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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웃기는 맞춤법 ‘공항장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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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병 가운데 ‘공황장애’라는 것이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심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질병이다. 심리적 불안 상태나 발작이 반복해 일어난다. 발작이 일어나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공황장애 환자가 두려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높은 곳의 폐쇄된 공간 속에서 추락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극도로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급적 비행기 타는 것을 피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공황장애’를 얘기할 때 언뜻 비행기와 공항이 연상돼 ‘공항장애’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공항장애’라는 표기가 나왔다. 바로 최순실씨에 의해서다. 그는 국회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에 ‘공항장애’라고 적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공항에 장애가 있어서 비행기를 탈 수 없나 보다” “공항에만 가면 발작을 일으키는 장애인가?” 등의 말로 비꼬았다.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는 불출석 사유서에 ‘하열’이라고 썼다. ‘심한 하열’ 증세로 청문회에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하열’은 ‘하혈(下血)’을 잘못 적은 것이다.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이화여대 리포트도 문제가 됐다. 틀린 표기와 비속어 등 엉망진창인 내용으로 B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오자가 ‘않되는’이다. 일반인이 보면 ‘않되는’은 모양 자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데 그의 눈에는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다. ‘안되는’이 바른 표기다. 초록은 동색이라더니 세 사람의 웃기는 맞춤법도 어쩜 이렇게 똑같은지.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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