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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헌재, 신속하고 공정하게 탄핵심판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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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접수한 헌법재판소가 12일 세 번째 전체 재판관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재판관들은 우선 ‘변론 준비절차’를 갖기로 하고 이를 담당할 수명(受命) 재판관 3명을 지정키로 했다. 또 헌법연구관 20여 명을 투입, 탄핵심판 집중연구팀도 운영키로 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사안인 만큼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촛불 민심과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인 만큼 당연한 결정이다.

헌재가 회의 직후 “헌재의 탄핵심판은 탄핵소추 의결서에 적힌 모든 쟁점을 대상으로 (기각·각하·인용 결정을 따로 해야) 한다. 중요한 것만 선별적으로 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기본 입장을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국정 혼란을 줄이려면 핵심 사안 중심으로 선별 심리를 해 하루빨리 탄핵 결정을 내려달라는 야당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서에는 탄핵 사유로 9가지가 적시돼 있다. 국민주권주의·생명권 보장 등 헌법을 위배한 5가지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 위반·공무상비밀누설 등 법률을 위반한 4가지 유형(8가지 행위)이다. 이들 쟁점마다 사실관계를 놓고 국회와 대통령이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일 경우 탄핵심판 기한(180일) 내에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특히 박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 혐의는 검찰 수사 단계에선 적용조차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간단한 사건이었음에도 63일이 걸렸고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 때는 360일이 소요됐다.

그래서 헌재가 운영의 묘를 십분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 재판의 일종인 탄핵 재판의 생명은 공정성, 특히 절차적 공정성이다. 공정성을 지키되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변론 준비절차 때 쟁점을 최대한 압축하고 증인이나 증거 조사도 거기에 맞춰 필수불가결한 것만 해야 한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도 29명의 증인이 신청됐지만 실제 채택된 건 4명뿐이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법언은 이번 탄핵심판에서도 예외가 아니다.