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수확보는 성공…공정엔 미흡|부가세실시 10년…얼마나 뿌리내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인 세제로 인정되지만 어느 나라나 처음 시작할 때는 굉장한 저항을 받아온 부가가치세제가 우리나라에 도입된지 오는7월로 만10년이 된다.
77년7월1일 당시 정부는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충당하고 ▲수출 및 투자를 진작시키며 ▲간접세체계를 단순화하고 ▲과세자료를 양성화하여 근거과세 풍토를 확립한다는등의 논리를 내세워 부가세도입을 강행하였다. 그러나 도입당시는 물론 그후에도 물가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며 세부담이 역진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논란이 많았다.
일본에서도 작년10월 나카소네정부가 마련한 부가세안(매상세)을 지난3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려다 야당과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결국 실시를 전면보류한 바 있다.

<36번이나 손질>
부가가치세(VAT)는 1956년 프랑스에서 처음 탄생된 유럽식 간접세제로 원료메이커에서최종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유통의 각단계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에 대한 세금이 릴레이식으로 다음단계로 옮겨져 마지막에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제다.
즉 부가세액은 상품가격이나 서비스요금속에 포함되어 형식상으로 사업자들이 납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담세자는 이를 소비하는 국민들이 되는 것이다.
시끄러웠던 찬반논쟁을 거쳐 도입된 부가가치세는 지난 10년간세법개정 3번, 시행령개정 18번, 시행규칙개정 15번등 모두 36번에 걸쳐 손질을 본 끝에 이제는 어지간히 정착되긴 했어도 아직도 개선·보완해야 할 문제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면 부가세가 세수의 안정적 확보에 있어서는 국가재정에 효자노릇 한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큰 기여를 했다는 점이다. 부가세는 세수위주로 운영됨에 따라 현재 내국세수입의 약40%, 간접세수입의 63%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소득세와 법인세의 과표결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 부가세 실시전인 76년의 일반소비세와 개별소비세의 비율이 34대66이던 것이 85년에는 64대36으로 역전, 간접세제가 일반소비세제로 전환됨으로써 경제에 대한조세의 중립성도 강화되었다고 평가 받기도 한다. 이것은 일반소비세가 모든 재화와 용역에 대해 일률적인 과세방식을 취하고 있으므로 개별소비세의 경우보다 개인의 선호에 따른 자원배분의 왜곡이 덜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부가세는 투자재에 대한 세금을 전액 공제하여 줌으로써 소비재에 대한 투자재의 상대적가격을 떨어뜨려 투자촉진효과가 높으며 수출하는 재화등에 영세율을 적용, 수출증대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평가뒤에는 짚고 넘어가야할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세부담의 역진성문제다. 간접세는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세부담이 똑같기 때문에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게 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작년에 KDI가 조사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이 낮은 30%의 계층이 국가전체소득의 12·5%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 총간접세의 17·3%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는 월급이 1백만원인 사람과 20만원인 사람이 맥주 한병을 먹고 내는 세금이 똑같은 원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처럼 재분배적인 지출구조를 갖추지 못한 현재정구조 아래서는 세부담의 역진성이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례자 전체70%>
또 계속 말썽이 많은 과세특례제도의 문제다. 과세특례제도는 기장능력이 없는 소규모사업자의 편의와 전통적인 상거래 관행을 고려해 납세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연간 외형거래액 2천4백만원이하인 사업자를 특례자로 지정, 일반사업자에 대한 세율10%보다 훨씬 낮은 2%를 적용하고 있는데 과특자가 전체사업자의 약70%(95만명)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세제상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과특자는 기장을 하거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할 의무가 없으므로 일반사업자들이 특례자의 명의를 빌어 계산서를 발행하는 사례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류도매상에서 유흥업소에 술을 판 경우 업소측은 과세소득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도매상에 자료분산을 요구, 도매상은 구멍가게등 과특자가 술을 사간 것처럼 영수증을 발행,유 흥업소의 탈세를 조장하더라도 특례자에겐 기장의무가 없어 세금추적이 불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과특자로 지정된 사업자는 외형거래액을 2천4백만원이하로 계속 유지하기 위해 매출규모를 허위신고 하거나 의장 휴·폐업하는 사례가 줄지 않고 있다.
또 10년전 부가세 도입당시 반대론자들은 이 세제가 선진국 형 세제로 납세의식이 낮고 영수증 수수가 잘 안되는 우리 여건에는 너무 이르다는 주장을 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영수증 수수는 여전히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부가세부과는 실거래액을 기준으로 하기 보다는 표준신고율이라는 이름의 과표를 일률인상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곧 인정과세와 다른바 없으며 세제는 바뀌었어도 세금부과방식에는 별 진전이 없었다는 얘기다. 도입당시 당국은 금전등록기만 보급하면 다된다는 식으로 밀어 붙었으나 영수증 수수가 안돼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때 보상금제도까지 두면서 영수증 주고받기 생활화를 부르짖던 일도 모두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성실신고 까마득>
거래질서가 이처럼 확립안되는데는 당국과 납세자 양쪽 모두에 책임이 있다. 상인들은 세법대로 신고하면 장사가 안되니까 속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당국은 성실한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세수목표달성을 위해 인정과세라도 해야한다는 식이다.
또 이런 과정에서 납세자와 조세마찰이 빚어지고 세무공무원들의 재량권이 확대되어 부조리가 움트는 것이다.
세제가 아무리 좋다해도 납세자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쓸모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중요한 건 납세자들의 의식향상과 자진신고 납부의 정착에 있다.
또 당국으로서는 현행 부가세제를 세수의 확보와 편의 차원에서만 운용할 것이 아니라 부담의 공평성을 고려한 보다 정교한 탈세방지장치를 마련하고 재산세등 직접세를 늘려 나가는 방향도 생각해 봄직하다. <심상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