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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저성장 돌파구, 제조혁신에서 찾자

중앙선데이

입력

우리 경제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01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금융위기로 성장률이 급락했던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2016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 성장세의 둔화 등 대외 여건을 고려할 때 역시 2%대 성장에 그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그간 경제 성장을 주도해 왔던 수출이 어렵다. 2015년 1~10월 수출은 전년 대비 7.6%나 줄었다. 특히 10월 수출은 15.8%나 줄어들어 시간이 갈수록 감소세가 커지는 모습이다. 그런데도 11월 한국은 104억 달러의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냈다. 10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는 879억 달러나 됐다. 이 같은 무역흑자가 우려되는 것은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수입이 더 빨리 줄어서 생긴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원자재를 사다 중간재로 가공해 수출하는 한국에 수입이 준다는 것은 앞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조이다. 수출 부진의 일차적 원인은 세계경기의 침체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 성장 활력이 둔화되면서 한국과 같은 중간재 수출국이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조업 경쟁력의 저하에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3위에 올랐지만, 2013년 독일과 미국에 밀리면서 5위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2014년 우리 제조업 매출액이 1.6%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는데, 이는 1961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4.0%로 금융위기 때보다도 낮았다. 2014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31%로 OECD국가 중 최상위였다. 그만큼 제조업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중요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정도를 제외하고 산업 대부분이 중국에 따라잡힌 상황이다. 작년 9월 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우리 기업의 60%는 자사 제품의 경쟁력이 5년 내 중국과 비슷해지거나 추월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한국 제조업 위기 봉착, 중국과 인도 제조업 육성에 공들여? 한국 제조업이 위기에 봉착한 반면, 세계 주요국들은 제조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제조업 부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을 대표하는 두 거인, 중국과 인도도 제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중국은 미래 전략산업 육성을 통해 2025년까지 세계 2위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로 ‘제조 2025’ 전략을 내놨다. 과거의 노동집약형 경공업으로는 이미 성장에 한계가 왔다. 그런데 중국의 다음 목표에 눈이 번쩍 뜨인다. 자본이나 기술집약형 산업으로의 업그레이드를 지나 인터넷,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된 스마트 제조업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항공우주와 바이오의약, 로봇산업 등 10대 육성 전략산업을 정하고 특히 ‘인터넷 +’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 중이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차세대 정보통신기술과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업의 융합과 혁신을 촉진해 나간다는 목표다. 심각한 과잉설비 상태의 철강과 조선, 화학 등 전통 제조업도 스마트 팩토리와 전자상거래를 활성화해 탈출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개별 산업생태계 전반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인도는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을 달성하려고 한다. GDP의 15%에 불과한 제조업 비중과 2015년 세계 189개국 중 142위에 그친 기업환경평가 성적표로는 ‘넥스트 차이나’가 요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인도는 2016년 기업환경평가 50위라는 공격적 목표를 설정하고, 투자환경과 제조업 기반을 조성하는 데 나섰다. 과감한 규제 철폐와 세제 혜택 등을 통한 외국인투자 유치는 인도의 경제 성장률로 나타나고 있다. 2015년 연간 GDP성장률은 중국을 추월하며 신흥국 가운데 가장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2020년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인도보다 한 단계 처진 6위가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발표도 있었다. 미국 경영자 300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였다.

?기업은 디지털 혁신, 정부는 혁신 인프라 구축해야그럼 우리 제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비록 중국의 추격이 무섭지만 다행히 아직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역량을 갖춘 훌륭한 제조업체들이 남아 있다. 이런 기업들은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 업체들의 행보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역시 저성장의 돌파구를 제조혁신에서 찾아야만 한다.우리 기업들이 가진 제조 경쟁력에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IT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결합한다면 미래 세상의 제조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긴 시각에서 봤을 때 디지털 혁명의 도도한 물결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디지털 혁신에 나서야 한다. GE나 지멘스와 같은 제조업체는 모바일 인터넷을 거쳐 사물인터넷(IoT)으로 전환되는 디지털 혁명을 적용해 당장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생산성 혁명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우선 경쟁력 강화에 핵심적인 데이터를 식별하고 데이터 표준화 등을 통해 연결성을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이 효과를 내려면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만만치 않은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뿐만 아니라 효과가 날 때까지 장기간 추진할 의지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 내부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이를 대규모로 생산·판매하던 한국 기업의 기존 사업전략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투자 등도 시도해야 한다. 제조업 혁신을 이끌어내는 데 정부의 선도적 역할은 필수다. 우리 정부가 이미 ‘제조업 3.0 전략’을 발표하고 제조업 스마트화에 팔을 걷어붙인 점은 다행이다. 특히, 1조원을 들여 2020년까지 스마트 공장을 1만 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를 대폭 정비하고, 대기업이 보유한 요소기술이 중소기업으로 확산되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 구체적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마지막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이다. 이를 위해 혁신을 선도할 창의적 인재를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교육이 개선되어야 하며, 다양성을 수용하고 장려하는 사회 및 기업문화로 전환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독일은 2013년부터 미래 제조업 패러다임으로 ‘인더스트리 4.0’ 전략을 추진했지만 사물인터넷 표준 등의 제정이 늦어지자 문제점을 보완해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으로 재출발했다. 초기 제조업 혁신을 추진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제조공정 디지털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부족했고, 디지털화로 인한 변화를 이해하고 업무에 반영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경제와 산업 전반에 혁신의 마인드와 혁신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야만 제조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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