. 특히 남아공이 최대 교역 국가로서 중국의 아프리카 수출과 수입에서 각각 14.7%와 38.5%를 차지하고 있다. <표2>

그런데 사실 중국의 대아프리카 수입은 2012년까지는 무려 연평균 35.5%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다. 2013년 3.7%로 증가율이 급락했고 2014년에는 1.6%가 감소한 상황이다. 아직 중국 정부의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2015년에는 38.4%나 감소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다량의 자원을 소비하는 성장 구조가 전환기에 진입하며 중국 경제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도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의 최대 교역국인 남아공의 경우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대중국 수출은 무려 연평균 44.4%씩 늘었다. 그러나 2014년 대중 수출이 전년 대비 8.0% 줄어든 데 이어 작년에도 11월까지 15.4% 감소했다. 남아공 경제는 2013년부터 1%대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중국 경제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반면 중국 상품의 아프리카향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수출 증가율은 2012년까지 20%대였다가 최근 둔화되고 있으나 2014년 14.3%에 이어 2015년에도 3.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아프리카 무역수지는 2012년 280억 달러로 최대 적자였지만 2014년 96억 달러까지 축소됐고, 2015년에는 265억 달러 흑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중국의 고성장으로 자원 수출이 증가했던 동남아·중남미 등과 같은 양상인 것이다. 최근 2~3년간 중국 수요 둔화로 자원 수출이 줄어든 반면 중국의 공산품들이 밀려 나오면서 중국산 수입이 증가해 대중국 무역 적자로 전환된 상황이 그것이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주로 수출하는 물품은 기계와 교통운수장비, 전자통신장비 및 전기기계 등의 자본재 그리고 의류 등의 소비재이다. 반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에 석유·철광석 등 각종 광물자원과 함께 일부 농산물과 식품 등도 수출한다.


中, 아프리카 석유 수입 의존도 23%최근 중국의 자원수요 증가율이 둔화되고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중국에서 자원의 전략적 중요성이 감소할 것이라는 일부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소비국 중국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께 세계 최대 석유소비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중국의 원유수입 의존도가 2020년까지 66%를 넘어서고 2030년에는 7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현재 중동에서 연간 290만 배럴을 수입해 원유 수입의 52%를 의존하고 있으며, 둘째로 아프리카에서 130만 배럴, 23%를 수입하고 있다. 향후 에너지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증가하는 만큼 중국의 안정적인 자원 확보 전략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2012년까지 누계로 217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아프리카 직접투자는 초기에 광산과 에너지 등 자원 분야에 집중됐었다. 중국의 대아프리카 FDI에서 에너지 부문의 비중은 25%가량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중국은 FDI 누계금액의 4배 규모에 이르는 공적개발원조(ODA) 금액을 아프리카에 제공해 왔으며 우대 차관 역시 대폭 늘려 자원에너지 개발과 관련된 인프라에 투자해 왔다. 중국 FDI의 산업별 비중만으로 아프리카 투자의 다변성을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중국은 1673개 프로젝트에 대해 750억 달러의 원조를 제공했고 아프리카에 대한 우대차관은 2006년 50억 달러에서 2012년 2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특히 2010년부터 2012년까지의 대외 원조 총액 가운데 51.8%가 아프리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와 ODA가 결합된 형식(일명 앙골라 모델)으로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에 자금을 지원해 자원과 인프라를 개발하기로 합의하면 그 사업을 중국 기업들이 수주해서 참여하는 것이다. 2011년의 경우 중국 해외수주 계약 총액의 32.2%는 아프리카 정부가 발주한 프로젝트였다. 중국수출입은행은 우대차관을 제공하는 통로로 금융 지원을 담당하고, 중-아프리카개발기금 등도 나서서 합작투자를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초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렸던 제6차 중-아프리카포럼(FOCAC)에 참석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다시 10개의 협력프로젝트 추진과 600억 달러 지원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이어서 방문한 짐바브웨에서는 한화 470억원의 부채를 탕감해주기로 했다. 같은 기간 열린 ‘중-아프리카기업가대회’에서는 134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건설과 화공·금융산업 등에서 22개 협력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中 민영기업 진출 대폭 증가 최근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는 자원 사업에 수반되는 금융·교통운수·제조 등의 진출과 함께 서비스 부문의 투자도 증가하는 등 다양화되고 있다. 이들 업종은 민영기업들이 다수를 이룬다. IMF의 2015년 조사보고서(Why is China investing in Africa?:Evidence from the firm level)에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 기업의 아프리카 사업계약 2005건과 각 사업에 속한 복수의 프로젝트를 합쳐 총 3989개의 프로젝트를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다. 광물 제품 생산(프로젝트 수 319건)과 기초금속(148건), 플라스틱 및 시멘트(96건) 등 중국 정부 혹은 국영기업이 주도하는 업종 외에 섬유·의복(75건), 채소(72건), 식음료(64건), 신발·우산(54건), 목재가공(35건) 등 중소 민영기업이 주도하는 제조업종의 진출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프로젝트의 60%는 서비스업이었으며 그중에서 비즈니스 서비스(1053건)와 도·소매(693건), 무역(539건) 업종이 84%를 차지하고 있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자원과 관련 인프라 건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적어도 FDI만 놓고 볼 때 일반 제조업과 서비스업 진출 비중이 일반적인 인식보다 훨씬 컸다는 것이다.


특히 섬유·의복과 신발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경우 ‘메이드 인 차이나’의 경쟁력이 하락하자 아프리카의 저렴한 인건비 혜택과 함께 아프리카산 제품에 대한 미국 및 유럽의 관세 혜택을 노리고 많은 중소 민영기업이 진출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 10월부터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African Growth and Opportunity)’을 발효해 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 및 쿼터를 면제하고 수혜 자격이 갖추어진 품목에 대해서는 반덤핑·상계제도 등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유럽 역시 ACP 국가들의 상품에 대해 유럽연합(EU) 시장에서의 관세 및 쿼터 철폐 등의 혜택을 부여해 무역을 통해 경제개발을 돕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제적 이익 개념으로 접근, 아프리카의 성장 기회 노려 중국사회과학원의 중동아프리카연구소에서 발간한 ‘아프리카 발전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향후 아프리카 경제협력 전략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자국 경제의 서비스산업 중심 발전 기조와 아프리카에서도 수요가 증가하는 금융·관광·항공운송·환경보호기술 등 서비스 무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10년 내에 아프리카가 세계 제2의 항공운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따라 공항 건설과 항공기계설비, 정보통신설비, 물류, 공항관리시스템 등 유발 수요도 기대하고 있다.


또 아프리카가 공업화와 도시화, 지역 간 경제통합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건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국가 간, 권역 간 연결을 위한 기초 인프라 건설에서 프로젝트 기획과 타당성 조사 등을 지원하고, 중국 기업과 금융기관이 투자사업에 참여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건설시공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사전 기획과 개발에 참여하고 설계와 엔지니어링, 사후관리·운영 등 종합적인 건설엔지니어링을 지향한다는 목표다. 아프리카의 니즈에 맞도록 상호 소통을 하며 진행하고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이익 공유와 리스크 축소 등을 위한 노력 의지도 밝히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지나친 자원외교는 서방의 경계심을 자극해 왔다. 중국이 자국 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독재국가들까지 지원하고 아프리카 진출에 인력과 자금, 물자까지 공급하며 중국의 이익과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신식민지 건설이라는 비판도 일었다. 뉴욕타임스 특파원 출신의 하워드 프렌치는 『아프리카, 중국의 두 번째 대륙』이라는 책에서 아프리카 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 자본의 힘을 생생하게 전한 바 있다.그러나 IMF의 조사보고서는 중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은 다른 나라에 진출할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경제적 이익에 의해 결정된 것임을 밝힌다. 아프리카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중국 공장과 중국인을 소개한 ‘다수 가운데 하나(One among many)’라는 이코노미스트 기사에서도 ‘중국의 두 번째 대륙’이라는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 역시 이권 확보를 다투는 다수의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무역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5.2%에 불과했다. 전체 FDI에서의 아프리카 비중도 3.1%에 그쳤다. 2012년 아프리카 총 FDI에서의 중국 비중도 2.5%로 영국·미국·이탈리아에 이은 4위였다.


중국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아프리카를 든든한 정치적 지지자로 붙들어 두고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 자원 확보를 위해 관계를 강화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아프리카 대륙이 중국 기업의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륙, 다른 국가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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