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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中,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 건설 미국과 ‘전략적 긴장 관계’ 불가피

중앙선데이

입력

지난해 11월 20일 미국 아프리카사령부(AFRICOM) 데이비드 로드리게스 사령관이 펜타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중국이 동부 아프리카 소국 지부티(Djibouti)에 “그들의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해” 군사협정을 체결하고 중국군 기지를 건설한다는 내용이었다. 로드리게스 장군의 언론 브리핑은 짤막했으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펜타곤 출입기자들은 “미국이 지부티와 중국의 군사협정 체결을 막는 데 결국 실패했다”고 송고했다. 그로부터 보름 뒤인 12월 4일, 지부티 정부는 중국이 자국 홍해 연안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부티 정부가 자국 내 인민해방군 기지를 허용하며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소말리아 해역에 출몰하는 해적 퇴치다. 마흐무드 알리 유세프 지부티 외무장관은 지난해 12월 AF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해군기지 건설은 해적 대책을 위한 것”이라며 “특히 지부티 해협을 통과하는 중국 선박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략적 의도에 관심 집중앞서 중국 정부도 미국의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지난해 11월 26일 “지부티에 군사거점을 설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소말리아 해역과 아덴만에서 해적 대책 작전에 참여 중인 인민해방군 군함 등을 위한 보급시설 건설 문제를 지부티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훙 대변인은 “지부티에 기지를 조성하는 주된 목적은 해적 대책 작전에 참가한 군함과 병력의 휴식, 연료와 식품의 보급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아프리카닷컴에 따르면, 중국은 지부티 정부와 10년 계약에 서명했다. 계약이 이뤄진 날짜는 보도되지 않았다.


미·중 관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이 지부티에 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것이 현지에서 해적과 싸우는 인민해방군을 보호하는 일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목적은 지부티 기지를 토대로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이 지부티 기지를 활용하게 되면, 약 4000㎞ 범위까지 작전능력을 갖춘 중국 전투기들이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 반도에서 광범위한 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전략적으로 자리 잡은 중국 군사기지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절대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 하나 지부티의 인민해방군 기지는 중국의 에너지 수송로를 확보하는 ‘진주 목걸이’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이 2013년부터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과도 연결된다. 현재 중국의 일대일로 노선 중 ‘해상 실크로드(一路)’에는 인도양에서 홍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노선이 포함돼 있다. 이 노선이 지나가는 홍해 입구의 전략적 요충지가 바로 지부티다.(그림 1 참조)

인민해방군의 지부티 입성은 몇 년 전부터 준비돼 왔다. 중국은 먼저 지부티에 에티오피아로 가는 철도를 비롯, 공항과 항만시설 등 엄청난 사전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만 모두 100억 달러가 넘는 규모로, 이는 지부티 GDP의 6배에 해당한다. 중국은 투자와 동시에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군사적 행동의 수준도 높였다. 중국 해군 함정들은 2008년부터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 퇴치 작전에 참여했다. 남수단에 파견된 유엔평화유지군에도 800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지부티에서는 2014년부터 군사적 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그해 중국 정부는 지부티와 안보 및 방위 협력을 체결하고, 자국 해군이 지부티 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이 거세게 반발했지만 이미 두 나라 사이를 갈라놓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작년 연말에는 팡펑후이(房峰輝) 중국군 총참모장이 지부티에서 보급 임무를 수행하던 중국 군함을 찾은 길에 오마르 겔레 지부티 대통령을 만나 상호 협력을 재확인했다.


미·중 군사 기지가 공존하는 유일한 나라 지부티문제는 지금부터다. 중국의 해군기지가 들어서게 되면 지부티의 전략적 민감성이 본격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유엔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외국에 주둔하는 것을 제외하면 이는 사실상 중국의 첫 번째 해외 군사기지다. 이로써 지부티는 전 세계를 통틀어 미군 기지와 중국군 기지가 동시에 있는 유일한 나라가 된다. 미국은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파장도 만만찮다. 중국은 자국의 첫 번째 해외 군사기지를 근거로 미군과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작전을 벌일 수 있다. 아프리카 대륙 내 G2의 ‘군사적 동거’는 미국과 중국의 대륙 내 경쟁이 경제적 영역을 넘어 확장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미 지난해 남중국해에서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을 수차례 넘긴 미·중 간 갈등이 지부티에서 돌출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베를린 소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의 중국 외교정책 전문가인 모리츠 루돌프(Moritz Rudolf)는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다. 중국이 지구촌, 특히 동아프리카에서 더욱 중요한 행위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대치가 끝은 아니다. 지부티에는 일본 자위대의 첫 국외거점도 있다. 인민해방군 기지가 지부티에 들어서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아시아에서 대치하는 일본 자위대와 인민해방군이 아프리카에서도 ‘불편한 조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사태 후 미국이 아프리카를 대하는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셰일혁명 이전, 아프리카 대륙을 ‘미래 석유창고’로 애지중지했던 미국은 자국에서 셰일오일이 쏟아지자 아프리카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가운데 중국이 유엔평화유지군 신분이 아닌 인민해방군 해군 신분으로 아프리카에 교두보를 마련하자 미국은 아닌 말로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당장 미 국무부는 지부티의 인권문제 때문에 미뤄 왔던 막대한 양의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는 아예 향후 20년 동안 지부티 내 레모니어 미군 캠프를 장기 임대하는 계약을 지부티 정부와 체결했다. 매년 7000만 달러(약 840억원)를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캠프 레모니어에는 대략 40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은 이 병력을 활용해 지난 13년 동안 ‘아프리카의 뿔’ 지역을 감시하고 공습기지로 사용해 왔다. 미국이 아덴만, 특히 예멘에서 해적 퇴치 작전을 수행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시설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는 중국의 협력중국의 아프리카 대륙 내 군사적 굴기는 막강한 경제적 영향력을 배경으로 한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 등이 각개약진하고 있지만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접근하는 중국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연말 요하네스버그에서 수십 명의 아프리카 정상들과 회담을 가지고 600억 달러의 개발·협력 보따리를 풀었다. 시 주석의 아프리카 방문에 대해 인베스텍 애셋 매니지먼트(Investec Asset Management)의 투자분석가 마이클 파워(Michael Power)는 “아프리카는 어려울 때 함께 있어주는 사람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며 “중국 사람들은 1년 전에 비해 아프리카의 자원이 덜 매력적으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바꾸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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