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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원스'· '걸어도 걸어도' 우리가 사랑한 '진진'의 영화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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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영화사 진진이 배급한 126편 중 관객의 마음에 깊이 남겨진 작품은 얼마나 많을까. magazine M 기자들이 사심 듬뿍 담아 꼽은 ‘최고의 진진 영화’ 5편을 소개한다.

걸어도 걸어도│고레에다 히로카즈│일본│2008

“전작 ‘공기인형’(2009)이 시(詩) 같은 느낌이라면, ‘걸어도 걸어도’는….” 소설이라 해야 할지 산문이라 해야 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문장을 완성시켰다. “산문이죠.” 정확했다. 실제에 가까운 내용을 에세이처럼 조금 더 개인적으로 파고든 영화. 다큐멘터리도 픽션도 아닌 이야기. “‘걸어도 걸어도’를 정말, 좋아합니다.” 통역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눴던 터라, 나의 ‘정말’이 고레에다 감독에게 얼마나 전해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 눈을 보고 있던 고레에다 감독은 알았을 것이다. 그것은 참 많이 울었다는 말이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는 뜻이고, 오래 걷는 날이면 “걸어도 걸어도” 하고 중얼거린다는 이야기인 것을. 윤이나 영화칼럼니스트

원스│존 카니│아일랜드│2006

영화 `원스`

국내 개봉이 2007년 9월 20일. 당시 난 미루고 미룬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내가 뭐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좋아하는 것들은 자꾸만 사라졌다. 문 닫은 종로 씨네코아 대신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이 영화를 봤다. 그리고 내내 울었다. 스산한 밤거리, 청소기를 수리하는 아일랜드 남자와 꽃을 파는 체코 여자. 뒤늦게 만난 그들의 실패한 이전 연애들이 그때의 내 심정에 자꾸만 엉겨 붙었다. 전부 망쳐 버린 것 같았던 그 시절 내 마음에 반창고를 붙여 준 것은,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음악이다. 주제곡 ‘폴링 슬로우리(Falling Slowly)’에 밤새 취한 건 전 세계가 다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이 곡은 제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받았고, OST는 한국에서만 6만 장 이상 팔렸다. 이후 ‘원스’는 경신할 수 없는 전설로 남았다. 나원정 기자

우리 학교│김명준│한국│2007

영화 `우리학교`

독립 다큐멘터리가 뭔지도 잘 모르던 대학교 1학년 때 ‘우리 학교’를 봤다. 많은 관객이 그랬듯 나도 펑펑 울었다. 마음과 머리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생애 첫 다큐. ‘낯설고 낡았다’고 생각했던 ‘민족’이라는 개념이 이토록 피부에 와 닿은 적 있었을까. 민족의 의미를 마음에 품으며, 우리말과 한복을 지켜 가는 해맑은 재일 동포 아이들. 몇몇 일본인으로부터 이유 없는 미움을 받으면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마음이 벅찼다. 이런 감흥은 김명준 감독과 이 다큐를 찍던 도중 세상을 떠난 그의 아내 조은령 감독 덕분에 가능했다. 두 사람이 촬영을 넘어 동포들과 친밀한 관계로 만든 ‘우리 학교’는, 여전히 소중하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내게 남아 있다. 김나현 기자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오멸│한국│2013

2013년 겨울, 지금은 더 이상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 예술영화 전용관 씨네코드선재에서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상영관 불이 꺼지기 전과 후의 세상은 이 영화가 남긴 여운만큼 달라져 있었다. 1948년 제주 4·3 사건, 경찰을 피해 주민들이 산속 동굴에 숨어든 장면에서 뿜어져 나온 신비한 기운은 ‘영화의 마법’이라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상영관 안이 순식간에 동굴로 변하고, 가느다란 촛불로 어둠을 쫓으며, 등장인물과 함께 차갑게 식은 지슬(감자의 제주도 사투리)을 나눠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그들의 두려움이 내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나는 영화관에 갈 때마다 그런 마법을 기대한다. 장성란 기자

아티스트│미셸 하자나비시우스│미국, 프랑스│2011

1920~1930년대 무성영화에 바치는 낭만적인 헌사. 흑백 화면에서 펼쳐지는 두 배우(장 뒤자르댕·베레니스 베조)의 짠한 로맨스에 마음을 빼앗겼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견공 배우 어기(Uggie)의 영리한 연기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오래된 극장의 비좁은 좌석에서 관객들과 함께 ‘아티스트’를 보며, 영화는 소리 없이도 이미 ‘완성된’ 매체였음을 실감했다. 이 영화를 TV나 모바일이 아닌 스크린에서 보았다는 사실은, 개봉한 지 4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더욱 다행스러운 일. ‘아티스트’는 ‘우리가 왜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지’ 잠시 잊고 지냈던 그 뜨거운 설렘을 상기시킨 작품이다. 고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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