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영태 위증 예고한 대로 청문회 문답 오갔다

중앙일보

입력 2016.12.19 03:00

업데이트 2016.12.1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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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 친박계 이완영 의원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1차 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 이틀 전인 지난 4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고영태씨 등은 둘의 만남에서 위증 논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의원 등은 부인하고 있다. 실제 청문회에선 어떤 일이 있었을까.

청문회 속기록 살펴보니
고씨 13일 ‘박헌영 위증 스토리’ 언급
‘태블릿 충전기’ 등 그대로 질의응답
4일 정동춘 이사장 만난 이완영
7일 고영태에 태블릿 충전기 추궁

이완영 의원은 정 이사장 등과 만난 사흘 뒤 열린 지난 7일 2차 청문회에서 고씨에게 태블릿PC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했다. 청문회 속기록에 담긴 이 의원과 고씨의 대화 내용이다.

▶이완영 의원=“본인이 이런 태블릿PC를 들고 다닌 적도 있습니까.”

▶고씨=“없습니다.”

▶이 의원=“그러면 (태블릿PC의) 충전기, 뭐 이런 활용 문제를 주문받은 적 있습니까.”

▶고씨=“없습니다.”

▶이 의원=“전혀 없으십니까.”

▶고씨=“예.”

K스포츠재단 정동춘 이사장(앞)과 박헌영 과장이 지난 15일 국회의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박 과장은 위증 모의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K스포츠재단 정동춘 이사장(앞)과 박헌영 과장이 지난 15일 국회의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박 과장은 위증 모의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이완영 의원이 물어본 충전기 문제는 15일 열린 4차 청문회에서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 답변에 나온다. 거꾸로 박 과장 등이 증언에 나서기 일주일 전 이 의원이 먼저 질문한 것이다. 박 과장은 새누리당이 7일 청문회 이후 증인으로 요청해 나왔다.

15일 청문회에서 새누리당 친박계 이만희 의원과 박 과장의 질의응답이다.

▶이만희 의원=“혹시 사무실에 근무하시면서 최근 종편(JTBC)에서 문제가 됐던 태블릿PC를 본 적 있습니까.”

▶박 과장=“네. 제가 봤던 태블릿PC가 종편에서 공개했던 PC라고 추정하는 이유는 고씨가 들고 다녔고, 저한테 충전기를 사오라고 시켰기 때문입니다. 일반 충전기가 아니라고 해서, 그것에 맞는 충전기를 사오라고 했는데 제가 못 사가서 고씨가 그걸로 저한테 핀잔을 준 기억이 납니다.”

태블릿PC가 고씨 소유라는 취지로 들릴 답변이었다.

고씨는 청문회 이틀 전인 지난 13일 월간중앙과의 통화에서 “박헌영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할 것”이라며 “박 과장에게 ‘최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 있느냐’고 물으면 ‘고씨가 들고 다닌 것을 봤다. 한 번은 (내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오라고도 말했다’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씨가 예고한 대화가 실제로 오간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박 과장의 답변을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그럼 태블릿PC가 누구 거냐”고 캐물었다. 이때 박 과장은 “저는 태블릿PC는 최씨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나중에 (더블루K)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짐을 빼는데 남의 책상(고영태의 책상)이긴 하지만 두고 나와야 하니 책상 서랍을 열어봤고, 그때 그 안에 태블릿PC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여전히 고씨 소유일 가능성도 있다는 식으로 박 과장이 답변하자 박영선 의원은 “논점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사진)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과장과의 위증 모의에 대해 허위라며 반박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사진)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과장과의 위증 모의에 대해 허위라며 반박했다. [사진 오종택 기자]

같은 당 박범계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과 정동춘 이사장, 박 과장의 사전접촉 문제를 당시 청문회장에서 제기했다. 박범계 의원은 박 과장 및 정 이사장을 상대로 “새누리당 모 의원과 여기 증인으로 나오는 데 접촉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정 이사장은 “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누구와 만났는지는 당시 언급하지 않았다. 본지 취재 결과 결국 접촉한 사람은 이완영 의원이었다. 박 과장은 “오기 전에…”라고 말하며 머뭇거리다 박 의원이 재차 묻자 “없다”고 답했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정 이사장을 상대로 K스포츠재단에서 만든 ‘특검 및 국정조사 재단 대응방침’이란 문건도 들이댔다. 박 의원은 “(문건에) 새누리당에서 도와줄 수 있는 의원 3명을 파란색으로 이름을 써놨고, 야당 의원들 중에 저와 안민석 의원을 빨간 글씨로 분석을 해놨다”며 사전 논의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청색 표시 의원은 이완영·이만희·최교일 의원이었다. 이에 이완영 의원은 정 이사장을 상대로 “새누리당 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라 표현한 것이냐”고 묻자, 정 이사장은 “절대 아니다. 친박으로만 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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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사진=오종택·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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