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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서랍장이 멋진 개밥그릇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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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라 쓸모연구소 대표
버려진 가구 반려동물용 재탄생
“수익금 5% 유기동물 위해 쓸 것”

폐서랍장으로 만든 반려동물용 밥그릇을 들고 있는 쓸모연구소의 유라 대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폐서랍장으로 만든 반려동물용 밥그릇을 들고 있는 쓸모연구소의 유라 대표.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낡은 모니터가 고양이를 위한 아늑한 보금자리로 변신했다. 버려진 가구의 서랍장은 강아지를 위한 밥그릇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들은 모두 ‘쓸모연구소’의 업사이클(업그레이드와 리사이클을 합친 단어로, 더 의미 있고 멋있게 재활용하는 것) 작품이다. ‘쓸모연구소’는 이름처럼 버려진 물건에 ‘쓸모’를 찾아주는 사회적기업이다. 주로 폐가구를 활용해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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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연구소’ 유라(25) 대표는 “자신이 쓰던 물건에 작은 아이디어를 더하면, 굳이 새로 사지 않아도 반려동물을 위한 훌륭한 가구를 만들 수 있다”며 “주인이 쓰던 가구를 반려동물이 함께 쓰면서 색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작업장을 서울시 도봉구에 둔 ‘쓸모연구소’는 지역 내 가구와 폐목재를 수거해 반려동물용 가구를 만든다. 폐가구라고 아무거나 갖다 쓰는 건 아니다. 주로 원목가구가 수거 대상이다. 유해 성분인 포름알데히드가 방출되는 파티클보드나 중밀도섬유판으로 만들어진 폐가구는 수거 대상에서 제외된다. 페인트와 마감처리제는 친환경제품만 사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려동물 가구는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60~70% 정도 저렴하다. “업사이클 제품이지만 새로 만들어진 제품과 비교할 때 기능이나 질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유씨가 이 일을 시작한 건 우연한 계기였다. 집 주위를 걷다가 버려진 원목가구가 눈에 띈 것. 잘만 활용하면 6년 전부터 키우고 있는 고양이 두 마리를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씨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지난 2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했다. 그 결과 6기 창업팀으로 선정됐고 지난 8월 말에는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쓸모연구소’는 앞으로도 ‘사지 말고 물려주자’는 슬로건으로 더 많은 종류의, 다양한 반려동물을 위한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유 대표는 “현재는 고양이와 강아지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고슴도치와 햄스터 등 다양한 동물을 위한 가구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라며 “더 많은 폐가구가 쓸모를 찾고 다양한 반려동물들이 맞춤형 가구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또 “반려동물 가구 판매 수익금의 5%를 유기동물을 위해 쓸 예정”이라며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분들에게는 ‘쓸모연구소’의 가구를 선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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