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저축은행 김찬경(60·수감) 전 회장으로부터 "담보로 제공한 미술품을 팔아 매각대금을 주면 빚을 갚은 것으로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이를 실행했던 서미갤러리가 다시 대출상환을 요구받자 "채무가 없다"며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는 서미갤러리가 미래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이에 따라 서미갤러리는 채무를 미래저축은행에 또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서미갤러리는 2010년 갤러리 소유의 미술품을 담보로 잡아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80억여 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이 해당 미술품을 임의로 담보로 제공해 솔로몬저축은행 등으로부터 160억원 상당을 대출 받았다. 당시 미래저축은행은 증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거나 금융업체 등에 증자참여를 받던 중이었다.
이후 김 전 회장은 홍송원(63) 서미갤러리 대표에게 "담보로 제공했던 미술품을 팔아 매매대금을 주면 자신이 그 돈으로 솔로몬저축은행의 대출금을 갚고 서미갤러리가 미래저축은행에 진 채무를 상환한 것으로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홍 대표는 이에 동의해 59억여 원을 건넸고 김 전 회장은 회사 명의의 영수증을 8차례에 걸쳐 써줬다.
이때문에 김 전 회장이 저축은행 비리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홍 대표가 미래저축은행의 유상증자 과정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이 유죄를 선고받은 뒤 미래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금보험공사가 서미갤러리에 대출금을 갚으라고 요구하자 서미갤러리는 미래저축은행 명의의 영수증 등을 근거로 "이미 대출금을 변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법원에 "미래저축은행에 대해 더 이상 빚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모두 서미갤러리 측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미갤러리도 김 전 회장이 대표권을 남용해 개인 채무를 갚은 사실 등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미술금 매매대금을 지급한다고 해서 대출 채무가 바로 변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역시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회장은 저축은행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배임하고 수천억원대 부실대출을 해준 혐의 등으로 2014년 징역 8년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