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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 다양성과 가족애,기업문화의 바탕으로 삼아야

중앙선데이

입력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에는 소득 수준만큼이나 적지 않은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흔히 한국은 단일민족의 통일된 가치관과 문화를 바탕으로 효율성을 중시해 압축성장을 한 반면, 인도네시아는 다양한 종족으로 구성돼 의사결정이 더디고 가정을 중시하는 이슬람 문화의 영향으로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3년여 동안 인도네시아에 주재하면서 이러한 인도네시아 문화가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한국에 던져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양성 바탕 위에 통일 지향하는 인도네시아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의사결정과 일처리가 느리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인들은 다양성을 통일보다 더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 국장(國章)에도 5개의 국가이념을 의미하는 판차실라의 상징물과 함께 “다양성 속의 통일(Bhinneka Tunggal Ika)”이라는 표어가 명시돼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의견을 통일해 결정하자는 것이다. 국회는 정당 간 연정체제로 운영되고 있지만 정책결정 시에는 각기 자기 당의 목소리를 낸다. 비합리적인 것 같지만 이들은 다양한 의견 수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종교도 이슬람 인구가 85%를 차지하고 있지만, 기독교·힌두교 등 5개 종교를 인정하고 있다. 국가의 중요 행사는 이슬람 식으로 진행된다. 인도네시아는 75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고, 300여 종족이 600여 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바하사 인도네시아를 표준어로 사용하는 데 아무런 저항이 없다. 다양성과 통일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한 가지만 강조하면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다양성이 통일성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될 때는 의사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반대일 경우에는 조변석개(朝變夕改)의 결정이 될 수 있다.저성장기로 접어든 한국의 경우 빠른 의사결정보다는?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운데 여러 가능성을 검토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기도와 가족애를 중시하는 이슬람 문화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은 근무 중에도 기도시간에 맞추어 기도한다. 새벽 기상시간과 취침 전뿐 아니라, 근무 중인 12시, 3시, 6시까지 하루 5번씩 기도를 한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근무태만, 근무지 이탈로 보일 수 있다. 또 인도네시아 직장인들은 가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야근을 하지 않고 저녁모임도 갖지 않는다. 이를 비판적으로 보면 일의 집중도와 효율성이 떨어지며 애사심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그러나 5~10분 동안 신 또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지난 시간을 반성하고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오히려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 야근과 잦은 회식으로 가족 간의 대화가 단절되고 화목이 깨진다면 이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한국은 압축성장으로 얻은 과실에 대한 자부심으로 자신감이 지나쳐 주변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저성장기에 걸맞은 새로운 가치관과 기업문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의 너그러움과 여유로움을 받아들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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