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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딩동 딩동~ ‘힐링 선물’ 받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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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열심히 일한 자신이나 가족, 동료에게 작은 선물을 하며 기쁨을 나누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가 골라주는 맞춤형 커피,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겨줄 작은 꽃다발, 내 피부 상태에 맞는 세상에 하나뿐인 화장품 등 새로운 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 선물 관련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빈브라더스의 선물박스인 ‘기프트 키트’. 신선한 커피 원두와 드리퍼(커피 내리는 기구), 머그컵을 함께 담아 가족·동료에게 선물하기 좋다.

빈브라더스의 선물박스인 ‘기프트 키트’. 신선한 커피 원두와 드리퍼(커피 내리는 기구), 머그컵을 함께 담아 가족·동료에게 선물하기 좋다.

직장인 이은영(29·여)씨의 사무실 책상 한 귀퉁이엔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꽃들이 유리병에 꽂혀 있다. 꽃 정기 배달 서비스업체가 격주로 배달하는 꽃다발이다. 외근 없이 하루 종일 답답한 사무실에서 일하는 그는 머리가 지끈거릴 때마다 꽃을 보며 잠시 여유를 찾는다. 주부 윤지현(34)씨는 온라인 수제 쿠키숍을 즐겨 찾는다. 주인이 손으로 직접 만든 초콜릿 쿠키가 그의 입맛에 딱 맞아 우울한 날이면 꼭 주문해 먹는다. 이웃이나 지인과도 나눠 먹으며 집안일로 지친 하루 속에서 행복을 얻는다.

감사의 마음 배달

정성 담은 꽃·커피·쿠키
올 한 해 고마운 사람
수고한 나를 위해 주문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이 최근 20~3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4%가 크리스마스에 제일 먼저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으로 ‘자신’을, 34%가 가족과 친구를 꼽았다. 힘든 한 해를 보낸 스스로와 가족, 직장 동료 등에게 서로 수고했다고 다독이며 마음을 담은 선물을 보내는 연말연시다. 온라인 디저트 몰에서는 매장 앞에서 기다리며 먹어야 했던 유명 베이커리의 크리스마스 한정판 케이크를 저렴한 가격에 판다. 유칼립투스 나뭇가지로 만든 고급스러운 크리스마스 장식, 커피 전문가가 추천하는 추운 겨울과 잘 어울리는 커피도 온라인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종류는 다르지만 모두 힐링을 배달한다.

고객 구매 패턴 파악해 맞춤형 선물
각종 물건을 배달하는 서비스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해 진화하고 있다. 꽃이나 커피를 신문·우유처럼 정기 배달받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는 2~3년 전 등장했다. 자신은 물론 친구나 부모님을 생각하며 대신 주문하는 이도 많다. 초기엔 여러 가지 품목에서 이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꽃과 일부 식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라졌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제품을 골라주는 ‘큐레이션 커머스(Curation Commerce)’가 새로운 형태로 바뀌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의 구매 패턴을 파악한 뒤 맞춤형 화장품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생겼다. 재료 구입부터 배달까지 주인이 직접 전달하는 수제 쿠키 배달 서비스는 온라인 시장에 진출해 더 많은 소비자와 만난다.

이런 소비는 바쁘게 사는 현대인이 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힐링 방법이다.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양수진 교수는 “받으면 기분 좋아지는 꽃이나 그림처럼 함께가 아닌 혼자 즐기는 선물로, 마음의 위로를 얻는 이가 많아졌다”며 “혼밥, 혼술족 같은 요즘 문화와 연결돼 생긴 새로운 형태의 소비 현상”이라고 말했다.

키마의 ‘피치 로즈 블룸 박스’. 핑크색 장미와 흰색 클레마티스 꽃이 잘 어우러져 양손 가득 꽃 향기를 선물할 수 있다.

키마의 ‘피치 로즈 블룸 박스’. 핑크색 장미와 흰색 클레마티스 꽃이 잘 어우러져 양손 가득 꽃 향기를 선물할 수 있다.

힐링 배달 품목 1위는 꽃이다. 온라인 플라워숍 키마는 연말 시즌을 맞아 수제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배달한다. 유칼립투스 나뭇가지로 만든 리스(동그란 모양으로 문 앞에 걸어놓는 크리스마스 장식품)와 빨간색·흰색으로 꾸민 크리스마스 바구니 하나면 온 가족이 따뜻한 연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2년 전 처음으로 꽃에 ‘정기구독 서비스’ 개념을 도입한 플라워숍 꾸까는 특별하게 만든 ‘크리스마스 꽃’을 200개만 배달해 준다. 꾸까는 또 꽃이 주는 작은 행복을 위해 정기적으로 배달해 준다. 전문 플로리스트가 직접 디자인한 꽃다발을 시중의 4분의 1 정도 가격으로 주 2~4회 배달한다. 9900원이면 한 달에 두 번 작은 꽃다발을, 2만9900원을 내면 시중에서 7만~8만원에 파는 풍성한 꽃다발을 배달해 준다. 꾸까 마케팅 담당 박소정 이사는 “사무실이나 거실에 예쁜 꽃을 한 다발 두면 주변 분위기가 확 바뀐다”며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자기 자신, 혹은 소중한 이에게 주기적으로 꽃을 선물하고 힐링 받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플라워숍 모이, 안나린, 칼릭스 등도 꽃 정기배달 서비스를 한다.

연말연시 맞아 달콤한 디저트 인기
달콤한 쿠키나 케이크 같은 디저트도 힐링 선물 아이템이다. 롯데닷컴 온라인 쇼핑몰은 22일까지 연말 배달 선물 이벤트인 ‘12월은 케이크 먹는 날’을 한다. 이 행사에선 홍익대 앞 유명 베이커리 ‘스페로스페라’의 수제 크레페 케이크를 한 판에 2만~3만원에 맛볼 수 있다. 100% 천연 생크림으로 만든 다섯 가지 맛의 ‘이상용 크레마롤’은 2만7510원, 이탈리아 밀라노의 크리스마스 빵 ‘유어버스데이 파네토네’는 2만1500원에 살 수 있다.

카페 `드 프랑`의 마카롱 박스.15개들이 한 상자에 3만 원이다.

카페 `드 프랑`의 마카롱 박스.15개들이 한 상자에 3만 원이다.

카페 ‘드 프랑’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알록달록한 수제 마카롱을 판다. 연말연시와 잘 어울리는 디저트다. 마카롱과 함께 부드러운 크림이 들어간 롤케이크, 진한 코코아 맛의 수제 초콜릿도 만든다. 온라인 쇼핑몰과 인스타그램, 블로그에서 주문을 받아 택배로 보내준다. 최고 인기 상품인 마카롱은 12개에 2만4000원, 롤케이크는 2만원이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선물하는 서비스도 있다. 직접 커피 원두를 로스팅해 판매하는 ‘빈브라더스’는 12월 한정으로 케냐와 니카라과의 커피를 선보인다. 향긋한 커피와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함께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빈브라더스는 고객 맞춤형 커피 정기 배달 서비스도 한다. 매월 커피 전문가인 ‘빈브라더스 가이드’가 50여 종의 제철 커피 맛을 보고 그중 소비자와 상담해 취향에 맞는 두 가지를 골라 보내준다. 가이드가 직접 마주보고 이야기하듯 안내해 줘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매달 200g 커피 원두 2팩을 받는 서비스는 1만7000원이다.

맛있게 내려 먹는 법이 담긴 매뉴얼, 커피 이야기가 담긴 브로셔와 일회용 컵도 함께 보내준다. 현재 회원 수는 3만 명으로 1년 새 4배 늘었다. 커피회사 네스프레소도 온라인으로 캡슐커피를 배달한다. 라즈베리향, 애플시나몬향 등 평소 카페에서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맛의 캡슐커피도 개당 720원에 판매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향긋한 힐링의 시간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제이마운틴, 릴스커피도 배달 서비스를 한다.

고객 피부 상태 분석해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형 화장품 선물

화장품도 힐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톤28은 피부상담사인 ‘뷰티지니어스 컨설턴트’가 고객의 피부 상태를 측정해 준다. 이마·눈가·입 주위·턱 등 얼굴 부위를 나눠 그에 맞는 화장품 성분 비율을 분석한다. 이를 토대로 고객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맞춤형 화장품을 매달 배송한다.

서비스를 받은 고객은 스킨·로션·에센스·크림을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얼굴 부위마다 컨설턴트가 제안한 화장품을 사용하면 돼 경제적이다. 브랜드를 없애고 투박한 종이 상자에 제품을 담아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화장품을 받아볼 수 있다. 비싼 화장품을 미리 사용해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뷰티 전문가가 화장품 써보고 추천
최근엔 전문가가 화장품을 사용해 본 뒤 추천해 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글로시데이즈는 뷰티 전문가인 ‘뷰티 크리에이터’가 직접 화장품을 사용한 뒤 장단점을 알려준다.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는 자신이나 지인에게 정기적으로 배달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30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제품 종류가 한정돼 선택의 폭이 좁지만 고객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직장 여성이나 화장품 사용이 서투른 대학생이 주요 고객이다. 이 업체는 배달 제품 종류를 늘렸다.

화장품 배달업체인 글로시데이즈는 1인 방송 스타 등이 추천하는 메이크업 제품을 모은 ‘써니박스’를 배달해 준다.

화장품 배달업체인 글로시데이즈는 1인 방송 스타 등이 추천하는 메이크업 제품을 모은 ‘써니박스’를 배달해 준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서비스도 있다. 미미박스는 매장에서 화장품을 사용해 본 고객의 다양한 의견을 데이터화해 나이와 피부 타입에 맞는 선물용 화장품을 내놓고 있다. 선물용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뷰티 전문 커머스 플랫폼’도 만들었다. 플랫폼이 보유한 브랜드 종류만 3000여 개에 이른다.

유명 셰프의 손길이 담긴 요리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맛집 음식 배달 서비스 푸드플라이는 최근 셰프가 만든 요리를 주문·배달해 주는 ‘셰플리’ 서비스를 론칭했다. 푸드플라이는 이 서비스를 위해 온라인으로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요리 데이터를 분석한 뒤 브루터스·민스키친 등 유명 레스토랑의 셰프와 손잡고 배달에 최적화된 메뉴를 개발했다.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어디서든 즐길 수 있도록 특별 용기에 포장해 준다.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주기 위해 디자인에도 신경썼다. 푸드플라이 임은선 대표는 “연말이 되면서 셰프가 만든 요리를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려는 고객이 많다”며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선물을 받는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회원 많고 전문가 있는 업체 선택
어떤 물건이든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도 마찬가지다. 가방·시계·주얼리처럼 비싼 명품이 아니더라도 작은 물건을 통해 힐링을 얻을 수 있는 서비스가 많다.

요즘 소비의 트렌드는 ‘가성비’와 ‘맞춤형’이다. 적은 돈으로 큰 힐링을 얻는 물건을 골라야 한다. 남성은 시각에 민감하고 여성은 향기에 자극을 받는다. 여성은 꽃·화장품·향초처럼 색이 화려하거나 향기가 나는 물건을 좋아한다. 정기적으로 배달을 받으려면 회원 수가 많은 회사를 추천한다. 그래야 제품 가격이 싸고 서비스 질도 좋다. 식품이나 화장품은 구입했다가 제대로 사용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신이나 친구 등에게 선물하고 싶은데 제품을 일일이 고를 시간이 없거나 물건을 정하기 어려울 땐 전문가가 추천하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온라인 몰에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신청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분야마다 트렌드의 최전방에 있는 전문가가 골라주기 때문에 시간을 아끼고 최신 유행 선물을 고를 수 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말을 맞아 다양한 종류의 선물을 배달하는 서비스가 생기면서 환불·교환·배송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품 구매나 서비스 이용 시 이를 감안해 이용 후기를 읽어보고 환불 규정 등을 미리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강태우·윤혜연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사진=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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