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 도심 광장에 모인…촛불 vs 야광 태극기 ‘맞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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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성 기자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저녁 대전 둔산동 타임월드 앞에서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성탄 특집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서울 도심에서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주말 9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탄핵찬성 '촛불'-탄핵반대 '태극기' 맞대결 #성탄 분위기속 청와대·총리공관·헌재로 행진 이어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30분 기준 주말 9차 촛불집회가 전국곳곳에서 열린 주말 7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광화문광장에만 60만 명이 모였다.

경찰은 이날 촛불집회의 경우 서울 3만6000명, 지방 1만7000명 등 전국적으로 5만3000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박 대통령의 탄핵반대를 외치는 보수단체들도 광화문 광장 인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성탄 전야인 이날은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도에 머물렀고 바람까지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졌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열망을 추위도 막지는 못했다.

오후 5시가 넘어서 시작된 본집회에서 시민들은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헌법재판소(헌재)의 빠른 탄핵 인용’ ‘황교안 권한대행 사퇴’등을 촉구했다.

본 집회는 얼마 전 공개된 가수 윤종신 씨의 ‘그래도 크리스마스’라는 뮤직비디오 상영으로 시작됐다. 각계 인사들과 시민들의 시국발언도 이어졌다.

1분 소등 퍼포먼스도 열었다. 주최 측은 오후 6시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 및 주변 빌딩 소등 행사를 개최했다. 이 퍼포먼스는“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특히 세종로 종합청사 건물상단에 레이저로 ‘박근혜 구속 조기탄핵’ 글씨를 띄우기도 했다.

본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오후 6시부터 지난주와 같이 청와대ㆍ총리공관ㆍ헌법재판소 방면으로 행진을 했다. 헌재 앞에서는 탄핵을 촉구하는 리본 달기와 뿅망치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다.

법원은 이날부터 내년 1월14일까지 4주 동안 매주 토요일 헌재 인근 안국역 5번 출구에서 약 50m 떨어진 지점까지 행진을 허용했다. 시간은 오후 10시30분까지다. 보수단체와의 충돌을 우려해 헌재 100m 지점인 안국역 5번 출구 앞 집회도 금지했다.

본 집회와 행진이 끝나고 오후 7시 30분부터는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이어졌다. 콘서트에는 무대에는 가수 영연석과 루이스초이, 서울재즈빅밴드 등이 출연했다. 또 어린이ㆍ청소년 합창단과 일반인 연주단 6팀도 ‘대통령 하야’를 주제로 크리스마스 캐럴 가사를 바꿔 부르는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부르기) 공연을 진행했다.

앞서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는 토크 콘서트와 문화 공연 등이 열렸다. 김제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1시30분부터 열린 만민공동회에서 “모든 국민은 재산권을 가진다. 그러나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써 정한다”며 “불법적으로 취득한 재산은 환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후 4시부터 퇴진 콘서트 ‘물러나SHOW’가 열렸다. 물러나SHOW에는 가수 마야, 이한철, 에브리싱글데이 등이 출연했다.

이날 집회에는 산타도 등장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청년행동’은 이날 촛불집회 본 행사에 앞서 광화문 KT 앞에서 ‘청년산타 대작전’ 행사를 열었다.

청년 300명은 산타 복장으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박근혜에게 수갑을’구호를 외며 광화문 광장 주변에 있던 어린이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하며 선물을 나눠줬다. 스프레이로 눈을 뿌려 성탄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이하 박사모)도 오후 4시쯤 본집회 장소인 대한문 앞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기각 등을 주장하는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는 24일 9차 촛불집회에 맞서 태극기를 들고 맞불집회를 열었다.

24일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대구시민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자유수호애국시민연합회원을 비롯한 박 대통령 지지단체 회원 2000여 명(경찰 추산 1000명)이 크리스마스를 청와대에서 쓸쓸히 보낼 박 대통령을 위로하기 위해 장미꽃과 태극기를 통해 응원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박사모는 코리아나 호텔에서 대한문 앞까지 도로를 점령하고 “쟁취하자, 헌법 수호! 막아내자, 탄핵 폭거!”를 외쳤다. 앞서 일부 회원은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대형 태극기를 설치했다가 철거되기도 했다.

주최 측은 "오늘 집회에 16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오후 5시 기준 일시점 최다인원을 1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도 이날 맞불집회 ‘누가 누가 잘하나’를 열었다.

행진을 마친 후 저녁 6시부터 김진태 국회의원,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등이 연사로 나섰다. 날이 어두워지자, 보수단체 회원들은 LED 촛불에 맞서 야광 태극기를 준비해 흔들었다.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탄핵은 반드시 기각돼야 한다”며 “아직 아무것도 (박 대통령의 혐의가) 입증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역대 정권에서 비선실세가 없던 적이 있었나. 언론에서 개미를 공룡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여성 대통령이라고 이렇게 우습게 알아도 되는 건가”라며 “당일 추미애·나경원도 분초 단위로 화장실을 몇 번 갔는지, 화장은 몇 번 고쳤는지 다 밝혀라”라고 말해 집회 참가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아직까지 양측의 물리적인 충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만 4700명을 투입해 안전수준을 관리하고 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