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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s & Analysis] 수지 승리에 대한 오바마의 ‘선물’ ,전면 해제 눈앞, 뉴미얀마 전략 필요

중앙선데이

입력


2015년 12월 8일, 미국 정부는 6개월간 한시적으로 미얀마 내 모든 항구와 공항을 통한 수화물의 거래 제한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었을 때 이미 많은 경제계 인사들이 내심 기대했던 사안이다. 향후 몇 달간 신정부 조각에 매진해야 하는 NLD에는 약간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중요한 경제 조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6개월 동안 미얀마의 정치적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경제제재의 역사대미얀마 경제제재는 1997년 5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이 실행한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군사정권하에 있었던 미얀마의 정치상황에 큰 우려를 표시한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이후 미국은 미얀마 정부의 역사적인 개혁에 호응하는 의미로, 2012년 5월 금융부문 및 투자 관련 경제제재를 완화했다. 2012년 7월에는, 대미얀마 금융서비스 수출을 허용했고 거의 15년 만에 미얀마에 대한 신규 투자를 허용했다.같은 해 11월, 미국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비취와 루비를 제외한 미얀마산 상품의 대미 수출을 허용함으로써 미얀마와 경제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데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듬해 2월에는 그동안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던 미얀마 내 주요 금융기관, 즉 아시아 그린 개발 은행, 아예야와디 은행, 미얀마 경제 은행, 미얀마 투자 및 상업 은행과 미국인이 주요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2012~2013년 많은 경제제재들이 완화 혹은 해제되면서 미국과 미얀마 간 총 거래 규모는 2010년 미화 1000만 달러에서 2014년 1억8500만 달러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다른 아세안 국가들의 교역 규모와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경제제재 최근 움직임미얀마 총선을 하루 앞둔 지난해 11월 7일, 경제제재에 관한 로이터 통신발 뉴스가 전 세계 경제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즉 아세안 국가들 간 가장 중요한 무역 터미널이자 미얀마의 가장 큰 항구인 아시아 월드 포트 터미널(Asia World Port Terminal)이 미국의 경제제재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스티븐 로(Steven Law)가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던 것이다. 서방의 주요 은행인 씨티그룹, BoA, HSBC, PNC 파이낸셜 등은 무역금융 거래를 삭감했다. 원칙적으로 미국인들은 블랙리스트에 있는 개인이나 기업과는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미국의 대미얀마 수출은 지난해 6월 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9월에는 550만 달러로 대폭 하락했다.11월 13일에는 미국이 미얀마 주재 북한 대사와 조선광업개발회사 직원 3명을 미국 경제제재 대상에 포함시킨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불법 무기거래에 관여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북한과 무기거래를 계속하고 있는 미얀마 정부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 지명자인 스콧 마르시엘(Scot Marciel)은 2015년 12월 초 미얀마 로컬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인 선거 결과에도 미국의 경제제재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제재 시스템은 ‘다소 역동적’이어서 만약 그 대상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긴다면 조치가 완화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가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현 정권이 이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은 ‘눈에 띄는’ 변화로 간주될 수 있다. 즉 선거 결과가 경제제재 해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2015년 12월 8일자 외신들에 의하면, 미국 정부는 6개월간 한시적으로 미얀마 내 항구와 공항을 통한 무역거래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는 기관이 운영하는 항구나 공항에도 적용된다. 이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아시아 월드 포트 터미널을 통한 무역거래도 6개월간 허용된다.6개월간 일어난 미국의 경제제재 관련 일지를 살펴보면, 미얀마 총선 전후로 미국이 현 미얀마 정부에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미얀마와의 관계개선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과의 관계회복으로 인해 인근 국가로 훈풍미얀마의 인권 및 민주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오바마 정부는 NLD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한 고위 정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미얀마 내 100명 이상의 개인과 기업들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제재제를 완전히 해제하기 전 민주주의의 정착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경제제재는 부정적인 행위를 변화시키기 위한 도구이다. 경제제재 조치는 대상이 되는 정부, 기관 혹은 개인들이 즉각적으로 개혁하도록 고안됐다. 미얀마의 경우 군사정부에 부과됐던 경제제재를 미국의 지속적인 신뢰를 받아 온 신정부에도 계속 적용할 것인가라는 딜레마가 있을 것이다. 6개월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블랙리스트를 포함한 미얀마 내 모든 항구 및 공항을 통한 무역을 전면 허용한다는 것은 일단 신정부의 경제적·정치적 개혁을 지지하고 지켜보겠다는 뜻이다.이제 미국은 제재조치를 받는 개인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이미 미 정부 당국은 미얀마 내 유명 사업가를 대상으로 블랙리스트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즉 불법이 난무하던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변화해가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세계은행이 발간한 ‘기업환경평가보고서(Doing business) 2014’에 따르면, 사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미얀마는 189개국 중 182위를 차지했다. 사업 시작의 용이성 및 소요비용, 사업절차 등을 기준 삼아 조사한 지표로, 미얀마가 아직까지 얼마나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인지 알 수 있다. 2018년까지 가입이 유예된 아세안경제공동체(AEC) 역시 미얀마의 가입 조건에 추가 개혁과 AEC 규제 준수조항을 포함시켰다.평화적인 정권교체에 따라 경제제재는 점차 해제되거나 한순간에 전면 해제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해제조치가 모두에게 반가운 뉴스는 아닐 수 있다. 일부에게는 직무와 훈련기회, 교육 접근성 혹은 금지 품목의 구입 가능성 증가 등 긍정적인 면이 많을 것이다. 반면 일부, 특히 로컬 기업들은 브랜드 네임과 훌륭한 품질, 물량공세 등으로 무장한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외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잠식하더라도 직업 창출, 기술 교육, 능력 향상 등의 기회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미얀마의 성장 기회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그동안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경제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신정부가 들어서면 더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에 힘쓸 것이다. 그 첫 번째 노력이 전면적 경제제재 해제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제재 조치로 그동안 미국의 눈치만 보아 왔던 많은 나라들, 특히 한국 기업에는 희소식임에 틀림없다. 이는 결국 대미얀마 투자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수년간 준비해 왔던 한국 기업들의 내공을 펼쳐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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