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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유방암 완치율, 미국보다 높은 92% … 환자 마음까지 어루만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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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의료진(오른쪽부터 문병인 센터장, 백남선 여성암병원장 등)이 환자에게 수술 과정과 유방 재건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건상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의료진(오른쪽부터 문병인 센터장, 백남선 여성암병원장 등)이 환자에게 수술 과정과 유방 재건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박건상

이화의료원 유방암센터는 우리나라 유방암 치료 역사와 궤적을 같이한다. 한국 최초의 여성병원인 보구여관(保救女館)이 모태인 이화의료원은 여성 질환의 치료·연구에 집중해 오다 2000년 우리나라 최초 유방센터를 열었다. 2009년에는 이를 확장해 유방암·갑상샘암·부인암 치료를 아우르는 국내 최초 여성암병원을 만들었다. 여성질환 분야에서 이화의료원의 명성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유방암의 치료 성적과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성화센터 탐방
이화의료원 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

재발률 3% 안 돼 세계 최저급
당일 검사, 7일 내 수술 첫 도입
춤·명상·글쓰기 등으로 힐링

정밀 수술 노하우 전수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센터의 완치율(5년 생존율)은 92%로 국내 평균은 물론 미국(89%)보다 높다. 재발률도 3% 이하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런 배경에는 나름의 수술 노하우가 있다. 유방은 중심 부위에서 유방 전체로 뻗은 15개의 유선(乳線) 가지들이 있다. 이곳 어느 한 부위 또는 여러 군데에 암이 생긴다. 그러면 해당 부위뿐 아니라 가지를 따라 암세포가 이동하기 쉽다. 따라서 유방암 수술 땐 암이 생긴 가지를 따라 암 조직을 잘 걷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너무 많이 걷어내면 유방 형태를 보존할 수 없고, 너무 적게 걷어내면 암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어 남다른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대 유방암센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유방암센터답게 가장 정밀하게 떼어내는 방법이 도제식으로 전수돼 왔다. 문병인 센터장은 “이런 수술법은 교과서에도 일부 나와 있지만 선배 의사를 통해 직접 수술 현장에서 보고 배우지 않고서는 따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영상의학과와 병리과 간의 협진도 높은 생존율과 낮은 재발률에 기여한다. 유방암만 보는 영상의학과·병리과 팀이 따로 있어 수술 중 떼어낸 암세포에 대한 검체 분석 소견서가 수술이 끝나기 전에 수술팀에 전달된다. 다른 병원에서는 보통 수술이 끝난 뒤 검체 확인서가 내려오는데, 암 조직을 제대로 떼지 못한 것으로 판명되면 몇 주 뒤 다시 수술한다. 이대 유방암센터는 이런 절차상 오류를 사전에 차단한다.

국내 유방 보존술 원조

유방보존술과 재건술도 뛰어나다.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유방보존술(유방 모양을 살리면서 암만 제거하는 수술 기법)을 처음 시작한 의사다. 백 원장의 수술법을 전수받아 모든 의료진이 보존술에 능하다. 암이 많이 퍼져 완전 절제를 해야 할 때는 재건술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유방성형외과 팀이 항상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수술을 받더라도 동시 재건이 가능하다.

이대 유방암센터는 전인(全人)치료를 추구하는 센터로도 유명하다. 백원장은 “환자의 신체(암)를 치료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마음까지 어루만지자는 게 우리 의료진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처음 온 환자를 대할 때 병에 관해서만 묻지 않고 스트레스 정도, 고민, 식습관 등에 대해 폭넓게 얘기를 듣는다. 환자의 마음까지 알아야 치료 과정도 순탄하고 재발도 적다는 게 백 원장의 설명이다. 그래서 이대유방암센터는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기 위한 다양한 ‘파워 업(Power up)’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노래, 웃음치료, 명상, 국선도, 오카리나, 파스텔화, 글쓰기, 라틴댄스, 캘리그래피 교실을 운영한다. 하지림프부종관리 등 암 예방에서부터 치료와 증상 관리, 마음 관리에 대한 다양한 강의도 제공한다. 관심사와 연령대가 비슷한 환자들끼리 묶어 서로 의지하게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대 유방암센터는 빠른 검사와 치료도 강점이다. 요즘 많은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당일 검사, 1주일 내 수술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다. 환자 편의성도 높였다. 같은 층에 진료실, 검사실, 수납실 등이 모여 있어 아픈 환자가 여기저기 이동할 필요가 없다. 여성만 입원할 수 있는 호텔식 ‘레이디병동’도 따로 마련했다. 이런 혁신 덕분에 2013년·2015년 2회에 걸쳐 한국병원협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대학병원의 성공적인 서비스 혁신 사례로 선정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유방암 적정성 평가에서도 3년 연속 최고등급인 1등급을 획득했다. 의사 1인당 치료 환자 수도 가장 많다.

유방 줄기세포 개발 박차

유방암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유방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백신, 소변·혈액 검사만으로도 유방암을 진단할 수 있는 마커(marker) 개발, 유방재건술을 대신할 수 있는 유방 줄기세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이대 유방암센터를 찾는 외국인 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미국·중국·러시아·중동·유럽·멕시코 등 60여 개국에서 이대 유방암센터를 찾고 있다. 문병인 센터장은 “앞으로도 환자 치료와 안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혁신 활동을 지속해 세계 속의 베스트 센터로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 젊은 환자 급증 이른 초경, 만혼 탓 수술 후 연 1회 초음파·X선 촬영”

문병인 센터장에게 듣는 유방암 예방·치료법

유방암은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여성암이다. 최근 20년 사이 4배 넘게 증가했다. 환자 연령대도 낮아졌다. 20년 전에는 60대가 가장 많았지만 최근에는 40~50대가 가장 많다. 30대에 나타나는 젊은 유방암 환자도 급증했다. 한국에서 유방암이 왜 이렇게 증가하는지 문병인 센터장에게 예방과 치료법을 물었다.

-유방암이 급증하는 이유는.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 위험이 커진다. 임신·수유 기간에는 생리를 하지 않아 에스트로겐에 노출되지 않는데, 최근 늦은 결혼이 많고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이 줄어들면서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길어졌다. 기름진 서구 음식, 음주 등도 에스트로겐 분비를 촉진시켜 유방암 위험을 높인다. 젊은층의 유방암이 느는 이유는 초경이 일찍 시작되기 때문이다. 환경호르몬 노출이 증가한 탓도 있다. 초경을 일찍 시작하면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이 그만큼 앞당겨져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유방암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이 있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 완전히 도려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손기술이 부족해 대충 잘라내고 방사선·항암치료로 암을 죽이려는 의사도 있다. 이러면 환자 고통이 클뿐더러 재발 위험도 높다. 우리는 암을 완전히 도려내는 것을 제1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어떤 병원보다 훌륭한 노하우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보존술과 재건술은 각각 어떤 사람이 받나.

“유방 일부에 암이 생긴 경우에는 보존술을 쓴다. 암 부분만 살짝 도려내고 유두와 나머지 유방 조직은 최대한 보존하는 방법이다. 암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을 때는 유방을 대부분 제거해야 한다. 이런 경우 허벅지나 배의 지방을 떼어 이식하거나 보형물을 넣는 재건술을 한다. 유방 모양을 예쁘게 유지시키는 것도 여성성 보존을 위해 굉장히 중요하다.”

-수술 후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 1회 초음파와 X선 촬영을 해야 한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식습관 개선과 생활습관 관리다. 일곱 가지만 추천하고 싶다. 주 5회 한 시간씩 운동, 초(超)긍정적 마음가짐, 하루 10번 이상 소리내어 웃기, 음식 골고루 먹기(기름진 음식 피하기), 봉사하기, 하루 7시간 수면, 충분한 휴식 취하기다. 모두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검증된 것들이다. 유방암 요인으론 유전 영향이 3% 미만, 가족력의 영향이 10%다. 나머지는 모두 환경적 요소가 관여한다. 암환자는 물론 고위험군도 이런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 암을 피할 수 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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