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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dia wide stories] ‘리테일테인먼트’ 전략으로 시장 침투 / 현지인의 비상식적 행동, 어디까지 수용해야 할까?

중앙선데이

입력

1999년 문을 연 베이징의 이케아 매장. [shutterstock]

1943년 스웨덴에서 출발한 가구업체 이케아(IKEA)는 북유럽풍의 심플한 디자인과 고객이 손수 조립하는 DIY(Do It Yourself) 방식,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유명하다. 이케아는 스스로를 단순 가구업체가 아닌 집을 꾸밀 수 있는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홈 퍼니싱’ 기업으로 정의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경쟁업체와 차별화되는 이케아의 두 가지 성공 공식이 출발한다.우선 이케아는 가구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디자인한다. 이케아 매장에 가보면 침실·주방·거실 등 콘셉트별로 수십 개의 쇼룸이 마련돼 있다. 고객들은 마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온 것처럼 어떤 가구와 소품으로 자신의 집을 꾸밀지 상상한다. 이케아는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궁전”이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케아는 1952년부터 매년 29개 언어로 카탈로그를 2억 권 이상 발행해 왔는데, 이 카탈로그에도 가구 자체보다는 이케아 제품들로 꾸며진 아름다운 생활공간의 모습이 담겨 있다.다음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싼’,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가격이다. 이케아의 제작 과정은 일반 업체들과는 정반대이다. 제품개발 단계에서 판매가격을 먼저 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재질·디자인·제작방법을 결정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이케아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빌리’라는 이름의 책장은 1978년 처음 출시된 이래 3200만 개 이상 팔렸고 지금도 전 세계에서 10초마다 한 개씩 팔린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판매량에 비례해서 매년 3% 이상 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2014년 이케아의 매출은 약 293억 유로인데, 10년 전인 2005년 매출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현재 이케아 그룹은 약 50개의 가맹점 매장 외에 318개의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 2020년까지 직영점 수를 500개까지 늘리고 매출 500억 유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지화 통해 중국 시장 평정이케아는 1998년 상하이에 1호 매장을 열고, 그다음 해 베이징에 2호점을 열면서 중국에 진출했다. 진출 초기에는 다소간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매장 방문객 수나 매출 성장에 비해 수익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중국 시장의 특성에 맞춘 현지화에서 답을 찾았다. 우선 구매력이 높고 유럽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는 신흥 중산층을 타깃으로 했다. 낮은 자동차 보유율을 고려해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도심에 매장 위치를 선정했다. 중국 토종 업체나 이케아 짝퉁 업체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조달 비중을 50% 수준까지 높여 판매 가격을 50% 이상 인하할 수 있었다.아울러 선진국에서와 달리 시공과 배달 서비스를 추가했다. 서구에서는 DIY가 하나의 취미로 여겨지지만 인건비가 워낙 저렴한 중국에서는 일종의 ‘노동’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케아는 이 점을 간파하고 중국에서만큼은 DIY보다 ‘Do it for me’ 모델을 선택했다. DIY를 고집하다가 결국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미국의 홈데포(Home Depot)나 영국의 비앤드큐(B&Q)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홈인테리어에 생소한 중국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매우 관대한 고객응대 전략을 택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케아의 중국 이름은 ‘이자(宜家)’, 즉 ‘편안한 집’이다. 이케아는 이름에 걸맞게 매장 내 침대에서 낮잠을 자거나 카페테리아에서 소란을 피우는 고객을 내쫓지 않았다. 오늘의 방문객이 내일의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 덕분에 이케아는 중국 고객들에게 짧은 시간에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설 수 있었다.2015년 현재, 이케아는 중국 내 13개 매장을 운영하며 중국 가구 시장 점유율 1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4년에만 매장 3곳을 새로 열었다. 중국은 조만간 이케아의 해외 시장 중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현재 1~2위는 독일 50개, 미국 42개). 이케아는 2020년까지 중국에 총 40개의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극성스러운 중국 고객, 어디까지 포용할 것인가 2011년 12월 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내 이케아 매장이 노인 데이트 클럽 회원들의 미팅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케아 패밀리멤버십 카드(신청서만 작성하면 쉽게 발급된다)만 있으면 공짜 커피를 무한정 리필해서 마시고 매장 내 시설을 맘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외부 음식을 반입하기도 했고,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을 큰 소리로 부르는 등 마치 자신들의 집에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이케아 상하이 쉬후이(Xu Hui) 매장의 경우 노인들이 700명까지 몰려들 정도였다. 데이트 클럽 회원들이 모이는 화요일과 목요일만 되면 매장 분위기는 엉망이 됐고 매출도 영향을 받았다.노인들만이 아니다. 매장 침대를 차지하고 서너 시간씩 낮잠을 자거나 가족들과 소파에 앉아 홈비디오를 시청하는 이들도 출현했다. 장거리 관광버스 기사들은 호텔 체크인 시간 전에 승객들을 이케아 매장에 내려주고 쉬게 했다. 한 여행사는 마이크를 착용한 가이드와 함께 매장을 둘러보는 관광 상품까지 운영했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이었다. 문제는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에 대해 이케아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매장 안까지 들어와 호객행위를 하는 불법 택시 운전사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정도였다.극성스러운 고객들을 제지할 뭔가가 필요했다. 데이트 클럽을 내쫓거나 공짜 커피 서비스를 중단하는 방안이 가장 먼저 제시됐지만 이케아의 고객응대 철학에 배치된다는 이유로 철회됐다. 기자들을 불러모아 현장의 심각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카페테리아 입구에 ‘매장 내 시설을 특정 이벤트에 이용하지 말 것을 경고합니다’라는 안내문도 붙여봤다. 급기야 이케아가 직접 데이트 클럽 사업을 시작해 회원들의 행동을 관리하는 방안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나마 카페테리아 내에 데이트 클럽 멤버들을 위한 장소를 따로 지정하고 별도의 초록색 컵을 제공하는 방법이 효과를 보였지만 일시적일 뿐이었다.2015년 4월 6일, 중국 내 상하이스트(Shang-haiist)라는 블로그는 중국 이케아가 매장 내에서 낮잠 자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많은 네티즌들이 이케아의 입장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며칠 후 이케아는 낮잠 금지 조치는 전혀 근거가 없으며 모든 고객의 이케아 시설 이용을 여전히 환영한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다른 고객의 쇼핑을 방해하는 행위는 정중히 제지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기기는 했다.이케아가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고객 친화적 경영을 했던 것은 ‘리테일테인먼트(Ratailtain-ment)’ 전략의 일환이었다. 리테일(쇼핑)과 엔터테인먼트(재미)를 합쳐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하지만 매너 없고 약삭빠른 일부 중국인들이 쇼핑보다는 재미에만 탐닉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케아가 앞으로 중국 고객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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