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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Culture] 아시안 코끼리, 이라와디 돌고래…환경보호와 지역발전 겨냥한 생태관광

중앙선데이

입력

2013년 캄보디아를 찾은 외국인 수는 450만 명, 관광수익은 32억6000만 달러(GDP의 약 29.9%)에 달했다. 오랜 세월 외부세계와 단절됐던 캄보디아는 1993년 처음으로 외국인 방문객을 맞이했는데, 그해 11만8000명에 불과했던 관광객이 20년 만에 3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캄보디아 최고의 관광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앙코르 유적이 위치한 시엠립이다.앙코르 와트 같은 위대한 역사문화에 가려져 있지만 캄보디아는 풍부한 생태자원을 갖추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개혁 개방 이후 시장경제에 눈뜬 엘리트들과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한 대다수 주민들에게는 풍부한 생태계보다 경제성장을 위한 개발 욕구가 보다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에 따라 자연환경의 질 저하와 생물 다양성 감소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의 생계와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캄보디아의 생태관광(Community based ecotourism)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끼리 체험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카다몸을 비롯한 캄보디아의몇몇 마을에서는 코끼리와 함께하는 정글투어형 생태관광이 실시되고 있다. [shutterstock]

이라와디 돌고래

아시안 코끼리와유엔환경계획(UNEP)은 1990년대 초 환경보호 및 환경복원 검증을 위해 깃대종(flagship species)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깃대종은 특정 지역의 환경을 대표하는 생물종이다. 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 동식물을 보호하려면 그들의 서식지를 보호해야 한다. 이는 곧 다른 생물종까지 보호하는 효과를 낳아 생물 다양성이 전반적으로 향상된다.캄보디아의 대표적인 깃대종은 아시안 코끼리,(이라와디 강은 미얀마에 위치함) 등이다. 이름에서도 짐작되듯 이들의 서식지는 캄보디아에 한정되지 않고 대륙부 동남아시아에서 넓게는 인도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인구 증가, 자원개발, 플랜테이션을 포함한 농경지의 확대, 도로 건설, 담수어족 남획 등으로 이들의 개체수는 급감했다. 1990년대 즈음해서는 국제거래를 금하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캄보디아는 현재 동남아시아에서 아시안 코끼리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인데, 주요 서식지는 서남부의 카다몸 산악지대와 동북부 산악지대다. 동남아의 육상 포유류 중 가장 몸집이 큰 아시안 코끼리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중동에서 중국 황해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10만 마리 이상 서식했다고 한다. 현재는 인도·스리랑카·네팔·메콩유역국가 등 13개국의 고원지대 및 열대우림 지역에 약 3만5000~5만 마리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아시안 코끼리는 메콩유역국가들의 역사에서 상징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메콩강 중류에서 14~18세기에 존재했던 란상 왕국(Lanxang Kingdom)은 라오스의 기원이 된 국가인데, 국명의 란상은 ‘백만 마리의 코끼리’를 의미한다. 앙코르 와트 북쪽 앙코르 톰 유적지의 동쪽에서는 약 300m에 달하는 테라스에 부조된 코끼리상(일명 코끼리 테라스)도 남아 있다. 열대우림 지역인 동남아시아에서 코끼리는 일찍부터 건축자재 운반, 군사적 목적, 의례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근대 이후에는 상아를 노린 밀렵의 대상이 되거나, 포획되어 관광지나 벌목장의 짐꾼으로 혹사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더 큰 문제는 농경지 확대나 도로 건설 등으로 서식지가 축소되거나 단절되는 것이었다. 코끼리는 번식, 먹이 확보(물 포함), 안전을 찾아 넓은 지역을 이동하며 살아간다. 이동경로가 파괴된 코끼리들이 먹이를 찾아 경작지를 침범하는 일이 잦아졌고, 이 과정에서 인명 피해 및 코끼리에 대한 보복 살생이 되풀이됐다. 이러한 인간-코끼리 갈등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국가적·국제적 이슈로 부상했다. FFI 등의 환경단체는 주민들을 설득하는 한편, 교육·대체 생계원 등을 지원하면서 인간과 코끼리 사이의 충돌을 완화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특히 카다몸 산악지대에서 실시된 다양한 시도(코끼리 습격에 대비한 주민 야경대 조직, 칠리 울타리, 버펄로 배설물 태우기, 학교설립 및 지역아동 교육 등)는 저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카다몸과 동북부 몬둘키리의 몇몇 마을에서는 코끼리와 함께하는 정글투어형 생태 관광을 시행하고 있다. 주민-코끼리 간 충돌해소라는 방어적 접근을 넘어 환경보호와 주민생계 창출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는 적극적인 모델이 실험 중인 것이다.

코끼리들이 서식하고 있으므로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캄보디아 정글의 경고 표지판. [shutterstock]

주민 생계 창출과 환경보호를 동시 추구하는 생태관광캄보디아의 주요 생태축인 메콩강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캄보디아 국경 내의 메콩 지역, 특히 라오스-캄보디아 국경 이하 총 연장 37㎞의 메콩강 유역은 람사르 협약에 따라 보존해야 할 습지로 지정된 국제적인 생태자산이다. 캄보디아 영내의 메콩강은 건기와 우기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수심 때문에 소택지, 하중도, 여울 등이 잘 발달해 있다. 덕분에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처이자 회유성 어족의 산란 및 양육 장소가 돼 왔다.이곳에 또 다른 멸종위기종인가 살고 있다.는 동남아시아의 해안가와 미얀마의 이라와디강, 메콩강,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의 마하캄강 등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현재는 라오스-캄보디아 국경지대 메콩강 풀(pool)에 5마리, 그보다 80㎞ 남쪽의 크라티에시(市) 인근에 80 마리 정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민물에서 살 수 있도록 진화한는 친근한 생김새, 온순한 성격, 새끼를 낳거나 폐호흡을 하는 포유류의 습성으로 인해 메콩유역 주민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불법어업과 다양한 개발압력으로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2000년대 중반 이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다.캄보디아 메콩유역 주민들에게는 친근한 수생동물 그 이상이다. 지역의 주민들 중에는 돌고래를 보러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홈스테이, 식사, 보트 등을 제공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환경과 주민의 공생방식으로 ‘커뮤니티 기반 생태관광’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불법 어업을 하는 대신와 물고기들의 수생생태계를 보호하고, 이 같은 보호 아래는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되어 국내외의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생태관광은 주민들에게 새로운 수입원을 제공하고, 관광객에게는 환경 학습 및 보존 참여의 기회를 준다. 나아가 깃대종 보호와 서식지의 환경 개선까지 이끌어낸다. 이 같은 선순환 지역발전 모델이 캄보디아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물론 지역사회 참여형 생태관광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캄보디아의 깃대종 생물들이 모두 완벽하게 보호받는 것도 아니다. 여전히 불법 포획되어 강제 노역이나 관광도구로 이용되는 코끼리도 많고,는 남획과 메콩강의 수력개발 등에 의해 서식처 파괴 위협에 노출돼 있다. 그럼에도 캄보디아에만 지역사회 기반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역이 50곳 이상에 달한다. 환경보호와 지역발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관광 모델이자 지역발전 프로그램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캄보디아에는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아시아의 위대한 유적지 앙코르 와트가 있다. 하지만 앙코르 와트 외에도 볼 것도, 할 것도, 만날 사람도 많다. 생태관광을 통해 캄보디아의 깃대종과 깃대종을 지키는 캄보디아인들을 만나보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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