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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준비 말고, 우선 도전하라" 우버 엔지니어의 실리콘밸리 취업기

중앙일보

입력

2010년 30대 초반에 처음 비행기를 탔다. 목적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였다. 한국에서 다음(현 카카오), 엔씨소프트, NHN(현 네이버) 등에서 일했던 엔지니어가 달랑 3명이 일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숨피·Soompi)에 합류하기 위해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처음 그곳의 제안을 받았을 때는 거절했다. 그곳 대표가 직접 한국에 왔다. 실리콘밸리의 매력에 대해 말했다. 마음이 흔들렸다.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 2주 만에 짐을 싸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토익 한번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영어와 담을 쌓았던 토종 한국인 엔지니어의 실리콘밸리 도전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그는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우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한국인 엔지니어 강태훈(38)씨가 주인공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있는 우버 본사에서 만난 그는 우버에 대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몇곳의 스타트업을 거쳐 우버에 합류하기 전 강씨는 지역정보 서비스로 미국을 넘어 글로벌에 진출한 스타트업 ‘옐프(Yelp)’에서 일했다. 옐프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는 그를 만날 때마다 우버의 혁신을 자랑했다. “우버가 도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도전했다”고 이직 이유를 말했다.

우버에서 맡고 있는 일은 핵심 서비스팀 엔지니어다. 100명이 넘는 팀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우버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각종 데이터를 나라·지역에 맞게 사용자에게 푸시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우버 앱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우버 앱을 구동시키면 화면 구성과 서비스가 다른 이유다.

강 씨는 우버에서 10개월 이상을 일하면서 ‘혁신은 세상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강씨는 “샌프란시스코의 도심에 등록된 차가 줄어들고 있다. 우버가 있으니 차가 필요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버는 택시를 시작으로 음식물 배달을 하는 ‘우버 잇츠(eats)', 통근 버스와 비슷한 ’우버 커뮤트‘, 카풀 택시인 ’우버 풀‘ 같은 서비스를 계속 내놓고 있다. 그는 “우버 서비스는 미국인들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팁 문화를 없애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길 꿈꾸는 한국인 엔지니어들에게 “실리콘밸리에 바로 도전하라.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우선 도전하라”고 말했다. 엔지니어가 일하는 데 최고의 환경이란 것을 지난 몇년간 직접 일하면서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서 엔지니어는 왕이고 현장의 모든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

연봉도 높다. 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의 초임은 보통 12만 달러(1억4000만원) 정도라고 한다. 또 비상장 기업에 입사하면 4년 동안 연봉의 2배 정도의 지분을 받게 된다. 이 외에도 식사, 운동, 도서 구입, 출퇴근 교통비 같은 다양한 복지 혜택도 잘 갖춰져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에 입사하면 돈을 쓸 곳이 별로 없다”며 그는 웃었다.

그는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일하는 데 크게 불편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털어놨다. 실리콘밸리에는 수많은 해외 엔지니어가 모여들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엔지니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 내가 영어를 못한다는 것을 알고 동료들은 내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해줬다. 대신 동료들과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해결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대신 그는 “실리콘밸리 기업의 면접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면접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가 우버에 입사할 때도 5~6시간이나 되는 면접을 통과해야만 했다. 면접에서는 엔지니어 능력을 평가하지 않았다. 대신 강씨의 지적 능력이 좋은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내용으로 면접이 이뤄졌다. 그는 “면접에서 ‘당신이라면 인스타그램을 어떻게 기획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면서 “기술보다는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 내는지 평가하는 게 실리콘밸리 면접의 일반적인 문화”라고 설명했다. “구글의 면접 문화가 이런 방식인데,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방식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버가 짧은 시간에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는 우버라는 플랫폼과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하드웨어를 결합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글과의 경쟁에 대해서도 “다른 것은 몰라도 자율주행차 분야에선 구글을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다.우버는 2015년 2월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카네기멜론대학과 공동으로 자율주행차량 연구센터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자체 지도 제작, 자율주행 트럭 스타트업 오토모토 인수 등 자율주행차 이슈를 계속 만들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자율주행 트럭 시험운행을 성공했다는 소식까지 전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강씨는 “우버는 360여 개 도시에서 끊김 없는 교통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구글은 교통관련 데이터로는 우버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씨는 우버의 혁신성을 ‘속도’에서도 발견했다. 지금까지 일했던 기업이라면 검토에만 몇 개월이 걸릴 프로젝트가 우버에서는 바로 결정되고 실행에 옮겨졌다. 그는 “우버에 와서 일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놀랐다"며 “우버의 이런 혁신성 때문에 유명 엔지니어들이 모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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