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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상상 그 이상의 휴식… 바다를 아우르는 그 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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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표’가 있는 여행

바다가 보이는 럭셔리한 리조트를 찾아 동남아시아나 남태평양의 휴양지로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 바다에도 근사한 곳이 많다. 경남 고성군 동해면, 당항포만을 굽어보는 언덕에 들어선 풀빌라형 펜션 오호락도 그중 하나다. 임현동 기자

바다가 보이는 럭셔리한 리조트를 찾아 동남아시아나 남태평양의 휴양지로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 바다에도 근사한 곳이 많다. 경남 고성군 동해면, 당항포만을 굽어보는 언덕에 들어선 풀빌라형 펜션 오호락도 그중 하나다. 임현동 기자

비행기는 값싼 저비용항공을 이용하더라도 숙소만큼은 5성급 호텔이나 럭셔리 리조트를 고른다. 요즘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즐기는 방식이다. 이런 트렌드는 국내여행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국내에서 비싼 돈 들일 바에야 차라리 외국 구경 간다는 건 옛말이다.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내 시간을 누릴 수만 있다면 국내여행에 얼마든지 돈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오며 가며 비행기에서 하루 이틀을 허비하느니 국내에서 푹 쉬는 게 더 낫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해외여행 경험이 쌓일 만큼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다.때마침, 사철 따뜻한 남국의 휴양지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었던 부티크형 고급 리조트나 풀빌라가 국내에 속속 들어서면서 이런 고급 취향의 여행자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

사람 북적대는 관광지가 아니라 한갓지고 아늑한 공간에 의외의 럭셔리한 휴식공간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방해 받지 않고 쉬고픈 사람이 많아서다.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스파 앤 스위트. 임현동 기자

사람 북적대는 관광지가 아니라 한갓지고 아늑한 공간에 의외의 럭셔리한 휴식공간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방해 받지 않고 쉬고픈 사람이 많아서다.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스파 앤 스위트. 임현동 기자

인터파크투어를 통해 지난 7월부터 12월11일까지 ‘풀빌라·스파 펜션’으로 분류한 숙소를 예약한 사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배 늘었다. 인터파크투어 국내 숙박사업부 안성연 과장은 “새로 판매하는 펜션 70% 이상이 고급 스파 시설을 갖추고 있거나 풀빌라”라며 “남과 섞이기 싫은 젊은 커플이나 3~4인 가족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숙소를 일컫는 용어는 아직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때론 부티크 리조트, 디자인 펜션, 혹은 풀빌라 등으로 불린다. 무엇으로 불리든 공통점이 있다. 대명·한화 같은 대형 체인 리조트보다 일단 규모가 작다. 심지어 객실이 10개 미만인 곳도 많고, 부대시설은 식당·카페 정도만 갖추고 있을 정도로 단출하다. 그렇다고 소박한 시골 민박 같은 숙소를 떠올리면 안 된다. 객실엔 거품 나오는 제트 스파나 월풀 욕조를 다 갖추고 있다. 아예 풀빌라를 표방하는 곳도 많다.

최근 주목받는 이런 럭셔리한 소규모 숙소는 기존의 펜션과 디자인 면에서 많이 다르다. 유명 건축가나 예술가, 디자인 회사가 지은 곳이 많다. 전국의 이색 숙소를 소개하는 사이트 스테이폴리오 이상목 대표는 “감성을 중시하는 여행자가 늘면서 접근성이 좋지 않아도 독특한 숙소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며 “최근 주목받는 곳은 대부분 주인이 애착을 갖고 가꾼 공간이어서 대형 호텔이나 리조트에 없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숙소가 가장 먼저 들어서기 시작한 곳은 제주도다. 최근 5년 사이 제주도에는 풀빌라, 고급 펜션, 렌털 하우스가 급증했다. 최근엔 제주뿐 아니라 바다나 강 전망이 좋은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기존 펜션이나 리조트와 달리 사람 들끓는 관광지 한복판에서 조금 떨어진 한갓진 장소에 자리를 잡는다.

이런 추세는 사람들의 달라진 여행 성향을 반영한다. 모켄 리조트(충남 태안)·유리트리트(강원도 홍천)를 설계한 이뎀도시건축 곽희수 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여행의 개념이 ‘놀다’에서 ‘쉬다’로 바뀌어 가면서 숙소의 형태도 바뀌고 있다. 한국은 70%가 산지이고 삼면이 바다이니 자연 그 자체는 모두에게 익숙하다. 그런데도 독특한 공간 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같은 자연도 전혀 달라 보인다. 그게 이런 숙소에 머무는 묘미다.”

겉모양만 좋은 게 아니라 시설과 서비스도 특급호텔 못지않은 곳이 많다. 객실 조명이나 가구를 고가의 유럽 제품으로 채운 숙소가 있는가 하면 아베다나 몰튼 브라운 같은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어메니티로 제공하는 곳도 있다. 지역 특산물을 식사로 주기도 한다. 가령 강원도 고성의 까사 델 아야는 조식으로 전복죽을 제공하고, 강원도 강릉 하슬라 뮤지엄 호텔은 주인이 직접 기른 산야초로 한상 아침을 차려준다. 그래서일까. 성수기나 주말에는 하룻밤에 50만원이 넘는데도 빈방을 찾기가 어렵다. 비수기인 지금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이런 곳을 경험할 수 있는 적기다.

전국의 수많은 풀빌라, 디자인 펜션 중 해변에 있거나 바다가 가까운 7곳만 골랐다. 대형 체인 리조트는 빼고 객실 50개 이하의 소규모 숙소만 소개한다. 긴긴 겨울, 한 번쯤은 겨울바다를 보러 가자. 세밑한파가 매섭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근사한 숙소 창가에서 혹은 따뜻한 욕조 속에서 짙푸른 바다를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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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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