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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진주만서 부전 결의 표명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월4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한 G20정상회의에 참석한 아베 일본 총리가 영접자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9월4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한 G20정상회의에 참석한 아베 일본 총리가 영접자의 안내를 받으며 입장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하기 위해 26일 출국한다. 오는 2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함께 진주만 애리조나 기념관을 찾아 헌화하고 희생자를 위령한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결의를 담은 소감도 표명할 계획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일본 현직 총리가 1941년 12월 7일 일본군의 기습공격으로 침몰한 애리조나 전함 위의 기념관을 방문하는 것은 아베가 처음이다. 지난 5월 27일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廣島) 방문에 대한 답방이다. 미·일 두 정상이 75년 전 태평양전쟁의 발단이 된 진주만 공습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모습을 미 퇴역 군인과 유가족도 옆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NHK는 태평양전쟁 중 필리핀에서 일본군 포로가 됐던 전 미군 병사와 그 유가족으로 구성된 단체가 백악관의 초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일본 측에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이 참석한다.

아베 총리는 진주만 위령에 앞서 호놀룰루 시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일 양국의 화해와 신뢰를 재확인하고 차기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이후에도 확고한 동맹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강조할 전망이다. 태평양전쟁 등의 전사자들이 묻힌 국립 태평양기념묘지와 일본인 묘지도 찾아 헌화한다.

아베는 진주만 방문 기간 태평양전쟁에 대한 사죄는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는 이달 초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미래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싶다"고만 말했다. 2008년 진주만을 방문했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은 최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한국과 중국 사람들의 일본에 대한 분노가 상당히 강하다"며 "아베 총리는 숙고해서 세계관과 전쟁관을 밝히기 바란다. 그 내용에 따라 일본이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부전 맹세'가 진짜가 된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5일 아베의 진주만 방문이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일본 현직 총리로서 네 번째 방문이라고 보도했다. 하와이의 일본어 일간지 '하와이호치(報知)'는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총리가 1956년 10월,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총리가 1957년 6월 진주만을 찾았다고 전했다.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총리도 1951년 9월 진주만을 방문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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