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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반퇴의 정석] (29) 초저금리 끝나고 이자생활자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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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원.

초저금리 잔치가 끝나면서 2008년 이후 자취를 감췄던 ‘이자생활자’가 돌아올 전망이다. 노후 준비에는 실낱 같은 희망의 빛이다. 이자생활자는 과거 은퇴자의 전형이었다. 퇴직금을 받아 은행에 쟁여놓고 이자만 받아도 쏠쏠하게 노후 자금을 쓸 수 있었다. 지금은 이게 안 되니 노후에도 완퇴하지 못하고 구직활동을 하는 반퇴 시대가 됐다.

지금은 상상도 하기 어렵지만 외환위기 직전에는 예금이자가 두 자릿수(연 12~13%)였다. 1억원을 은행에 맡겨놓으면 세후 연 120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3억원만 맡겨놓으면 월 300만원의 이자생활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2008년까지만 해도 예금이자는 5%선을 유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원금만 많다면 어느 정도 이자생활을 누릴 수 있었던 황금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 3년 내 기준금리 3%까지 올려
그러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이자생활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무리 현금을 많이 갖고 있어도 노후를 보장하지 못했다. 3억원을 맡겨놓아도 세후 예금이자는 연 450만원에 그치고 있다. 3억원의 가치(연간이자)가 중산층의 한 달치 생활비도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같은 초저금리 기조가 지난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으로 막을 8년 만에 내리게 됐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0.25~0.50%였던 연방기준금리(FF)를 0.50~0.75%로 상향 조정했다. 더 나아가 내년에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릴 것이라던 기존 입장을 바꿔 세 차례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이런 식으로 금리를 올리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2019년 3%에 달할 전망이다.

「기준금리는 은행간 주고받는 자금의 금리를 의미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금리가 연쇄적으로 오르게 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세계 전체가 반응하게 돼 있다. 국제자금은 주가가 오르거나 금리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신흥국에 있던 자금은 블랙홀처럼 미국으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달러값이 상승하고 기타 통화는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더구나 기축통화와의 금리격차가 줄어든다면 당연히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국내 시중금리 오르면 이자생활 가능
이런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에 따라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을 피할 수 없다. 한은의 기준금리는 현재 1.25%로 미국과의 차이가 0.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이 내년 중 세 차례 추가 인상하면 금리는 역전된다. 한국에서 대규모 유전이나 금광이 발견돼 경제성장률이 갑자기 급상승하지 않는 한 한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했던 국제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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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고민은 깊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경기부양에 성공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2%대 성장도 기약하기 어려운 불황의 늪에 빠져 있어서 금리 인하 압박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거듭되면 한ㆍ미 금리 역전 현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빚은 줄일수록 좋고 현금 보유 늘려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그 여파는 시중금리에 바로 반영된다. 점차적으로 오르겠지만 기준금리가 차츰 미국의 기준금리(2019년 3% 예상) 이상으로 상승하면서 한국 금리도 상당히 뛰어오르게 된다. 이미 국내 시중은행은 대출금리를 3%대 중반까지 올렸고 5%대 금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2%안팎인 예금금리는 앞으로 4~5%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은퇴자는 현금과 부채에 대해 초저금리 때와는 다른 입장을 가져야 한다. 한마디로 이자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으니 현금도 많이 보유할수록 좋다는 얘기다. 반면 빚은 금물이다. 대출금리가 6~7%에 달하면 이를 보전할 만한 재테크 수단을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이 기사는 고품격 매거진 이코노미스트에서도 매주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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