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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Special] “선진국 책임, 재정·기술 지원해야” 파리협정 계기 선진국과의 협력 기대

중앙선데이

입력

태국의 매모(Mae Moh) 광산. [shutterstock]

2014년 12월 부산에서 개최된 한국-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동남아시아 정상들이 가장 관심을 나타낸 이슈는 자유무역협정(FTA) 활용과 기후변화 저감을 위한 지원이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의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을 통해 동남아의 오지나 섬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독일의 환경 NGO 저먼워치(German-watch)가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 리스크에 가장 많이 노출된 국가를 순위화해 기후 리스크 지수(Global Climate Risk Index)를 발표했다. 매년 발표되는 이 지수는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 수, 피해 금액 등을 정량화한 것이다. 1위는 온두라스였으며 미얀마·아이티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필리핀·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10위 안에 포함돼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화전 확대도 영향 커경제성장과 함께 동남아시아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약 5%씩 증가해 왔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에너지 소비로 인한 동남아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연 4.7%로 전 세계 2.2%의 두 배가 넘는다. 2035년까지는 에너지 수요가 80% 이상 증가할 전망이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저렴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석탄은 이 지역의 주요 발전원이다. 현재 32%를 차지하고 있는 석탄발전은 2030년 최대 50%까지 확대될 전망이다.현재 동남아의 에너지 소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9.7%, 전 세계의 4.3% 수준이다. 특히 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베트남이 동남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표 1 참조).


석탄과 석유 같은 에너지 소비뿐 아니라 산림 훼손과 개발을 목적으로 한 토지 전용도 이 지역 온실가스 배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세계 6위의 배출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매년 건기인 6월부터 10월 중·하순까지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인 산불로 커다란 경제적·환경적 피해를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매년 식용유, 화장품 원료인 팜 오일(CPO·Crude Palm Oil)의 농경지 확대를 위해 화전(火田)을 일군다. 이 과정에서 산불과 삼림 훼손으로 인한 연무(haze) 피해가 인근 말레이시아·태국·싱가포르 등까지 미치고 있다. 연무가 심해 항공 운항이 중단되는가 하면 관광업 피해는 물론 팜 오일 가격 상승과 수출량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엘니뇨 현상에 따라 연무가 장기화된 지난해의 경우 경제적 피해가 약 157억2000만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팜 오일의 52%를 생산하고 있으며, 수출액이 2014년 18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커서 화전을 멈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삼림 훼손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저장고가 사라지는 것으로 결국 온실가스의 배출 증가로 이어진다.


베트남의 경우 하노이·호찌민·다낭 등 해안 대도시의 인구 집중도가 높고 농림수산업 노동력이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함으로써 태풍·홍수 등의 기상이변에 매우 취약한 국가다. ‘친디아플러스’ 112호에서 다루어졌듯 하노이 및 메콩강 삼각주 지역은 특히 연안 침수 재해 위험도가 높아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지역이다.동남아는 기후변화가 농림수산업·관광·보건·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지역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기온 증가와 강수량 변동에 따른 농작물 감소, 가축의 죽음과 병충해 발생, 해수면 상승에 따른 염수 피해, 담수 이용 감소 및 수인성 전염병 확산 같은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는 것이다. 2013년 세계은행(World Bank)은 기후변화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진행될 경우 2040년 동남아의 해수면이 약 30㎝ 올라가며, 잦은 홍수로 태국 방콕이나 베트남 대도시 및 농경지역이 피해를 봐 농산물 수확이 11%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동남아 국가, BAU 방식 선호동남아 국가들은 그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historical responsibility)을 강조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선진국의 재정 및 기술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들은 2020년 이후 자발적인 기후변화 대응방안(INDC·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을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제출했는데 배출전망치(BAU·Business-As-Usual) 방식 또는 배출집약도(Emission Intensity)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BAU 방식은 한국에서도 채택한 온실가스 감축 형태로 미래 시점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망하고, 이에 따른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태국·베트남 등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가 선택한 방식이지만 배출 전망 변동성으로 감축 수준의 투명성이 제한되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BAU 대비 29%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계획이다. 태국과 베트남도 각각 BAU 대비 20%, 8% 감축목표를 제시했다(이하 표2 참조).

배출집약도 방식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GDP 1단위당 배출량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이 방식을 택했다. 경제여건 변화를 반영할 수 있지만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을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도 이에 비례해 증가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30년까지 배출집약도(GDP원단위)를 2005년 대비 3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싱가포르도 이와 유사하게 배출집약도 36% 감축 목표를 내세웠다. 중국·인도·칠레 등도 이러한 방식으로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주목할 점은 선진국의 지원을 받았을 경우(조건부)와 받지 못했을 경우(무조건)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다르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지원을 받았을 경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BAU 대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각각 41%, 25%, 말레이시아의 배출집약도 목표는 45%로 상향된다. 필리핀과 캄보디아는 선진국이 지원하는 경우라는 조건부 감축목표만 BAU 대비 각각 70%, 27%를 제시하고 있다.


선진국 vs 개도국 간 입장차 여전지난해 12월 타결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상 2020년 이후(Post 2020) 온실가스 감축 체제는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을 포함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195개 당사국이 모두 참여하게 된다. 이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38개 선진국(EU 포함)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한 것과 달리 개도국 모두가 참여할 만큼 기후변화 대응이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감축 목표에서 볼 수 있듯 개도국은 경제성장을 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선진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파리협정이라는 역사적 합의가 도출된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의 협력과 공존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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